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인
무궁화가 통째로 떨어진다
활짝 피었던 꽃잎 도로 말아 넣고
한번도 피지 않았던 것처럼
한번도 오지 않았던 것처럼
입 쓰윽, 닫고 떨어진다
무궁화나무 발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본다
산 날이 치욕이었을까
잔뜩 오무린 꽃잎 막무가내 열어보면
갑옷 입은 개미들 그제도 들락거리고
손바닥에 고여오는 진물
나무 위를 쳐다보면
아직도 제 속 다 드러낸 철없는 꽃들
아서라, 다칠라
칠월은 벌건 태양침을 사정없이 쏘아대고
짓궂은 바람은 진딧물을 실어 꽃잎마다 얹어놓는다
그렇다고 꽃잎 한 장 흘리지 않고 갈 수 있다니……
무궁화나무 아래에는
정말로 그렇게 가는 꽃들이 있다
그렇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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