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아름다운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미션(cmc) 2008. 12. 30. 11:56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다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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