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기록보다 중요한 것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우리나라는 산악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14명뿐인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가 3명을 보유하고 있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이다. 엄홍길은 탱크라는 별명처럼 과감히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1986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15년에 걸쳐 14좌를 완등했다. 그 과정에서 10명의 동지들을 잃었다. 박영석은 설득형 리더 스타일로 1991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해 11년 만에 14좌를 완등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7명의 동료를 잃었다. 한왕용은 차분하고 여유 있는 스타일로 1993년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선 후 11년 만에 완등 하였는데 다른 완등자와는 달리 1사람의 동료도 잃지 않았다. 기록보다 생명 우선에 철저했던 그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한왕용은 말한다. “삶에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14좌 완등은 내가 좋아서 했으므로 몇 번째 등정이든 상관없다.” 그는 정상을 코앞에 두었더라도 날씨가 나빠지면 단호히 되돌아서곤 했다. 세계 최초로 14좌를 등정한 라인홀드 메스너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14좌에 대한 목표는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도, 정말 중요한 것은 정복이 아니라 생명이라고 했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오르지만 기록 앞에서 그 말을 지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무리한 욕심과 지나친 경쟁으로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나 최고, 1등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렇다보니 1등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기록에 대한 집착 역시 1등지상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이 중요해도, 기록 자체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기록 달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누가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1등을 했는가에 관심이 없으시다. 2달란트, 5달란트를 맡은 종들처럼 최고는 아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잘 활용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으시다. 교회 안에도 기록이 우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교회, 한국에서 십일조 1위, 40일 금식, 100일 철야, 수석 합격, 1등 졸업, 이런 숫자 자체가 목표가 돼서, 그 숫자에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내가 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얼마나 확장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록의 욕심을 버리고 신앙적 순수함으로 모든 일을 행해야 할 것이다.
'신학연수과 > 칼 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칠도(人生七道)와 복음삼도(福音三道) (0) | 2010.01.13 |
---|---|
개구리와 올챙이 (0) | 2010.01.13 |
퍼펙트게임의 의미 (0) | 2010.01.13 |
진정한 인생 코치 (0) | 2010.01.13 |
1818인생과 8848인생 (0) | 2010.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