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갚은 원수
옛날 아라비아에 인자한 추장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웬 사나이가 요란하게 추장의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추장님! 문 좀 열어주십시오. 어서요!"
추장은 급히 뛰어나가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이렇게 늦은 시각에 나를 찾는거요?"
하고 추장은 찾아온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예......, 저는 지나가던 나그네입니다."
"그럼, 추운 날씨에 떨지 말고 어서 들어오시구려."
추장은 사나이를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앉으시오."
"예......"
"몸시 흥분하고 계신데, 무슨 일이오?"
추장은 사나이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예, 사실은 지금 어떤 사람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잡히는 날에는 죽습니다. 오늘 하룻밤만 재워주신다면 그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추장은 사나이가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구려. 자, 편히 쉬도록 해요. 이 방안의 물건은 모두 당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써도 좋소."
"추장님, 감사랍니다."
사나이는 추장의 따뜻한 대접에 크게 감격하여 그날 밤을 지냈습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난 사나이는 떠날 준비를 하고 추장을 찾았습니다.
추장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사나이릐 손을 조용히 잡았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요. 그보다 이 돈을 가지고 가시오. 어디로 가든 좇기는 몸에는 돈이 없으면 곤란할테니까. 그리고 뒤뜰에 말 한 필을 준비해 놓았으니 그 말을 타고 가구려. 걸어서 가다간 혹시 잡힐지도 모르니까."
그러자 사나이는 갑자기 흐느끼기 사작했습니다.
"추장님, 저는 추장님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추장님의 단 하나뿐인 아드님을 사고로 죽인 사람입니다. 그런 저를 이처럼 친절하게 보살펴 주시니 양심상 괴로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마음대로 벌을 주십시오."
사나이는 추장 앞에 굻어 앉아 흐느꼈습니다.
"고개를 들어요. 나는 당신을 훌륭하게 생각하오. 오히려 황금을 더 주겠소."
하며 추장은 사나이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제게 황슴을 주신다고요?"
"그렇소. 비록 죄는 졌다 할지라도 제 잘못을 솔직히 얘기할 만한 용기가 있으니까 괜찮소. 그러니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어서 길을 떠나시오."
"추장님, 고맙습니다."
사나이는 추장의 너그러운 마음씨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