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일본어를 배우러 다닌다.
일상에서 쓰는 말만 쓰고 게다가 일본인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 이전에 배운 것도 다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사역과 삶을 첫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3·11 대지진이후 아직까지 대화의 주제가 지진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새롭게 등록한 일본어 교실에서도 첫 시간에 지진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더 민감해진 요즘이다.
내용 중의 하나가 지진이 나면 가장 먼저 문을 열어 놓는 일이었다.
지진 때문에 창문이나 문이 틀어져 열리지 않게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지진이 나도 훈련 삼아 문을 여는 습관을 가지라고 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틀째 되는 밤이었다.
나는 이층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림이 세고 오래간다.
일본에 와서 제일 크게 느낀 지진이었다.
나는 후다닥 일어나 먼저 옷을 입었다.
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텔레비전을 틀었다.
지진 정보를 봐야 한다.
긴장이 되면서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이번엔 해일 경보까지 발령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더 보다 경보가 해제되는 것을 보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이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기도를 다녀오면서 ‘지진이 나면 아주 작은 지진이라 해도 문을 먼저 열어 놓으라’는 일본어 교실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다.
‘아,
나 그것 안했구나!’
쉽고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알고 있었는데 하지는 못했다.
이것이 바로 훈련의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내려왔을 때 우리 아들은 벌써 책상 밑에 들어가 있었다.
일본 학교를 제일 오래 다닌 교육의 힘이다.
몸이 익힌다는 일본어 표현은 ‘身に付ける(미니츠케루)’이다.
단추가 옷에 붙어있듯이 몸에 붙이는 것이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몸에 붙여 놓는 것!
나는 아직 지진에 대한 대비를 몸에 익히지 못한 사람인 것이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과 훈련에 의해 몸에 익혀야 실생활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말씀대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
성경의 지식을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익혀야 한다.
그래서 경건의 훈련이 중요하다.
말씀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향해 더 힘찬 걸음을!
-이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