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자를 만나다
무려 578억을 카이스트에 희사하여, 국내 기부금으로 가장 많은 돈을 내신 분이 계십니다. 그는 엄청난 부를 물려받은 분이 아니었습니다. 옷을 주로 남대문시장에서 5,000원 1만 원짜리 사서 입고, 신발도 20년째 신고 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집 전화기도 쓰레기장에서 주워 와서 10년째 쓰고 있습니다. 그는 1972년도에 세계 최초로 침술로 제왕절개수술 마취를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러시아 등과 교류하면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칠순의 나이에 ‘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가 되신 류근철 박사님이십니다.
그분의 재물관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원래 돈에는 귀신이 붙어있어 노여움을 잘 탑니다. 그러니 올바로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해를 입어요.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자꾸만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잠시 나한테 와서 쉬고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에 불편했어요. 지금은 두 발 뻗고 자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그분은 돈을 저축하기에 앞서 인간관계를 가장 먼저 저축하고, 그 다음에 건강을 저축했으며, 마지막으로 돈을 저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류 박사님이야말로 진짜 저축왕이었습니다. 아니 그가 진짜 부자였습니다.
#단풍 앞에서
아들아. 단풍을 일러 누군가가 ‘숲 속의 시인’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가을을 읽어내니 그럴 법도 하지. 그런데 단풍이 왜 붉게 물드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니? 단순히 수줍음을 넘어서서 거기에는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이 있음을 잊지 말거라. 살을 에는 추위와, 비바람 몰아치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려면 몸 안의 물기를 제 스스로 빼내야 한단다. 그러니까 앞으로 불어 닥칠 삭풍에 맞서기 위해 제 육신을 비우는 게다. 자기를 비우면 비울수록 단풍은 더 곱고 아름답단다. 그것만이 아니다. 바람이 거셀수록 억새의 춤사위는 더 화려해지고 현란해지는 법이다.
요즘 경제지표는 사람들을 울적하게 만든다. 모두들 울상이다. 거리조차 썰렁하다. 예측 불허의 경제공황이라는 눈보라가 휘몰아칠지 모른다. 바로 지금이 단풍의 역설과 억새의 이치를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힘 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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