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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다시 찾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미션(cmc) 2010. 4. 2. 18:16
     
    개미가 꼬물꼬물 집을 짓는 소리. 
    먼산에서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까지도.  
    난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조물주께서는 내게서 말할 수 있는 힘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앗아가셨지만 
    이 소중한 귀를 주셨습니다. 
    제 나이 스물 다섯... 
    한 남자를 만났고 사랑했기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아이가 
    제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지요.
    세상 모든 것이 제것인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스물 여섯의 어느 날 저는 
    출산의 아픔을 느꼈고... 
    그리고 까마득하게 멀어져갔던 그 기억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소중한 내 아이는 
    제 곁을 떠난지 오래였고 더 이상 제 모습도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였지요. 
    그 뒤 쉴새 없이 휘몰아쳤던 
    제 앞의 삶의 모습들...  
    식물 인간이 되다 싶이한 딸을 
    차마 볼 수 없다시며 농약을 마셨던 어머니... 
    그리고 시시때대로 나 역시도 이 견딜 수 없는 
    삶을 끊겠다고 몸부림쳤던 나날들.  
    남편과는 그렇게 이혼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숱한 세월이 그렇게 
    마냥마냥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때의 하루는 왜 이 모진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치열한 싸움이었지요. 
    그러나 쉰을 넘은 어느 날 동생이 그랬습니다. 
    "누나만 불행하진 않아?  
    정상으로 보이는 사람도 너무 많은 아픔 속에 살아.
    그러지 말고 한번 세상을 봐. 
    " 그리고 자기도 얻었다면서 제 방에 
    넣어주었던 컴퓨터 한 대.  
    그렇게 작년 8월 저는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만났지요. 
    내가 그토록 몸부림치고 있는 동안 세상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잘 흘러가 있었더군요.  
    남동생이 설치해준 인터넷으로 
    그렇게 늦어가는 황혼에 저는 
    다시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하루하루 일기를 써 나갔지요.  
    나의 슬픔.  나의 기쁨.  나의 사랑. 나의 삶.  
    달라진 모습에 남동생이 
    우선 가장 기뻐했지요.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인터넷 동호회 클럽에도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지금의 '그'를 만났지요.  
    컴퓨터 오른쪽 상단에 편지가 깜빡 거려 열어보니 
    어떤 장난 가득한 사람의 글이 보였습니다. 
    "저는 고양이 빼놓고는 별로 
    무서울게 없는 사람입니다. 
    무서워하지 마시고 대화라도 나눠보실래요?" 
    난생처음 컴퓨터에서 그렇게 
    타인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따뜻한 느낌 참 오래갔습니다.  
    그후 틈나는 대로 만났던 그 사람과의 대화. 
    제 시를 나누기도 했고, 
    제 삶을 이야기 하기도 했고, 
    그런 얘기를 다 들으면서도 그는 내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요.  
    그리고 어느날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순간 겁이 나서 "만날 수는 없으니 
    다시는 메일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또 그에게서 온 편지. 
    " 왜 그렇게 겁먹고 그러세요.  
    그럼 나중에 때가 되면 만나요. 우리 " 
    그때 저는 제 마음을 쓴 한통의 편지를 썼지요. 
    "저를 얼마나 알고 계시는지요? 
    저는 말 못하는 벙어리입니다.  
    그러나 우리 개울에 살고 의 다슬기 이야기. 
    바람불어 떨어지는 매실이 땅을 구르는 소리.
    고추가 땡볕에서 익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보다는 이런 자연이 
    제게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은 
    오래전 기억으로 사라져 있습니다. 
    이대로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이런 제 간곡한 편지에도 
    저를 놓지 않으셨지요.  
    그분의 나이 쉰 여섯...  
    저랑은 동갑에 외아들이 기계설계사이고 
    젊은 날에는 포항제철에 근무하셨다고 했지요. 
    지금은 집에서 조그만 설계를 하시면서 
    소일하는데 작년 2월에 부인을 
    폐암으로 잃었다구요.  
    저를 알고 난 이후부터 담배가 엄청 늘어서 
    하루에 두 갑을 피우고. 
    차를 타고 가다 신호위반 걸리기가 일수라면서 
    절보고 책임을 지라 하시더군요. 
    그분의 그 싱거운 이야기들에 어느덧 저도 
    그동안 잊고 있던 삶의 웃음이 돌아오곤했지요.
    그리고 어느날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알려주었는데 어느날 꿈 속처럼 
    창문을 두드리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지요. 
    설마했는데...  
    말도 못하는 날 보면 정이 떨어져서 
    다시는 컴퓨터로도 만날 수 없을까봐 
    그렇게 겁을 냈는데 그런데 그분 저에게 
    "경희씨 맞나요?" 
    그렇게 그분은 제게로 다가왔고, 
    그날 오래도록 그와 이야기를 나눴지요.  
    저는 말을 못하니 그분 혼자 묻고 대답하고 
    그러셨지만 그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돌아가시면 
    "경희씨. 내가 한번 안아볼 수 있을까요?" 
    하시며 꼬옥 안아주셨을 때 
    그렇게 10분 넘도록 저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따뜻함이 이 늦은 나이에 
    나에게도 오는구나.  
    그분 그러셨지요.  
    "경희씨.  우리 이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순 없다고 해도 이 인연 
    우리 삶이 끝나는 날까지는 함께 합시다.  
    내가 얼마나 경희씨한테 도움을 받고 있는지 
    경희씨는 모를거에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후 지금도 종종 그는 저를 만나기 위해 
    이 산골짜기를 찾아오시지요.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 몸 둘 바를 모르지만 
    그래도 이 소중한 인연 그분의 말씀처럼 
    영원히 계속될 수 있기를 
    큰 욕심으로 빌어봅니다. 
    별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언약... 
    죽은 날까지 함께 하렵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