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화/기독 영화

[객석에서] 선교사 가방엔 무엇이? / 다큐멘터리 영화 <잊혀진 가방>

미션(cmc) 2010. 8. 28. 09:35

 

영국의 한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선교사들이 두고 간 가방이 있다.

길게는 70년 이상 넘게 보관돼 있는 그 가방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두 명의 남자가 영국을 찾아간다. 한 명은 14년차 집사인 한 탤런트고, 또 한 명은 신앙이 그다지 깊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선배 가수다. 기대 밖으로 선교단체는 지하창고 촬영을 거부하고, 두 사람은 대신 수 십 년 간 아프리카 콩고에서 사역했던 여자 선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여 선교사의 선교 사역을 듣는 가운데 자연스레 카메라는 아프리카 콩고를 찾아가고, 이어 기니비사우, 한국으로 이어지며 선교사들의 삶을 소개한다. 기독교영화에서 선교사만큼 심금을 울리기에 적당한 소재도 없고, 잊혀진 가방이라는 궁금증에, 많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가방을 찾아간다는 설정까지 제법 의욕적이고 그럴 듯한 전개다.

가방이 동기가 되었지만, 실제 영화는 5명의 선교사 이야기가 중심이다. 캠브리지 의대 출신으로 28살 때 콩고를 건너가 수 십 년을 사역했던 헬렌 로즈비어, 그리고 현재 콩고 현지에서 의료선교를 하고 있는 필립 우드 부부, 기니비사우 성경 번역의 산 증인인 아이사 아더, 그리고 20년 전 기니비사우로 건너가 사역하고 있는 한국인 이인응 선교사 부부. 그중 이인응 선교사의 경우는 눈시울이 시큰하다.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되는 딸이 불의의 폭행을 당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할 때까지는 참을 만 하지만, 딸의 무덤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 부부의 모습은 선교사역의 고단함과 고귀함이 절로 전해져 울림이 크다.

극의 흐름은 두 연예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하고픈 말을 다 할 수 있는 내레이션의 특성상 주제는 명확하다. 아프리카를 살릴 힘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화목과 평화 밖에 없고, 때문에 전심을 다해 아프리카를 섬긴다는 내용이다. 선교단체 지하창고에 있는 가방이 주는 메시지 또한 선교사들이 그 가방을 통해 하나님께 처음 받았던 소명을 되새기는 것처럼, 관객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소명을 새롭게 하자는 권면이다.

하지만 기획의도가 이해되고 주제가 명확하다고 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법. 아쉽게도 <잊혀진 가방>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우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일관되지 못하다. 두 연예인의 여행으로 영화가 시작됐다면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마땅한데, 아프리카 현장 화면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두 사람의 여행 이야기로 짐작했던 관객으로선, ‘잊혀진 가방’을 설명하기 위함인지, 아프리카 현지 선교사를 다룬 이야기인지 혼란스럽다. 선교사들을 다루는 비중 또한 일관되지 못하다. 어떤 이는 수십 분을 할애하는데 비해, 어떤 이는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다. 꼬집어 말하면 애초에 기획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그 촬영분을 얼기설기 끼워 맞춘 느낌이다.

영화는 교회에서 하는 설교나 간증과 다르다. 설득한다고 다 수용되지 않는다. 치밀한 구성과 준비에 따라 화면이 보여지고, 하고자 하는 의도가 세련된 방법으로 보여질 때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모처럼 일기 시작한 기독교영화의 바람이 지속되기 위해선 후속작품들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 기독교영화 관계자들의 동일한 목소리다. 기독교영화도 영화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영화를 꿈꾸는 사역자들의 각성과 분발이 요구된다.

잊혀진 가방 (The Forgotten Bag, 2010)
요약
한국 | 다큐멘터리 | 2010.07.29 | 전체관람가 | 88분
감독
김상철
출연
권오중이현우헬렌 로즈비어필립 우드   더보기
줄거리
왠지 이 가방은 내가 찾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오중은 아는 목사님으로부터 “잊혀진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길게는 70년.. 더보기
 
왠지 이 가방은 내가 찾으러 가야 할 것 같다!
오중은 아는 목사님으로부터 “잊혀진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길게는 70년 이상 영국의 어느 선교단체 지하 창고에 남아있다는 가방.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떠나면서 두고 간 가방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그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왜 그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가방을 찾아가지 않았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가방을 두고 떠나간 선교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들은 누구일까? 주인도 없는데, 한 번 열어보면 안 될까? 막연한 호기심에 오중은 친한 형 현우를 끌어들인다. 형도 궁금하잖아... 열어 보고 싶지 않은지? 주인 없이 수십 년 동안 남겨진 가방이라는데... 결국 두 사람은 잊혀진 가방을 따라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생각만큼 잊혀진 가방은 찾을 수 없고, 사건 사고만 끊이지 않는다. 가방을 도둑 맞고, 여권은 사라지고, 카메라는 놓고 오고, 계속되는 촬영 거부... 게다가 빗속에 북 아일랜드까지 가서 만난 헬렌 선교사님은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드 운전을 즐기신다. 잊혀진 가방은 고사하고 이 세상을 마감할 뻔 했으니!!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날아갔건만 도대체 그 가방과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게 정말 주님의 뜻이라고?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연히 지식채널 E - "크레파스" 편을 본 오중. 이인응 선교사는 기니비사우에서 사역하던 도중, 사랑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딸을 잃는다. 그러나 딸의 유품인 크레파스로 아프리카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한다. 오중은 내용에 크게 감명 받는다. 때마침 2009년 언더우드상 수상자인 이인응 선교사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오중은 현우를 데리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인응 선교사 부부를 만나게 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우. 하나님의 일을 하러 기니비사우에 갔는데 딸이 사고를 당하다니? 하나님이 정말 그것을 원했다면 가장 보호하고 사랑을 주어야할 선교사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잔인한 일이 일어나게 하셨을까! 그런데 이분들은 또 무엇인가? 계속 기니비사우에서 선교를 하신다고?

그럼에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잊혀진 가방을 찾을 때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어 가방의 행적을 쫓는 그들의 여행은 점점 복잡해진다. 호주, 영국, 북아일랜드에 이어 남아공, 세네갈, 우간다, 콩고, 감비아, 기니비사우까지! 아프리카에 들어와서는 이젠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를 묻기도 지겨워진다. 하지만 점점 갈 수 없는 곳을 가게 되고, 수십 년 전 사진 속에 있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님은,
왜 도대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하셨을까?

홈페이지
http://www.theforgottenb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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