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한국교회 역사

[종로5가 기독교회관] ‘신 문화유적지’로 탈바꿈

미션(cmc) 2018. 4. 2. 06:41

취재 차, 20년 넘게 매주 드나드는 길목이지만 오늘은 왠지 더 정감이 간다.


한 때, 명동성당과 더불어 민주화운동의 산실로 불렸던 이곳은 재야 운동권의 ‘성지’였다. 고문근절을 위한 재야 단체가 공동투쟁을 할 때도, 시민단체가 KBS 시청료 거부운동을 펼칠 때도, 시민들이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의 시정을 촉구할 때도 어김없이 이곳이 애용되었다. 회색빛 암울한 건물이 당시를 반영하듯 변함없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곳은 기독교계는 물론 시민단체, 재야세력, 야당 등 민주화의 힘을 결집시키는 공간이자, 각종 인권운동과 양심선언을 실시하는 참회의 장소였다. 지금은 서울시청 앞 광장이 각종 시국집회와 문화마당의 장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70~80년대 기독교회관은 정부의 억압을 피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비록 건물은 낡고 초라하지만 빛이 난다.

기독교회관이 이렇게 민주화운동과 사회참여의 중심지였던 것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기독학생총연맹,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대한기독교서회 등 진보적인 단체가 이곳에 입주하여 눈치보지 않고 각종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1992년 목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재야방송처럼 참 언론을 구현하며 시시각각 바른 정보만을 제공하려고 노력했던 CBS가 있었다. 이처럼 양심있는 지성인들이 모이는 길목이 바로 종로 5가였다. 그래서 ‘5가권’이란 단어가 생겨났다.

최근들어 지척에 있는 연동교회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여전도회관 등이 집성촌(集成村)을 형성하여 종로5가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신 문화유적지>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기독교회관 바로 뒤편에 기독교연합회관까지 들어서 연지동 주변은 온통 기독교 건물 천지다. 100년 전, 정동 일대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기독교회관 앞에 섰다. 힘들게 양심선언을 하던 젊은이의 모습과 민족의 평안을 빌며 구국기도회를 인도하던 믿음의 선배들이 생각났다.

“너, 거기서 무엇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