[우리 시대의 설교] 연약함에 담긴 진리(마 8:14~17)
최현범 목사(부산중앙교회)
세상의 오염 치유하는 은혜를
자선 베풀기 전에 우리의 모습 성찰하는 자세 가져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주님은 자신을 믿고 따른다고 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시고, 몸소 보여주신 삶과 너무 괴리되어 있어 슬퍼하고 분노하실 것이다. 그가 보여주신 삶의 방식과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은 과연 일치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간다. 불편하고, 부끄럽고, 불행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낮은 것들로부터 벗어나 아랫사람을 임의로 부릴 수 있고, 칭송과 인정을 받는 높은 자리로 나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혀 다른 삶의 자세를 보이신다. 그것은 섬기는 자리에 서는 것이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마 20:26~27).” 남의 발을 씻기는 자가 더 큰 자이고, 수종을 드는 종이 오히려 중요한 자라고 하는, 이 뒤바뀐 가치관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그 자신이 그 길을 가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는 자의 자리에 섰고, 자신의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어 많은 사람들을 섬겼다.
그는 병자들의 병을 고쳐주시고, 귀신을 쫓아내신다. 이러한 치유는 희생과 섬김의 대가였다. “이는 선지자 이사야로 하신 말씀에 우리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 8:17)” 우리의 병을 대신 지시고 채찍에 맞으셨고, 우리의 연약함을 대신 담당하셔서 십자가를 지셨다. 채찍에 맞고 십자가를 지는 길, 그것은 섬김과 연약함의 길이었다.
왕이신 그가 호화로운 왕궁이 아니라 말구유에서 태어난 것, 예루살렘이 아니라 선한 것이 날 것이 없는 나사렛에서 자라나시고, 어둠의 땅 스불론 납달리에서 사역하신 이 모든 것들이 세상 가치관과 정반대되는 연약함의 길이었다.
이러한 섬김과 연약함의 길에 선 주님께 연약한 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병들고 가난한 자들이 들끓었다. 주님은 이러한 소자들을 귀찮아하지 않고, 불쌍히 여기셨던 ‘소자 예찬론자’였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섬김과 연약함의 길에 들어설 때 비로소 주님과 같이 소자들을 보게 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힘 있는 자가 되려고 할 때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리어 이들이 귀찮은 존재로 여겨진다. 이러한 소자를 위한 희생과 배려가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이라고 불평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가신 길, 병을 짊어지고, 연약함을 담당하는 길에서 소자는 도리어 우리 삶의 중심 자리에 서게 마련이다. 병자와 장애인들은 하나님의 실수가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신 자로, 곧 철저한 연약함 가운데서 하나님의 축복의 도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보내신 자로 고백되는 것이다.
이것을 철저히 깨달은 사람이 바로 헨리 나우엔이다. 하버드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중증정신지체장애인들을 돌보는 라르쉬의 데이브레이크로 들어가려고자 했을 때에 주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혹자는 이것을 인생을 허비하는 결정이라고 책망했다. 그러나 헨리는 오히려 장애인들과의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가장 풍요로운 영적인 세계에 도달했다.
이러한 축복은 아담이라는 25세의 청년과의 만남에서 더욱 부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인이었던 아담은 약물과다복용 등으로 영구적인 손상을 입어,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중증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이 아담과의 관계가 깊어가면서 헨리는 가장 연약한 이 인간 속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발견하였다. 아담의 이 연약함, 수난, 그의 죽음 속에서 헨리 나우엔은 주님이 걸어가신 삶과 죽음의 자취를 발견한 것이다.
이 말 못하는 장애인은 그에게 영적인 스승이 되었다. 헨리는 그를 섬기는 10년의 삶 속에서 자신 속에 묻혀있던 세상의 오염된 흔적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치유 받게 된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오는 너무 크고 끈질기며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가진 것, 그리고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해내는 일’에 몰두해 있으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 곧, 우리의 기원과 종말에 대한 진리를 이해하는 데는 너무나 느리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부지런히 돕자. 그러나 구제는 높은 자리에 선 내가 낮은 자리에 있는 자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들 속에 우리를 비추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들 속에 투영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을 좇고 있는가? 스스로 소자가 되시고 연약함의 길을 가신 주님이 우리 삶에서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가? 오늘 우리도 헨리 나우엔처럼 이 땅 위의 많은 아담들 앞에서 우리 속에 묻어있는 세상의 오염된 흔적들을 발견하고 치유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설교노트 |
누군가 도와야 할 계절이다. 추운 겨울과 함께 불어 닥친 경제한파로 모두가 힘들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보다 못한 어려운 이웃이 많다. 주님이 보이신 섬김의 삶을 실천하며, 우리 속에 오염된 세상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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