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진 방/힐링(이규왕목사)

허물을 사랑으로 덮어주는 세상 꿈꾼다

미션(cmc) 2018. 4. 15. 06:08



허물을 사랑으로 덮어주는 세상 꿈꾼다

[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6)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설경(雪景)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기대 중 하나는 소복이 눈 쌓인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만약 성탄절에 정말로 폭설이 내린다면 오히려 눈길로 인해 교회 출석도, 주차장 제설 작업도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천하가 하얀 눈에 뒤덮이는 설경이 없이, 매서운 바람과 추위만 있는 겨울은 왠지 삭막하고 별로 반갑지가 않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중 한 곳이 가까운 일본 북해도(北海道)이다. 물론 북해도라고 해서 언제나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타이밍이 잘 맞아야만 한다. 그래서 사진작가에게는 기도가 필요하다.

필자가 북해도 공항에 도착할 무렵 조금씩 내리던 눈발이 숙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굵은 눈발로 변했다. 밤새 눈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창문을 열고 확인하면서, 내일 아침이면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깊은 잠을 자지도 못한 채 날이 밝기 전 새벽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전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가 숙소 옆을 흐르는 개울로 달려갔을 때, 예상했던 대로 하얀 눈을 소복하게 뒤집어 쓴 조약돌이 반겨주었다.

마침 다리 아래를 비치는 가로등 불빛을 이용하여 촬영하고자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장착했다. 평소보다 시간을 길게 주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어두운 시내를 수놓고 있는 조약돌의 군집(群集)을 이리저리 사진에 담았다. 밝은 낮에 찍었다면 주변의 지저분한 것들이 거슬렸겠지만, 어두움에 잠긴 채 오로지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조약돌들만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전에 포착해보지 못한 이색적인 사진이지만 신문 지면이 제한되어 여기 담을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필자가 원하는 설경은 한국에서 담을 수 없는 스케일 큰 사진이었다. 넓은 대지를 하얗게 덮은 아름다운 설경을 말하는 것이다.

아침 식사를 끝낸 후, 본격적으로 설경을 보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차창을 스치는 눈 덮인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사진기에 담았다.

온 천하가 흰 눈에 뒤덮인 평원과 잡목이 우거진 야산을 지나자, 멀리 보이는 흰 능선 위에 농가와 이어진 숲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드디어 마치 크리스마스카드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설경이 나타났다. 아름답게 느껴진 설경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사진이다.

하얀 눈에 뒤덮인 채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설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눈이 오기 전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어지러웠던 사물들이 온통 하얀색에 뒤덮인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아름다움이 며칠이 지나면 태양 빛 아래 사라지고, 원래대로 얼룩지고 추한 모습들이 다시 드러나겠지만 한시적으로나마 흰 눈은 그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덮어준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허물과 치부를 들추며 이른바 ‘신상털이’를 하고, 악플을 다는 것을 마치 사명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연 그것이 정의로운 일일까? 그 사람은 허물과 약점이 전무한 의인일까? 만일 자신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맞바꾸어 생각한다면, 자기 허물을 덮어주기 원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허물도 덮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불의와 죄인들이 전무한 유토피아가 아니다. 오늘 설경이 주는 메시지처럼 갈수록 더 추악해지는 세상 속에서 할 수만 있으면 다른 사람의 허물을 사랑의 흰 눈으로 덮어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 진정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

글·사진=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원로)  ekd@kid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