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름다운 시

해남에서 온 편지

미션(cmc) 2008. 12. 29. 21:09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조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무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안 그러냐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란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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