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름다운 시

4월에 알아진 베꼬니아 꽃

미션(cmc) 2008. 12. 29. 08:10

4월에 알아진 베꼬니아 꽃
허 의 령

그러니까……
내가
그날
그 무렵
어찌다 서울 장안에 있었고
물샐 틈 없이 겨눈 어깨가
하늘을 밀고 가던 날에
말이다.

포연에 서린 자욱
짓궂게도 아물지 않아
엘레지에 파묻힐 때
아니
태풍을 맞서고 나선 등불마냥
내 숨결이 낮아질 때
장안이 들끓어
하늘이 내려 앉고
그래서는 안될 얼굴끼리
불장난이 있을 때
말이다.

그날 밤
병원문이 터져 나가고
십대의 꽃송이 들이
가닥가닥 찢긴 채
아직은 꺼져가는 체온을 걷어 가며
곁에 와 나란히
자리를 마련하던 날에
말이다.

누가 놓았는지 모르지만
병실의 꽃
그것이 베꼬니아라 하기에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손을 내밀어
씨 종자 가리듯
유심히 보고 또 보고
했으니……
그 꽃이 사철 피는
베꼬니아라 하기에.

선혈같은 붉은 빛 간직타 못해
그냥 쏟아 버리고
도려 핏빛을 아신 듯한
그 꽃이 말이다.

아기의 입술마냥
금붕어가 내품은 물거품마냥
피었다가 제 발밑에 소롯이 고여가는
귀엽기만한 그 꽃이
말이다.

화분에 담긴 그 꽃이
베꼬니아라 하기에
마음 가다듬어 보고파지며
어느 새 눈시울이 뜨거웠음은
사월에 알아진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날
그 무렵
어찌다 서울 장안에 있었고
물샐 틈 없이 겨눈 어깨가
하늘을 밀고 가던 날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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