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소요리 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450주년 기념 핵심노트 - (4)중보자를 아는 지식

미션(cmc) 2014. 1. 20. 13:27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450주년 기념 핵심노트 - (4)중보자를 아는 지식
김재윤 교수(국제신대)

중보자의 은혜에 참여케 한다

교회가 복음으로 함께 생명 누리는 고백 담아

개혁교회의 3대 신앙고백문서 중 하나로 꼽히는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450주년을 맞아 신학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이남규 교수(서울성경신대)가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탄생과 그 의미’를 고찰한 글에 이어, 문병호(총신대) 이성호(고신대) 김재윤(국제신대) 김병훈(합신대) 양신혜(칼빈대) 교수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주제별로 설명한다. 마지막 7편은 <특강 소요리문답>의 저자 황희상 강사(고신대)가 마인드맵을 이용해 요리문답 전체를 조망한다.<편집자 주>


   
  ▲ 김재윤 교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추구한 기독론은 지금 하늘에 계신 승천하신 바로 그 현재적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과 인격에 중심을 둔다.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기독론이 아니라 중보자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통해서 지금도 이 땅에 있는 교회를 그리스도께 연합시키는, 성령께서 사용하시는 복음의 내용으로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문답은 시간적으로 과거보다는 그리스도의 현재적 사역이, 범위로 보면 단지 십자가와 부활만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되신 중보자가 교회를 향해 베푸시는 모든 사역을 포함하는 포괄적 관점이 강조되었다.

요리문답에서 ‘중보자’라는 명칭은 ‘제2부 구속에 관하여’의 첫 부분인 12~19문에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사도신경에서 예수님의 첫 사역에 해당하는 성령잉태와 동정녀 탄생을 다룬 문답들인 35~36문답에서 유일하게 ‘중보자’라는 명칭이 다시 등장한다. 요리문답은 ‘중보자’라는 용어를 이렇게 배치해서 넓게 보자면 2부 전체가, 좁게 보자면 사도신경에서 ‘이 분’에 대해서 말하는 모든 부분이 사실상 ‘중보자’인 ‘구원자’를 말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12~19문답에서는 우리의 중보자가 참 인간이고 의로운 분이시며 동시에 참 하나님이셔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의 의는 인간이 지은 죄의 값을 다른 피조물이 치르지 못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중보자는 참 사람이셔야 하고(16문) 어떤 피조물도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에 참 하나님이셔야 한다고 설명한다.(17문) 얼핏 이 부분은 캔터베리의 안셀름(1033~1109)이 쓴 <하나님이 왜 사람이 되셨는가?>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인다. 안셀름은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누구도 이것을 감당할 수 없고, 사람이 아닌 어떤 존재도 이것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사람이 된 하나님(Deus homo)이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은 필수적이다”고 했다.

요리문답이 안셀름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어떤 사람들은 12~19문답이 복음을 말하기 보다는 이성적인 추론방식을 취했다고 해서 요리문답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안셀름은 그리스도와의 교제를 누리고 있지 않는 이성을 가진 일반 자연인에게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어야 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요리문답은 이미 그리스도안에서만 참된 위로를 찾고 있는, 신앙고백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의 요리문답적 대화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이 부분의 제일 마지막 문답인 19문은 12~18문에서 말한 사실은 성경 전체인 ‘거룩한 복음’에서 안다고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12~19문답에서 다루는 중보자는 바로 이 중보자에게 속해있는 자들에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를 말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접근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믿음의 확신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도신경의 해설부분인 요리문답의 29~52문은 사도신경을 참된 믿음의 내용으로 고백하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실재적인 유익과 위로, 은덕들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독특한 관점에서 사도신경의 각 항목을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요리문답은 고정된 어떤 교리를 설명하지 않고 성령께서 그 복음의 내용으로 지금도 우리를 그리스도에게 더욱 더 깊이 연합시키는 생생한 실재로 우리를 이끌고 계신다.

요리문답을 통해 고백하고 있는 ‘중보자’는 지금 우리가 속한 교회의 머리시다. 교회는 이 머리의 지체로서 요리문답 전체, 특별히 중보자에 대한 문답들을 통해 이 분을 고백하면서 더욱 더 이 분 안으로 얽매여 들어간다. 우리는 여전히 죄와 비참함 가운데 있는 상태이지만 요리문답으로 구체화된 복음의 설교 안에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우리의 ‘구속자’인 ‘중보자’가 지금도 교회를 자신의 은덕으로 무장시키신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지금도 이 문서를 교회의 고백으로 함께 받는 자들을 중보자의 모든 은혜 안으로 참여하게 하는, 그 분이 사용하시는 생생한 복음 설교이기 때문에 요리문답은 교회가 복음으로 함께 생명을 누리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