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곳곳에 내밀한 순교의 아픔
미신·우상숭배 만연했던 척박한 땅에 복음·구국 위한 피와 땀 서려
이기풍 목사 순교 발자취 더듬는 여정에 제주선교역사 녹아들어
▲ 산방산 앞 용머리해안에 있는 하멜상선기념관 외관 모습. |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이미 얻은데 이어, 최근 뉴세븐원더스재단에서 진행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지 7곳에 선정됐다. 굳이 이러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제주도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섬이요, 세계적인 관광지다.
제주도는 한 번쯤 가고 싶고, 다녀와도 또 다시 가고픈 ‘로망’의 대상이다.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절경과 그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자유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를 ‘환상의 섬’이라 부른다.
하지만 제주도는 적어도 100년 전, 순교적 각오로 이곳 제주도를 찾은 선교사의 발이 닿기 전까지는 미신과 우상숭배가 만연했던 영적으로 척박한 땅이었다. 위대한 자연유산을 가졌지만, 그 아름다움을 창조한 조물주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대한민국 본토보다 더 늦게 복음을 받아들인 제주도. 그럼에도 제주도 곳곳에는 크고 비밀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한 몸 목숨을 아끼지 않은 순교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세계가 인정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그 속에 숨겨진 소중한 기독교문화유산을 둘러본다면, ‘환상의 섬’에서 만나는 일생에 둘도 없는 환상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제주시내권-성내교회, 조봉호 기념탑
제주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100년 전, 정확하게 103년 전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순교자적 발을 내딛은 이기풍 선교사의 발자취를 찾는 일이다. ‘이기풍’이라는 석자의 이름을 빼놓고는 제주도의 기독교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 기독교역사에 있어 최초 교회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의 기독교문화유산을 찾는 발걸음이라면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제주성내교회를 찾아갈 것을 추천한다.
성내교회에 가면 최초의 성내교회 터에 세운 표지석이 있는데, 이 표지석에는 ‘제주도 개신교의 발상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교회 본당에 들어가면 100년 전 이기풍 선교사가 사용했던 강대상이 중앙에 놓여 있다. 지금도 이 강대상에서 복음의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성내교회에는 해방 무렵에 세운 이기풍 목사와 김재원 장로의 공적비가 예쁜 꽃이 만개한 화단에 세워져 있고, 최초 당회록과 제직회의록, 이기풍 선교사의 친필자료 등이 잘 보관돼 있다. 성내교회 입구에는 커다란 팽나무가 서 있다. 이 팽나무 아래에서 이기풍 목사가 제주도민을 모아 놓고 복음을 설파했다고 한다. 300개의 나이테를 두른 이 팽나무야말로 제주선교 100년의 역사를 한결같이 지켜본 살아있는 증인이다.
이기풍 선교사의 발자취를 짧게나마 경험했다면 이제 제주시가지에서 동쪽으로 2㎞ 떨어진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사라봉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사라봉공원 안에 3개의 하얀 기념탑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순국지사 조봉호 전도사의 공적을 기린 기념탑이다. 조봉호 전도사는 제주도 내에서 독립희생회를 조직후 현금 1만환을 모금해 상해임시정부에 보내다가 발각되어 일제에 의해 38세에 순국한 민족운동가다. 그의 유해나 묘가 없어 지난 1997년 제주도민 이름으로 애국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어 기념탑을 세운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라봉의 조봉호 기념탑을 보려면 가급적 오후 늦게 찾으면 좋다. 사라봉의 낙조는 영주 12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절경이며, 팔각정에서는 제주시가지와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③이기풍 목사가 사용한 강대상이다. 지금도 제주성내교회는 이 강대상을 사용하고 있다. ④사라봉공원에 있는 조봉호 전도사 순국지사 기념탑. ⑤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이기풍선교기념관 모습. |
동부권-이기풍선교기념관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에서는 이기풍 선교사의 면면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기풍선교기념관’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1907년 제1회 평양신학교 졸업 후 목사안수를 받고, 이듬해 1908년 제주도 선교사로 파송 받은 이기풍 선교사의 일대기와 생전의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이기풍 선교사는 입도한 이후 13년간 제주도내 10여개의 교회를 설립했다. 제주 선교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불살랐던 이기풍 선교사의 신앙유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 바로 이기풍선교기념관이다.
기념관은 사료실과 예배실, 세미나실, 400명이 동시에 투숙할 수 있는 숙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수련회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서부권-이도종 순교비, 강병대교회, 모슬포교회
①국방기념물인 강병대교회 전경. ②대정교회 예배당 앞 정원에 세워져 있는 이도종 목사 순교비. |
제주도 서남쪽에는 다소 많은 기독교문화유산들을 접할 수 있다.
먼저 찾을 곳은 대정교회다. 대정교회 예배당 앞 정원에 이도종 목사의 순교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제주출신 최초의 목사인 이도종 목사는 제주에서 일어난 ‘4·3사건’ 당시 순회예배를 인도차 가던 중 폭도들에 의해 붙잡혀 목숨을 잃은 순교자이다. 1948년 당시 고산교회와 대정교회를 시무하면서 순회하다가 양놈의 사상을 전하는 예수쟁이,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 구덩이에 생매장을 당해 순교했다. 이도종 순교비는 등록문화재 제38호이다.
죽음 앞에서도 예수를 부인하지 않은 이도종 목사의 신앙절개를 온몸으로 받았다면, 인근의 강병대교회를 찾아가자.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846번지의 강병대교회는 지방문화재 제38호로 등록된 군부대교회이다. 한국 전쟁이 일어난 뒤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되고 나서, 훈련장병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1952년 국군 공병대에 의해 건축된 공군부대 기지교회 역할을 했다. 이 곳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야학을 열고 지역 청년들에게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등 봉사활동도 펼친 곳이다. 건물 절반이 준공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국방기념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바로 인근 대정읍 하모리에는 기장 총회에서 역사유적지로 지정한 모슬포교회가 있다. 모슬포교회는 제주 산남지방 최초 교회로서, 이기풍 선교사 선교유적 자료와 4·3사건의 첫 순교자인 허성재 장로의 자료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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