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하소서
박상옥
한 마당 춤은 끝났습니다. 결고운 춤사위로 신명나게 또 한 마당 어우러지게 하소서. 세상을 향해 못다 부른 노래를 풀어주시고 새 날에 새 촛불을 켜듯 새롭게 타오르며 신새벽을 맞이하게 하소서. 오래 강요 당한 틀을 깨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안을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소서. 가면 뒤에서 흘리던 비릿한 웃음을 용서하시고 벽 뒤에서 뛰쳐나올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무심으로 날려 보낸 말들의 상처를 아물게 부드러운 땅에서 싹틈을 허락하소서. 귀를 열어 순리를 알게 하시어 정갈한 삶의 깃발을 달게 하시고. 걸어온 길이 오욕으로 점철된 흙탕길일지라도 바라보는 노을은 아름답게 하소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가꾼 푸른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젓가락을 간추리는 겸손을 배우게 하시고 인연을 나눈 사람들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손잡게 하시고 잊고 살았던 젊은 날의 사람들이 어느 날 문득 생각나면 가슴 설레게 하소서. 그리하여 언덕 위에 울타리 없는 집을 짓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혼의 텃밭을 가꾸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