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바람이 찬 봄날, 화분을 손보러 빨간 벽돌집 뒤쪽 공터로 나오니 다섯살 바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 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이기만 했다.
"빨리 말해.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그 아이가 뭔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 들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봐." 나는 속으로 '어허, 제법이네.' 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은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하며 벽에 붙어 서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가끔씩 노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곤 했다.
오늘은 색색 플라스틱 포크에 토끼모양으로 깍은 사과를 들고 나오다가 무심결에 햇볕이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추고는 금세 옮겨가는 햇볕이 얄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 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 정수정*옮김 -
참 이리도 맑고 순수한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난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앞으로도 이런 꿈을 꿀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 아이들은 우리의 빛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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