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어법을 뜻하는 ‘악시모란’(oxymoron)은 고대 그리스어 ‘옥시모로스’(oxymoros, oxys와 moros의 합성어)에서 유래합니다. ‘oxys’가 날카로운(sharp)과 예리한(keen)을 나타낸다면 ‘moros’는 어리석은(foolish)이란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oxymoron’은 문자 그대로 ‘sharp fool’(똑똑한 바보)이 되고 맙니다. 모순어법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인 셈이지요. 사전은 ‘상반된 어휘가, 때로는 강조와 효과를 위하여 함께 사용된 수사법’이라고 정의합니다. ‘솜방망이’가 대표적입니다. 솜과 방망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가벼운 징계란 의미를 담아냅니다.
성경에는 이런 모순어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having nothing, having it all’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지만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의미이고, ‘living on handouts, yet enriching many’은 동냥으로 살지만 많은 이를 부유케 한다는 의미이며, ‘terrifically alive, though rumored to be dead’는 죽었다는 소문에도 끈질기게 살아 있다는 뜻이고, ‘ignored by the world, but recognized by God’는 세상에 무시당하나 하나님께 인정받는다는 의미입니다. ‘immersed in tears, yet alway filled with deep joy’는 늘 슬픔에 잠겨 있으나 깊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지요. 이렇게 보면 값진 인생이란 역설을 이해하는 데서 더 풍요로워지는 듯합니다.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재경동문회를 찾았습니다. 높은 선배들 대신 ‘금 일봉’씨만 오고, 돌아올 때는 상품도 한 아름 가져가라는데, 여전히 술 파티에 정기총회를 겸한 송년회라 그렇고 그런 자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 몇몇이 조용히 빠져나와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다 말고 엉뚱한 생각을 했지요.
‘설탕을 넣어 달게 만든다. 커피를 넣어 쓰고 검게 만든다. 프림을 넣어 희게 만든다. 그리고 팔팔 끓여 뜨겁게 만든 후 차게 만들려고 후후 불어 가며 마신다.’
이건 역설인가요? 독설인가요?
'유 머 > 행복제안(송길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만 시간 도전 (0) | 2009.03.03 |
---|---|
스님으로부터 받은 세뱃돈 (0) | 2009.03.03 |
어쨌든 ‘여자는 여우’ (0) | 2009.03.03 |
고부사이, 부부사이 (0) | 2009.03.03 |
“여보 암이래!” (0) | 2009.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