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은 입이 없다
김현옥
천지 사방 허공뿐이니
파도나 피워대던 심심한 바다가
허공에게 말을 건다,
심심하지 않니? 바람이나 피우지 그래
그러나 허공은 농담할 입이 없다
입도 없고 문도 길도 없다
들어오고 싶으면 오고
나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는 텅 빈 표정뿐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이
새처럼 허공을 맴돌다가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허공은 싫다고 내뱉을 입이 없다
입도 없고 추스릴 마음도 없다
그러나 우주만물 다 껴안을 품은 있다
깡그리 다 껴안고도 널널할 허공은
그러나 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