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시간의 무게가 아름다움을 만든다
[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8)사진은 빛과 시간의 조화–파도를 아주 느리게
지난번에는 독수리가 비상하는 사진을 빠르게 찍어 순간동작을 포착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 소개할 사진은 반대로 시간을 아주 느리게 하여 더욱 아름다운 파도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첫날 빛을 창조하셨습니다. 빛이 없으면 아름다움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아름다운 동굴일지라도 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빛이 비춰지면 감추어졌던 지하 세계가 아름답게 연출되는 것처럼, 빛은 아름다움을 밝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입니다. 모든 사진은 빛을 어떻게 조절하고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물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똑같은 장소에서 찍는다고 해도 똑같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더 좋은 사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뒤따라야만,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메라는 여러 가지 촬영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시간을 조절하는 모드(S)와 빛을 조절하는 조리개(A) 우선 모드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이 둘을 잘 조화하여 좋은 작품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가의 카메라는 빛을 무제한(B)에서 1/8000까지, 조리개를 0.95까지 활짝 개방하거나 아니면 16-32까지 조일 수 있습니다. 이 두 기능은 마치 자동차의 가속기와 브레이크처럼 상반된 기능입니다. 하지만 그 두 기능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서 쾌적한 운전을 하는 것처럼, 카메라도 기계식(M) 모드에서 조리개와 타임을 잘 조화시킬 때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사진은 세계적 해넘이 명소인 발리 해변의 파도를 담은 것입니다. 밝은 낮 시간이기에 렌즈의 빛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ND 필터를 장착하여 같은 위치에서 조리개를 22로 조였습니다. 그리고 타임을 10초, 20초, 30초, 45초까지 다양하게 조절하여 찍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시간과 빛의 양에 따라 다양한 파도의 모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자동모드로는 담을 수 없는 사진들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아래 우측의 사진은 가장 많이 빛을 억제하여 파도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을 담은 것으로, 마치 사원과 섬이 안개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눈속임이나 포토샵이 아니냐고 따지지만, 사실 이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 이상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아무리 값비싼 카메라가 좋다 해도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스마트폰 사진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름길이며, 계속해서 사진기를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이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가의 카메라 하나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눈입니다. 사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을 모방한 기계입니다. 우리의 눈을 조절하는 열쇠는 마음입니다. 늘 아름다운 마음의 모드로 세상과 사람을 담아, 아름다운 영상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지게 해야 합니다.
글·사진=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원로)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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