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성인식 ‘바르 미쯔바’, 독립된 인격 깨닫는 교육 이벤트
13세 생일은 ‘성인식’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행사
부럽다. 얄미울 정도로 부럽다. ‘우리 사랑하는 자녀에게 이런 것을 해주면 어떨까?’라고 상상하던 것을 이미 유대인들은 ‘풍습과 전통’으로 해오고 있었다. 유대인의 저력을 또 한번 확인해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미주교육신문이 확인한 유대인 성인식은 ‘종합 교육 이벤트’의 장이었다. 정체성 이슈, 경제 관념, 미래를 위한 자금 준비, 자원봉사, 퍼블릭 스피치가 모두 한 이벤트에 녹아있었다. 부모들은 이를 통해 ‘앞으로의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본인과 하나님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성인식에 참석하는 당사자는 드디어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받으며 전율한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이 13세 생일을 맞는 날에 우리는 무엇을 해주었나? 생일 카드, 생일 선물? 이와 유대인의 성인식을 비교하자면? 역시 부럽기 짝이 없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사춘기로 고민한다. 하지만 ‘자녀들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하려고 애쓰고, 감싸주라’는 식의 조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대인은 독립된 인격임을 깨닫는 교육 이벤트로 성인식을 발전시켰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정체성을 심어줄까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고, 무엇을 하더라도 단발성으로 끝나기 일쑤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1년 동안의 성인식 준비를 통해 내가 무엇이며, 왜 이 세상에 나왔으며,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 성인식은 정체성 확립 선언의 장이 된다. 여기에 퍼블릭 스피치는 덤으로 돌아온다. 1년 동안 자신이 성인식에서 할 설교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원고를 다듬고, 이를 대중 앞에서 말하는 훈련을 한다. 성인식을 빙자한(?) 에세이 교육이요, 퍼블릭 스피치 클래스다. 유대인들이 말을 잘하는 데는 이런 비결이 있었다.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사회생활의 종자돈을 마련해주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성인식에서 선물받은 수만불로 주식투자를 하고, 채권을 사는 것이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회구조와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해야한다. 경제학 공부가 따로 없다. 이런 식으로 준비하니 대학에 갈 때 쯤 되면 대단한 크레딧과 유동자산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생인 선물로 자동차를 선물받았다고 자랑하면서 여자친구를 태우고 신나게 몰고 다니는 어떤 한인 학생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말 이건 수준차다. 성인식을 기념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그럴 듯하다. 독립된 인격으로 태어났으니, 커뮤니티에 대해 기여를 해야 한다. 커뮤니티와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성인식만 보자면, 유대인들은 확실히 한국인 한 수 위인 듯하다. 우리가 말로만 원하던 것들을 이미 하고 있고, 또 이를 자신들 민족의 중요한 전통과 풍습으로 해오고 있다.
한국에는 성년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술집을 예약하고, 여자친구와 함께할 모텔을 예약하느라 바쁜 청소년들이 많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너무 차이난다. 이렇게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 대학이나 사회에서 마주했을 때 그 저력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똑같이 변호사가 되고, 사업을 한다했을 때 얼마나 다를까? 늦다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자. 자녀들 성장에 있어 가장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에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체성을 심어주고, 사업자금 종자돈까지 마련해주자. 다른 민족이 하는 것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우선을 따라 해보자. 그리고는 조금씩 바꿔 우리식 전통을 만들어나가자.
특별한 성인식을 실시하고 있는 유대인의 성인식, 그리고 남미 사람들의 성인식 풍습과 한국의 전통적인 성인식의 의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대인들에게 평생 중요한 두 가지 행사는 13세에 치르는 성인식과 결혼식이다. 성인식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시기에 책임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행사다. 남자 아이들의 성인식은 ‘바르 미쯔바(Bar Mitzvah)라고 하며, 좀 더 일찍 성숙하는 여자 아이들은 12세에 성인식을 갖는데 딸을 의미하는 ‘바트’를 붙여 ‘바트 미쯔바 (Bat Mitzvah)’라고 한다. 유대인 성인식의 종교적, 사회적 의미와 그 내용을 알아본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성경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랍비들의 전통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탈무드의 랍비 전통에 따라 13세를 기준으로 성인식을 하는 것이다. 유대인 성인식 ‘바르 미쯔바’의 ‘바르’는 아들, ‘미쯔바’는 계약을 뜻한다. 그러므로 ‘바르 미쯔바’는 계약의 아들을 의미하며 성인식을 마친 유대인 소년, 소녀는 하나님과의 모든 계명을 지킬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유대법에 따르면 스스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율법의 가르침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성인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성인식을 마친 유대인은 하나님과의 모든 계명을 지킬 의무를 갖게 된다. 성인식 전까지는 종교적 삶도 부모에게 속해있었지만 성인식 이후에는 하나님과 직접 계약을 맺게 됨으로 자기 자신의 신앙에 책임을 지는 영적 독립을 뜻하는 것이다. 성인식을 행함으로써 유대인 공동체의 회원 자격이 주어지고 모든 유대인 종교 행사에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모든 회원을 대표하여 성경을 봉독 할 수 있고 대표 기도를 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성인식 준비와 행사내용
유대인 성인식은 일년 전부터 준비한다. 부모는 준비기간 일년 동안 임시로 사용할 술(찌찌트)이 없는 기도보(탈릿)와 탈릿을 넣는 가방도 마련해준다. 이 가방은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친지 가운데 한 사람이 직접 만들어 선물해야 한다. 또한 성인식을 앞두고 11개월 동안 기도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기도 방법을 가르치고 성인식 회당에서 읽을 토라를 공부한다. 성인식 30일 전에는 술이 담긴 탈릿을 가지고 아침 예배에 참석한다. 이날 부모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이를 기념한다. 성인식 7일 전에는 아침 예배에 생에 처음으로 토라를 읽게 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바르 미쯔바 준비에 들어간다. 5일 전 다시 한번 토라를 읽을 기회를 허락하고 성인식 이틀 전에 세 번째로 라를 읽는다. 성인식 하루 전 금요일 예배를 인도하고 당일에는 설교도 할 수 있다.
성인식 당일의 행사진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인식을 맞는 소년은 토라 두루마리를 펴고 축복문을 낭송한다. 유대인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토라를 공식적으로 읽는 것을 특별한 축복으로 여긴다고 한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고 성인식 때는 토라의 한 부분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성인식 전에는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들이 히브리어로 축복문을 낭송하면 부모는 “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면케 해주신 하나님을 찬송할지어다”라고 화답한다. 이와 같이 선포함으로써 앞으로 아들의 모든 종교적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본인 스스로에게 있다고 확인하는 것이다. 성인식을 하는 13세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종교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되지 않으며 스스로 독립적인 종교인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순서는 성인식 당사자가 말씀을 강론하는 ‘드라샤’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성인식 전에 랍비의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한 유대 율법 중 한 가지를 여러 사람 앞에서 설교하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설교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유대인 청소년들은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드라샤가 끝나면 성대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시간을 갖는데 이 음식을 “쓰우닷 미쯔바’라고 한다. 이는 히브리어로 ‘계약을 경축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런 종교적 행사가 모두 끝나면 호텔의 연회장이나 대형식당을 빌려 밤까지 축하파티를 한다.
유대인 성인식 선물은 현금과 여행, 축하금은 예금, 주식, 채권에 투자 대학졸업 때 상당한 종자돈 마련, ‘돈 버는 방법보다 불리는 방법’ 교육
유대인 성인식에는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일가친척, 친지 등 많은 하객을 초청하는데 이들은 축의금을 가지고 온다.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도 거의 다 ‘현금’으로 선물을 하며 조부모나 가까운 친척들은 이때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큰 금액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일인당 평균 2백 달러의 축의금을 준다고 하니 예를 들어 축하객이 2백 명이면 총 축하금은 4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가까운 친척들은 2백 달러보다 많은 액수를 주기 때문에 충 상층의 성인식에 들어오는 현금액수는 대략 5-6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1-2만 달러가 모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맨허튼 같은 부촌에서는 수십만 달러가 모이기도 한다. 유대인이 많은 뉴욕지역의 중학교에서는 1년 내내 성인식 행사가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행사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성인식에 들어온 축의금은 그날의 주인공 몫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이 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성인식을 치른 자녀의 명의로 예금을 하거나 채권, 주식을 사서 묻어둔다고 한다. 그 돈은 자녀가 10년 후인 20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가 되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늘어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인식에 모은 5-6만 달러가 10-12만 달러가 된다는 것인데 유대인들은 사회생활의 시작을 이런 엄청난 ‘종자돈’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유대인들은 당장 하루하루의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자돈을 잘 불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은 젊은 시절 창업의 길을 택하거나 종자돈을 밑천으로 금융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만큼 금융업에 종사하는 유대인도 많고 주식시장의 상당부분도 유대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지 유대인 공휴일에는 미국 증권시장이 한산하고 총 거래액수도 상당히 저조하다고 한다. 흔히들 “유대인은 이재에 밝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13살 때부터 자산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대인 부모는 성인식을 맞은 자녀에게 성인식을 베풀어줄 뿐 아니라 별도의 선물을 주는데 대부분은 여행을 준비해준다. 유대인들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인식 후 이웃을 위한 사회봉사활동 필수 이웃과 사회 배우고 정체성과 책임감 정립
성인식이 끝난 후 일년간은 ‘계약의 아들(벤 비쯔바)’라고 불리며 성인이 되는 훈련기간을 갖는다. 이 일년 동안은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예배에 참석해야 하며 회당에서 토라를 묶거나 예배시간에 토라를 읽을 수도 있다. 사회봉사활동도 해야 하는데 병원, 양로원을 방문하여 병자나 노인들을 위로하고 교도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히브리어 또는 기타 언어를 무료로 가르치도록 한다. 이 외에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배우고 책임감을 배우도록 훈련한다. 중요한 것은 성인식을 통해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13살에 ‘내가 누구인가?’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훈련을 쌓는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의 경우 이 일년 동안 현대 히브리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안네의 일기’, ‘마싸다 이야기’, ‘선택된 자’ 등 많은 유대문학 작품을 읽는다. 랍비는 성인식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왜 공부하지?”, “공부해서 무엇을 하려고?”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성인식을 하는 날에는 많은 어른들과 친구들 앞에서 랍비의 이런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글로 작성하여 발표한다. 학습동기, 인생의 목적이 13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확고한 답을 가지고 있어 유대 청소년들에게는 사춘기가 없다는 말도 있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중심을 마련해주는 크나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알고, 어려서부터 히브리어를 읽고, 성경을 많이 읽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유대인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인 젠센 교수는 유대 민족의 성공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민족보다 높은 도덕적 수준과 고통에 대한 강인한 자제력’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한국에서는 성년(成年)의 의미를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가 새로운 권리와 의무•책임을 갖고 법률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능력과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서 자격을 갖게 됨’으로 정의하고, 그 의무와 책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1985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키고 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와 같은 맥락으로 치러졌던 성년례(成年禮)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성년례에 淪?확실한 기록으로는 고려 광종 16년(서기 965년)에 태자에게 관(冠: 갓)을 쓰게 한데서 비롯되었는데 조선시대에는 중류층 이상에서 보편화되었다. 이 시기에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는 성년례를 치른 뒤 공식적인 어른이 되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조선말기 조혼이 성행하고 이후 급격한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하는 통과의례인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째 관문인 ‘관’이 바로 이 성년례를 말하는 것이다. 이를 거침으로써 온전한 성인집단에 편성되며 성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되고, 사냥이나 농사 등의 제반 마을일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다. 전통 성년례는 성별에 따라 그 명칭과 연령에서 구별된다. 남자의 경우 ‘관례(冠禮)’라 하여 15~20세가 되면 어른의 복색(服色)을 입히고 초립(草笠)이라는 관(冠)을 씌우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 여자는 ‘계례(?禮)’라 하여 15세에 어른의 복식을 입히고 비녀를 꽂아주게 된다.
예서(禮書)는 이 관례와 계례의 의미에 대해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우는 례(禮)로서 장차 남의 아들로서 자식의 도리를 다 하게 하고, 남의 아우로서 동생의 도리를 다하게 하며, 남의 신하로서 신하의 할 일을 다 하게 하고, 남보다 젊은 사람으로서 젊은이의 도리를 다 하게 하려는 데 뜻이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어, 다시 한 번 성년의식에 대한 취지를 새겨보게 한다. 현재는 매년 5월 셋째 월요일, 문화관광부가 개발한 표준 성년식 모델을 중심으로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역 시청, 구청, 향교, 대학, 문화단체 등에서 전통 성년례 재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어른의 평상복을 입는 시가례(始加禮)와 출입복을 입는 재가례(再加禮), 예복으로 갈아입는 삼가례(三加禮), 관자에게 술 마시는 예법을 가르치는 내초례(乃醮禮), 좋은 글자와 뜻이 있는 자(字)를 지어 어른이 되었음을 일깨워주는 절차인 명자례(名字禮)로 부모님께 절을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목적은 전통 성년례를 부활시켜 청소년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통 성년례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깨우쳐주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인의 날이 ‘탈선의 날’로 비춰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본래의 성년의 날 취지와는 달리 성인으로서 그저 즐기고 놀 수 있는 ‘출발선’ 정도로 성년의 날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지난 5월 19일 성년의 날 아시아 경제가 보도한 한 기사의 제목은 “모텔방 신고 ‘性년의 날’, 새내기 성인 ‘탈선의 날’”이었다. 이 기사는 젊은이들 비뚤어진 인식과 육체적 딱지떼기 이벤트, 사치성 선물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종로 등 번화가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고발하고 있다. 아예 피임 및 성병 예방, 음주 후 숙취해소 등의 기사내용으로 공개적으로 접근하는 신문들도 눈에 띈다.
언제부터인가 성년의 날에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이 된 ‘이성친구로부터 받는 키스, 향수, 장미꽃’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받고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으로 놀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언론은 모텔과 나이트클럽은 성인식 특수를 누리고, 백화점들은 스무살 잡기 마케팅 행사에 열을 올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올 성년의 날을 맞이해 한국의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이 성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꼽은 것은 ‘책임감’이었다. 그다음은 경제력, 직업 순이다. 교육자들과 청소년 관련 단체들은 “이같은 응답에 희망을 걸어본다”면서 “육체적 성숙에 이어 정신적 성숙을 중시하는 성년의 날 본연의 취지와 의의를 되짚어보는 교육과 행사들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남미의 성인식이다. 오후 5시, 성테레사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마리아치 밴드가 15세 생일을 맞은 주인공을 위한 연주를 시작한다.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예세니아 양이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세례 서약을 한다. 예세니아 양 옆은 여자 들러리 7명과 남자 들러리 7명이 둘러싸고 있다. 당사자를 포함,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총 15명의 젊은이가 회중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미사가 끝난 뒤, 성당 앞에 도착해 있던 리무진을 타고 예세니아 양과 들러리 친구들은 연회장으로 출발한다.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 중남미에서는 여성의 15세 생일을 다른 때와는 구별되게 독특한 방식으로 기념한다. ‘Quinceanera(퀸세아네라)’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15세(퀸세아뇨스)가 된 여성들이 거치는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15세를 기점으로 아동에서 성인 여성으로 옮겨감을 공표하는 날인 동시에 이제 성인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날이다. Quinceanera는 히스패닉 가톨릭의 전통 성년의식으로, ‘하나님, 가족, 친구, 음악, 음식, 춤’이 핵심 요소가 된다.
먼저,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성당에서 미사를 갖는다. 세례식을 통해 지난 15년간 무사하게 보호해준 하나님께 감사하며 앞으로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살 것을 만인에게 공표한다. 당사자는 사치스러울 만큼 화려한 선물들을 받는다. 이중 왕관은 ‘언젠가 하늘에서 영광의 왕관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또 반지는 하나님의 사랑에 의해 그의 자녀가 됐다는 것을, 묵주와 성경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각각 뜻한다. 이후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부모는 그동안 딸이 순결을 지켜온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파티를 열어준다. 파티 테이블에는 주인공의 인형이 놓여지는데, 이는 아동기를 추억하고, 이제 아동기를 마감함을 상징한다. 남미의 성년식은 이처럼 종교의식과 결부되어 하나님의 가르침 속에 진정한 젊은이로 거듭남을 강조한다. 물론 이는 사회적 책임과 성숙한 행동을 포함한다. 동시에 부모가 모든 순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부모-자녀 세대간 연결고리를 다시 한 번 단단하게 묶는 계기로 삼는다. 동시에 이러한 의식은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변화를 가져온다. 책임감이 부여되는 만큼 성숙되게 행동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제 그를 청년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Quinceanera 파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파티의 형식과 규모는 출신 지역이나 부모의 경제력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저소득층은 미사와 가족 파티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형편이 괜찮은 가정에서는 호텔 홀을 빌리기도 하고 클럽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미국에 이민온 히스패닉 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예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자동차 같은 고가의 선물을 사주거나 여행을 보내주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Quinceanera 파티를 열어주며 마약 등 나쁜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기회로 마련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 15세 생일을 지냈다는 Hernandez 양(멕시코 이민자)은 “그날 처음으로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락되었고, 무엇보다 가족의 허락 하에 처음으로 데이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Quinceanera 파티는 프롬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되는데, 솔직히 어떤 의식보다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기 위해 그날을 기대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대개 저녁 때 가족들과 파티를 한 다음 친구들과 밤새도록 노는 파티가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Hernandez 양은 개인적으로 “그동안 나를 보호해주신 하나님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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