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최초의 대학은 1158년에 황제의 공인을 받아 설립된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1200년 경 세워진 파리대학이었다. 중세는 상인들의 조합인 길드(guild)가 있었는데 학생들도 베리시타스(versitas)라는 조합을 만든다. 법학도들은 법학 베리시타스, 신학도는 신학 베리시타스, 음악도들은 음악 베리시타스를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종류의 베리시타스 조합들은 하나로 합쳐서 하나라는 뜻의 ‘우니’(uni) 베리시타스(versitas), 유니버시티(university)라는 대학을 탄생시켰다. 대학의 등장은 학문의 기둥으로 천 년을 지켜 온 수도원이 그 명예를 대학으로 넘기는 계기가 되게 한다.
중세 최초의 대학 볼로냐는 법학 외에도 신학, 철학, 수학, 의학, 천문학 등의 여러 전공들을 개설하였고 1200년대는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으로 성장하여 ‘학문의 모교’(Alma Mater Studiorum)라는 명성을 얻는다. 중세대학의 교육과정은 학사, 석사, 박사의 세 체계였다. 지금의 학위 체계는 중세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학사는 배첼러(Bachelor)라 부르는데 이는 라틴말 바카라리우스(bacararius)에서 유래하였다. 그 뜻은 배리(lauris), 열매를 거두는 바카(bacca) 일이라는 뜻으로 학생이 학문의 열매를 거둔다는 의미였다.
석사는 마스터(Master) 학문에 능숙한 자이고 박사 독토리우스 (Doctorius)는 타인을 가르치는 자격이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학사과정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을 4년간 공부하였고 석사과정은 대수학, 기하학, 음악, 천문학을 2년간 공부하였다. 이 일곱 개의 과목들은 자유인들만 공부할 수 있었기에 자유인의 학문(Liberal Arts), 즉 인문학이라 불리게 되었다. 당시 문법과 수사학은 아리스토텔레스나 보에티우스의 저서를 가지고 공부하였고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가 교재였다.
중세 박사과정은 인간 신체를 다루는 의학, 인간관계를 다루는 법학과 인간가치를 논하는 신학이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의학, 법학, 신학에 적용되었는데 생리학은 의학에, 윤리학은 법학에, 철학은 신학에 응용되었다. 유니버시티의 본뜻이 학문 간의 연합이라는 뜻이고 칼리지의 시작이 가난한 학생들의 숙식을 위한 학사기에 사실은 대학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중요 메시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