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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손질

미션(cmc) 2011. 6. 23. 08:55

머리 손질
 

외출 준비를 한다.

나의 경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신경을 써야 할 데가 머리다.

숱이 많아 보이도록 젤과 에센스를 발라 가지런히 세워보기도 하고 빨래 널듯 옆으로 빗어보기도 한다.

나름대로 만족하는 날은 외출해서도 거울을 보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어색하고 자신이 없어 내 모습이 거울에 비춰지는 것을 피하기도 한다.

이런 날은 외출에서 돌아오면 더 피곤하다.

젊은이들 머리를 유심히 본다.

찰랑거리는 머리에 윤기가 반질하여 예쁘고 건강해 보인다.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도 파삭파삭한 것이 추수하고 난 후의 지푸라기 같다.

난 제대로 된 알곡도 없는데 머리카락만 추수를 한 것일까?

어려서부터 머리숱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해 전 머리감기가 두려울 정도로 빠졌다.

급한 대로 약국에 문의하니 머리 밑이 붉어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진 것이 탈모 증상이라며 약용 샴푸를 권했다.

녹차 우려낸 물로 마지막 헹굼을 하기도 하며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얻어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

옛날 여인들이 단오 때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윤기가 나고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도 지역의 문화 행사로 치러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대표 화가 신윤복의 ‘단오도’ 속 여인들의 검고 윤기 있고 탐스러운 긴 머리가 유난히 눈에 띈다. 예나 지금이나 머리숱이 많고 윤기 있는 머리는 여인들의 바람이요 미인의 조건인 듯하다.

어릴 적 할머니가 아침에 일어나셔서 쪽진 긴 머리를 풀어 참빗으로 정수리부터 어깨 아래까지 빗어 내리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뾰족한 빗치개로 한 올 흐트러지거나 삐뚤어짐 없이 가르마를 타고 동백기름을 손에 덜어 머리에 골고루 쓰다듬듯 바른 후 다시 빗으면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가지런하다.

그러한 긴 머리를 감아올려 쪽을 찌고 비녀를 꽂은 후 뒤꽂이로 멋을 내시던 정갈하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본 평범한 여인들의 유일한 머리손질법이요 멋 부린 모습으로 기억한다.   

나의 머리카락까지도 세시는 주님, 제 머리카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오늘은 몇 개가 빠졌나요? 새롭게 난 것도 혹~시 있나요?

내 머리지만 나도 모른다. 주님만 아신다.

그러고 보니 그것만 아니라 모르는 것이 이것저것 너무 많다. 

하교길,

초등학교 1~2학년 예쁜 여자 아이들 머리에 헤어밴드,

리본,

핀,

부분가발까지 다양하게 멋 내기를 했다.

뭘 해도 예쁘고 귀엽다.

내 머리엔 커다란 흑장미 한 송이 꽂으면 어떨까?


-정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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