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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못을 보았다. 나는
송진환
길을 가다 문득
녹슨 못 하나 보았다
얼마나 거기 오래 있었을까
벌겋게 시간 속을 삭고 있다. 허리는 꺾인 채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게다
손바닥에 올려본 못은 세월의 부스러기들
비늘처럼 털어 내며
허리는 이내 부러질 듯하다
순간 나도 온몸의 살들 떨어져나가고
녹슨 못처럼 뼈만 앙상히 남는다
언젠가 저 못처럼 뼈마저 삭아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을
허우적거리며 오늘도 바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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