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신앙선배 앞에 겸손히 선다
경남 창원에 호주선교사순직묘원…주기철·손양원 목사 생가복원 추진
부산 ‘애국애족 전진기지’ 초량교회 중심으로 일신여학교 등 자리잡아
부산과 경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독교유적지가 많지 않은 편이다. 한국교회 선교 초기 미국장로교와 호주장로교 선교 거점지역이었던 지역이었지만, 시대를 담은 흔적들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이다. 부산과 경남지역은 순교자들이 태어난 곳이자, 순교의 정신이 곳곳에 배어 있는 신앙의 산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복음을 위해 신앙의 정조를 지키고자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은 순교자의 정신을 만난다면 이보다 값진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경남지역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의 창원공원묘원 중앙공원에 있는 경남선교120주년 기념관 전경과 내부 모습. 이곳에는 경남지역 기독교 역사와 호주선교사들의 유품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
‘사랑의 원자탄’ 산돌 손양원 목사와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태생지가 경상남도다. 손양원 목사는 1902년 경남 함안군 칠원 태생이며, 주기철 목사는 1897년 경남 창원시 웅촌에서 태어났다. 한국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인물을 배출한 곳이 이곳 경남인 것이다.
최근 경남지역 교회들이 기독교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기독교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헌신하고 있어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답보 상태이지만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 생가복원 사업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사에 소중한 가치를 갖는 일이라면 지역교회에 맡길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마음을 모아 기독교문화유산을 세우고, 건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먼저 발걸음을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과 호주선교사순직기념비가 있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인곡리를 찾았다.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과 호주선교사순직묘원은 창원공원묘원 중앙공원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 지난해 10월 2일 개관한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은 호주선교사인 조셉 헨리데이비슨 목사, 아더 윌리엄 알렌 목사, 아이다 맥피 교장, 사라 멕케이, 주기철 목사, 손양원 목사 등의 선교활동을 정리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제임스 게일 선교사가 편찬한 ‘한영대사전’을 비롯, 호주선교사들의 ‘츌애굽쥬일셩경공과’, ‘포켓용 신약성경’ 등과 호주선교사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유품 등 총 1000여점의 도서와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뒤편 작은 연못 너머에는 부산과 경남에서 선교를 하다가 순교한 호주선교사들의 순직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호주선교사순직묘원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선교사순직묘원은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보다 한 해 더 일찍 조성됐다. 묘원에는 1889년 인천을 거쳐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조셉 헨리 데이비스 초대 선교사, 아더 윌리엄 앨런, 윌리엄 테일러, 여선교사인 아이다 맥피, 엘리스 고던 라이트, 거트루드 네피어, 엘라이사 애니 애덤슨, 사라 멕케이 등 8명의 순직선교사가 안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경남출신으로 순교한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해방 전 평양형무소에서 순교한 최상림 목사와 이현속 전도사의 순교기념비도 순직 호주선교사들과 나란히 함께 자리하고 있다.
▲ 주기철 목사의 모교회인 웅천교회 입구에 세워진 주기철 목사 순교기념비. |
호주 데이비스 목사가 1889년 첫 선교사로 한국에 도착해 순직한 이래 해방 전까지 78명의 호주선교사들이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복음선교와 교육사업, 의료봉사에 헌신했다. 그 가운데 8명의 선교사가 고귀한 생명을 한국 복음화를 위해 바쳤다.
마산의 중앙공원묘원 인근 창원시 진해구 성내동에는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모교회인 웅천교회가 있다. 웅천교회에 가면 주기철 목사 기념관과 교회입구에 세워진 주 목사의 순교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웅천교회내의 주기철 목사 기념관은 유품 대부분이 북한에 있는 관계로 주 목사의 사진과 일생에 대한 자료, 45분 분량의 동영상만을 볼 수 있다. 현재 생가복원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생가는 아직 볼 수 없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 구성리에는 순교자 손양원 목사의 모교회인 칠원교회와 생가터를 볼 수 있다. 손 목사의 생가는 현재 칠원교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1349㎡(408평) 규모의 초가가 있던 곳에는 나무와 우물, 대나무 숲 등 손 목사의 발자취를 기릴 수 있는 것들은 그대로 보존돼 있는 상태다.
▲ ①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뒤편에 위치한 호주선교사순직묘원. 이곳에는 부산·경남지역 복음화를 위해 선교를 하다가 순직한 8명의 호주선교사와 경남 출신인 순교자 주기철, 손양원, 최상림 목사와 이현속 전도사의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②한강이남 최초 교회인 초량교회 2층 역사자료실에 전시돼 있는 강대상. 과거 주기철 목사가 사용했다. ③근대 여성교육과 부산지역 3·1운동 발원지로서 민족의식 강화 역할을 했던 부산진일신여학교 전경. | ||
부산광역시
부산의 기독교 역사를 논할 때 초량교회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부산역 맞은편 언덕인 부산시 동구 초량1동에 위치한 초량교회는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초량교회는 영선현교회로 출발해 영주동교회-초량3·1교회-초량교회로 그 명칭이 변경돼 왔다. 1892년 11월 미국 북장로회 소속 윌리엄 베어드(한국명 배위량) 선교사가 영선현에 사택을 건축하고 사랑방을 예배처소로 개방해 선교활동을 시작한 것이 초량교회의 태동이 되었다. 초량교회는 부산지역 최초뿐 아니라 한강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초량교회는 ‘최초’교회 라는 수식어 외에도 한국기독교에 기여한 바가 큰 자랑스러운 교회다. 신사참배 반대운동과 3·1독립운동의 영남지역 거점교회로 신앙을 지켜온 교회이자, 6·25 전쟁으로 국가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전국에서 모여든 피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초량교회에 모여 통회구국기도운동을 전개한 애국애족 교회가 바로 초량교회다.
일제의 악랄한 식민통치 아래 신사참배를 강요당할 시기, 초량교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신사참배 반대운동에 앞장섰으며, 독립운동가들의 비밀기도처가 되기도 했다. 정덕생 주기철 이약신 한상동 목사와 윤현태 윤현진 강루식 집사, 손명복 조수옥 전도사, 방계성 장로 등 여러 인물이 옥고를 치르거나 순교한 발자취가 이곳에 남겨져 있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내부를 새롭게 단장한 초량교회는 2층에 역사자료실을 마련했다. 역사자료실에는 과거 주기철 목사가 사용했던 강대상이 잘 보존돼 있다. 또한 역대교역자 소개 자료와 초량교회의 역사와 그 의미를 정리해 놓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초량교회 인근에는 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55호로 등록된 ‘부산진일신여학교’가 있다. 부산시 동구 좌천동에 있는 일신여학교는 호주장로교선교회 여자전도부가 1895년 10월 15일 3년 과정의 소학교를 설치하면서 태동한 교육시설이다. 현재의 건물은 1905년 4월 15일 교사로 준공된 것이다.
건물 정면 계단과 계단 2층 난간은 20세기 초의 서양식 건물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벽돌쌓기와 돌쌓기의 세부기법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일신여학교는 교회사적·교육사적 가치 뿐 아니라 건축사학적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일신여학교는 1925년 6월 동래구 복천동에 신축교사를 지어 이전해 동래일신여학교로 불리게 됐고, 좌천동의 부산진일신여학교 고등과는 오늘의 동래여자고등학교 전신이 되었다. 1919년 3·1운동과 관련, 부산지역 최초로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이 일신여학교 교사와 학생들이었을 만큼, 일신여학교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일신여학교 인근에는 일신기독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명령과 본을 따라 그 정신으로 운영하며 불우한 환자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육체적 고통을 덜어줌으로써 그리스도의 봉사와 박애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일신기독병원은 호주장로교 선교회에서 의료 선교사로 파송된 맥켄지가(家)의 매혜란과 매혜영, 두 딸에 의해 설립되었다.
1952년 당시 6.25전쟁으로 부산에는 수많은 피난민과 빈곤한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그 당시 부산에는 의료기관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때 호주선교사 두 자매가 수많은 산부인과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일신부인병원’을 열어서,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기독교 박애정신으로 의술을 베풀던 대표적인 여성병원이다.
위대한 신앙의 선배들이 보여준 신앙심과 애국애족의 정신을 대할 때는 언제나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특히나 순교자들의 피와 정신이 깃든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만나는 기독교문화유산은 느슨해진 우리의 신앙의 신발끈을 다시금 질끈 동여매도록 결단케 하는 헌신의 동기부여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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