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속의 독창
“좋은 자리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대학 합창단에 들어간 아들이 표 두 장을 내밀었습니다.
시간에 맞춰 가 보니 나쁜 자리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래층 앞에서 셋째 줄, 세컨드 베이스로 합창단
맨 뒤에 서 있는 아들의 얼굴이 확실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막이 오르자 200여 명의 정장을 입은 무리가 우아한 선율,
기막히게 아름다운 화음을 지휘자의 손동작 하나에서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질서와 복종으로 만들어 내는
예술품 속으로 푹 빠져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멜로디 속에서 아들의 소리를 들은 것입니다.
처음엔 집에서 연숩할 때 귀에 익었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내 귀에는 온통 그 아이
그 소리밖에 들리질 않았습니다.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웅장한 소리 속에서도, 탁탁 끊어지는 스타카토 속에서도,
다정하고 부드러운 작은 소리 속에서도 우리 아들 혼자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기뻐 눈물을 흘리며 취해 있다 보니
두 시간이금새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감격은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마음에 있었던 의문 하나
풀어진 것입니다. ‘보통 이하의 성도인 나의 기도가
과연 하나님 앞에 열납될까? ’하는 의심에 답을 얻은 것입니다.
미천한 나도 아들을 사랑하기에 그 많은 사람들의 소리 속에서도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있었는데, 자신의 생명으로
구원시켜 주실 만큼 나를 사랑하시는 그 분이 왜 내 소리를
못들으시겠습니까? 기쁨에 차서 드리는 기도,
부끄러워 작은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슬퍼서 이어갈
수도 없는 기도 소리 모두 하나님 아버지의 귀에는
크게 들리실 것입니다.
출처 - 독자 에세이/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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