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자연과 함께 살다
[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1)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사는 사람들-필리핀의 계단논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는 작가들이 선호하는 명소들 중에 ‘계단 논(다랑이)’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 사진은 필리핀 바나우에의 계단 논으로 이푸가오(Ifugao)족이 2000여 년 간에 걸쳐 만든 것이다. 바나우에(Banaue), 하파오(Hapao), 바타드(Batad) 지역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무려 이틀이나 걸리는 머나먼 여정을 통해 계단 논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는데, 꿈과 희망과 열정으로 17년 동안 원주민 아이타부족 선교의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양남일 선교사님의 큰 도움을 받았다.
필리핀은 기후적으로 이모작이 가능하며 특히 벼농사하기가 좋은 곳이다. 그래서 필리핀은 쌀을 수출하는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주변 나라들로부터 수입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단기선교 팀이 현지인들을 방문할 때 가장 반기는 선물이 다름 아닌 쌀이라는 아이러니도 생겨난다.
우리나라는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69.8kg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필리핀의 1인당 쌀 소비량은 무려 119kg에 이른다고 한다. 벼농사에 좋은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에서 쌀 자급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많은 섬과 높은 산악지대로 농경지가 부족하고, 둘째 잦은 태풍으로 농사 피해가 크고, 셋째 높은 인구와 쌀 소비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농사가 불가능하게 생각되는 산악지대에까지 계단 논을 만드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계단 논을 만든 이푸가오 원주민은 기득권을 가진 타 부족의 반발과 공격으로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가, 60~70도 수준의 경사에다 높이가 해발 1500m에 이르는 마나우엔에 정착하게 됐다.
논농사는 고사하고 밭농사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으나 이푸가오종족은 그러한 환경에 순응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친환경 농사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계단 논 농사법을 개발한 것이다.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V자를 그리는 급경사가 연속되는 지형이지만 이푸가오족은 서로 힘을 합하여 밀림을 베어내고 땅을 개간했다. 경사가 가장 낮은 지역부터 구불구불한 등고선을 따라 돌과 흙으로 논둑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 위 등고선에 또 논둑을 만드는 방법으로 계단 논을 완성한 것이다.
논농사는 무엇보다 물을 열고 닫는 관개(灌漑)시설이 중요한데 이푸가오족은 산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유실하지 않고, 논둑 사이에 대나무로 파이프 수로를 만들어 맨 위층 논에서부터 차례로 맨 아래 논까지 적절하게 수량을 조절하며 논농사를 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여 년 동안 논을 유지 보수하고 또한 새로운 계단 논도 계속 늘려왔는데 그 길이를 합치면 지구 반 바퀴를 돌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자연 환경에 순응하는 인간의 위대한 작품인 계단 논 군락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면서 유명 관광지가 되어 수시로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에도 도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떠나는 바람에,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한 계단 논의 하자보수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논둑 속에 숨어 지반을 연약하게 만드는 약 30cm 크기의 지렁이들이 방치되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과 비로 인해 계단 지반이 연약해지고 있다.
탐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2000년 세월동안 이푸가오 종족들이 서로 더불어 계단 논을 만들고 보수하고 추수하며 소복하게 모여 사는 동네를 만났다. 동네에서 가장 큰 건물이 예배당인 것을 보며 정겹고도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안고 마닐라를 향해 차를 돌렸다.
글·사진=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 원로)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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