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생활 신앙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34)] 검소한 생활에 대해서

미션(cmc) 2011. 6. 23. 17:17

   
  ▲ 방선기 목사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부자 나라인 미국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풍요롭게 살면서도 다들 힘들다고 한다. 분명히 예전보다 소득이 꽤 늘어난 사람들이 많은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소득 이상으로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출이 늘어난 것은 인플레가 한 요인이지만 더 큰 요인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진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는 여유 있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 해결책은 좀 더 버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검소한 삶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검소한 삶을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풍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기대하는 삶의 모습이라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검소한 생활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선물을 즐기되 지나치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 검소한 생활이다. 검소한 생활은 금욕적인 생활과 다르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창조 세계의 풍요를 기쁘게 누릴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들의 필요를 채우기에 충분한 것을 허락하셨다. 그러므로 우리의 필요를 채우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소한 생활은 인색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절약하지만 나눌 줄 모른다. 그러나 검소한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절제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나눌 줄 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절제한다. 크리스천에게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검소한 생활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절제하되 다른 사람에게 인색하지 않은 삶이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자칫 율법주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검소한 삶을 누가 강요해서 의무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해야 복되다. 그렇기 때문에 검소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원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강요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소하게 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 멋진 크리스천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하는가? 크리스천이 검소한 삶을 살아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경제적 차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절약하는 것이 첫 번째 해결책이다. 어려울 때는 당연히 검소해야 한다. 더 많이 버는 것만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덜 쓰려는 자세가 있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검소한 삶은 이렇게 경제적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윤리적인 차원에서도 검소한 생활은 필요하다. 오늘 우리는 풍요하게 사는 동안 소외된 이웃들이나 지구의 다른 편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당연하고 떳떳하다고 주장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경제 문제를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어려움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을 믿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경제적 풍요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지 않고 그저 자기 마음대로 살수는 없을 것이다. 병든 걸인이었던 나사로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부자처럼 되어서는 곤란하다(눅 16:19-31).

영적인 차원에서도 검소한 생활은 필요하다. 주님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하셨다(마 6:24). 사도 바울도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했고(딤전 6:10) 어떤 형편에든지 자족(自足)하는 비결을 배우라고 했다(빌 4:11). 검소한 삶을 살면 돈에 대해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하나님을 더 잘 섬길 수 있다.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된다(딤전 6:6)는 말씀처럼 검소한 삶은 영적으로 더 성숙하게 해준다.

그러면 어떻게 검소하게 살 것인가?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형편과 개인의 은사에 따라 모습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검소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 원리를 알아야 한다. 우선 필수품과 사치품의 구별이다. 삶에 꼭 필요한 것은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치품은 절제해야 한다. 물론 이 둘의 구별은 문화와 기호, 형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획일적 구분은 율법주의에 빠질 수 있다. 개인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건덕에 문제가 없도록 구별해서 결단하면 된다. 함께 논의해 보는 방법도 좋다.

창의적인 취미와 신분 과시용 소비는 구별해야 한다. 검소하게 산다고 삶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즐기고 싶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절제해야 한다. 자신의 경제력을 넘어선 취미생활도 당연히 자제해야 한다.

특별한 축하 행사와 일상적인 이벤트도 구별해야 한다. 특별한 날에 풍성하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풍성함에 젖어버려서는 곤란하다. 이런 기본적 원칙들을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검소한 생활의 규범을 만들어보면 주님이 기뻐하시는 검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