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한국 교회사

[ 새로운 100년을 열어간다 (1) ]한국장로교의 자화상

미션(cmc) 2011. 8. 22. 09:30

[ 새로운 100년을 열어간다 (1) ]
1. 한국장로교의 자화상

 

2012년은 한국장로교가 설립된 지 100주년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경사스러워야 할 한국교회는 예상외로 조용합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불미스런 일과 사건들로 인하여 세상으로부터 쉬지 않고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가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도하면서 장로교 역사를 점검하고, 교단이 나갈 방향을 30회에 걸쳐 연재 합니다. 한국교회의 역사부터 최근에 일어난 교단의 합동, 그리고 다가올 100년의 계획도 분야별로 꼼꼼히 정리하여 게재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일러스트=강인춘  

다시 희망의 얼굴로 뒤돌아보자

분열과 부정으로 깊게 주름패인 한국교회
과거를 품고 오늘을 읽어 내일을 열어가야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보다는 조롱당하고 훈수를 듣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 등대가 되어 갈 길을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은 어린양처럼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 좀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한국교회에 희망은 없다고 단언적으로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기독교인이라면 어디서든지 당당했는데 지금은 교회에 다닌다는 말을 할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영광이 아니라 부끄러움으로 다가올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회개의 모습도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확대된 면도 있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교회의 부정적인 면들이 대문짝만하게 언론에 실리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존경할만한 어른은 커녕 지치고 힘들 때 어디가서 위로를 받을만한 교회나 목회자 한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 힘이 듭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어디에 서 있나요?

연초에 터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분열은 한국교회의 썩은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금권선거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라는 여론이 세상을 향해 일파만파 퍼져나갔지만, 이면에는 ‘왕좌’를 차지하려는 명예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2013년 부산에서 개최키로 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협의회(NCCK)와 예장통합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알고 보면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명분없는 자리다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엊그제 총회를 열고 시끄러운 일들을 일단 봉합한 듯 하지만, 언제 또다시 대형사고가 터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한기총을 해체하라는 여론이 높습니다. WCC 총회를 목전에 두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양상이 물밑에서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준비위원장이나 각종 자리를 놓고 싸우다가 더 큰 상채기만 낼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특정인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도 들립니다.

상좌에 앉기 위해 교단을 가르고, 교파도 가르고, 노회도 가릅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즈음이면 각종 권모술수를 다 쓰다가 결국 세상 법정에 고소하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감리교 사태도 아직까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순복음, 침례교, 웬만한 교파 중 성한 곳은 별로 없습니다. 남을 죽여야 내 명예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기독교 단체나 교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감투를 좋아하는 목사들이 많다보니까 목회자 개인의 이력을 보면 시시껄렁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는 것을 종종 봅니다. 심지어 가짜 박사도 이력이라고 버젓이 올려놓은 경우도 있고, 별 볼일 없는 집회까지 빼곡히 적어놓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마도 ‘짝퉁’을 찾는다면 교회부터 살펴보는 것이 빠를 지도 모릅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인 여의도에서도 이 모양 저 모양 말들이 많습니다. ‘자리를 내려놓았다’, ‘따로 시작할 작정이다’ 리더십 이양은 분명히 이뤄졌다는데 잡음은 끊이질 않습니다. 청년이 가장 많이 모인다고 소문났던 서울의 어느 교회는 성추문으로 담임목사가 물러났고, 예장통합 총회장소로 거론되었던 서울 강북의 모 교회와 개척당시부터 눈길을 끌었던 분당의 모 교회는 목사 측과 반대 측의 거센 힘겨루기로 한창 ‘전쟁 중’입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목회자의 윤리적 문제나 돈에 얽힌 내용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서글픕니다. 호남지역의 모(母) 교회로 칭송을 받던 ○○교회 역시 지난해부터 소용돌이에 휘말려 교회와 반대측 사이에 소송만 200건이 넘습니다.

이들 교회는 한 때, 교회 내부는 물론 세상 밖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존경을 받았던 터라 충격의 여파가 더 큽니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회가 어디, 이들 교회뿐이겠습니까?

교회 분쟁의 정점에 연루된 교회를 보면 꼭 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은퇴를 하면서 퇴직금을 더 챙기려 한다든가,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예산을 편법으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입니다. 자녀를 유학 보내고 수시로 해외를 들락거리는 목사도 많습니다. 매월 받는 사례비로 자녀를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 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분명히 특권이나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렇지 않다고 극구 부인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찾는다면서 내 명예와 안락만 추구하는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최저생계비도 받지 못한 채 주님만 부르짖고 있는 동료와 교회들도 많은데 외면합니다. 내 교회 확장, 내 차 마련, 내 자녀 유학, 교회가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나 밖에 모릅니다. 내 가족만 챙깁니다. 내 교회만 배불릴 것을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영광스런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교육, 의료, 문화, 사회사업 등 교회가 실시했던 모든 것은 바로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되었습니다. 민족의 고난에 운명을 같이하고, 민족을 선도했던 영광스런 교회가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십자가에 못박고 있습니다.

추락하는 한국교회가 언제 회복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답, 또한 한국교회가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