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름다운 시

무궁화

미션(cmc) 2008. 12. 29. 21:33


    무궁화
    문채인 무궁화가 통째로 떨어진다 활짝 피었던 꽃잎 도로 말아 넣고 한번도 피지 않았던 것처럼 한번도 오지 않았던 것처럼 입 쓰윽, 닫고 떨어진다 무궁화나무 발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본다 산 날이 치욕이었을까 잔뜩 오무린 꽃잎 막무가내 열어보면 갑옷 입은 개미들 그제도 들락거리고 손바닥에 고여오는 진물 나무 위를 쳐다보면 아직도 제 속 다 드러낸 철없는 꽃들 아서라, 다칠라 칠월은 벌건 태양침을 사정없이 쏘아대고 짓궂은 바람은 진딧물을 실어 꽃잎마다 얹어놓는다 그렇다고 꽃잎 한 장 흘리지 않고 갈 수 있다니…… 무궁화나무 아래에는 정말로 그렇게 가는 꽃들이 있다 그렇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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