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성전 봉헌 이야기
소록도에서 이어지는 촬영으로
지쳐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잠시 쉬고 싶은 생각에 발길을 돌리는데
교회 안에서 희미하게 찬송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였습니다.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 할머니는 당황해 하셨습니다.?
“할머니, 이렇게 넓은 곳을 혼자서 청소하시는 거예요?”
“오늘은 혼자네.”
“힘드실 텐데,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특별한 이유가 뭐 있을라고.
그저 우리 손으로 만들었으니 마음이 각별하지.”
“교회를 직접 지으셨다고요?”
“그럼, 우리는 손에서 피가 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게 보여도
아픈 줄 모르잖아.
오히려 병이 있는 게 다행이었지 뭐.
그 덕분에 끝까지 계속할 수 있었으니까.
멀쩡했으면 못했지, 못했을 거야.
벽돌 한 장마다 우리 피가 묻지 않은 것이 없어.”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병에 걸려서 고통 없이
교회를 완공할 수 있어 다행이라니….
할머니의 말에 나는 더 이상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들은 힘쓰는 일을 했고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팔기로 했어.
교회 지으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그때 나는 몸이 아파서 머리카락을 내놓지 못했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
이제까지 건축 헌금을 계속하는 것도 그래서야.”
할머니의 두 눈에는 자부심과 겸허함이 함께 어려 있었습니다.
소록도에는 일곱개의 교회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두 곳이 폐쇄되어 다섯 개 밖에 남지 않았지만,
하필 일곱개였다는 사실을 듣는 순간
사도행전과 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를 떠올린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 「기도하는 섬, 소록도」/ 김동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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