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낙관
- 김장호
밤샘 야근을 끝내고 난곡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낙엽을 털어내며 새벽바람이 일어나고
버스는 봉천고개를 넘어온다
신문배달 나간 둘째는 옷을 든든히 입었는지……
텅 빈 버스 창가에 부르르 몸을 떨며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방금 누가 앉았다 내렸을까, 연탄크기만한
흔적이 살아 있다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미소처럼 남아 있다
누구일까, 이 차가운 의자를 데운 이는
크기로 보아 술집 여인의 엉덩인가
놀음판에 개평도 얻지 못한 사내의 엉덩인가
아니다, 새벽장 가는 아지매의 엉덩일 게다
새벽 공사판 나가는 인부의 엉덩일 게다
세상살이 흔들리며 데웠으리라
삶이란 세상에 따스한 흔적 남기는 것
나 역시 그대에게 줄 미소 하나 만든다
새벽에 찍는 하루의 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