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온천에 들렀습니다. 어린아이들과 탕 안에서 함께 놀아주는 젊은 아빠를 보면서 옛일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두 아들 찬이와 준이도 저렇게 아빠에게 안겨 물장구치던 시절이 있었지요. 꼭 그 자리에서 말입니다.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욕조 안에는 나이 드신 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선 ‘늙은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온 또 다른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 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속살까지 파고드는 도크의 열기,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마치 삶의 응원가처럼 들렸습니다. 부자지간의 친밀감과 끈끈한 정이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달구어지며 행복이 물안개로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화해와 회복이 일어나는 곳, 과거와 미래, 세대와 세대가 만나 추억을 만들고 꿈을 새기는 또 하나의 행복발전소였습니다. 조만간에 아버지를 모시고 온천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송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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