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도 저 처럼 사시나요?
저에게는 네 자식이 있습니다.
모두들 결혼을 하여서 각자의 가정을
꾸려갈 때에 저는 이제 제 시름이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결혼 초부터 눈꼬리를 치켜세운 시어머니의
매서운 시집살이는 그래도 견딜 만했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새로운 출발이
순진한 저를 들뜨게 했고 시골에서의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남편이
저를 행복하게 해 줄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찾기에 서릿발같은 시어머니의 말씀도
달게 들을 수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아즈버님이 농사지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노름에 미치다 시피한
시아즈버님이 소를 팔아치우고 밭을 팔아치워
남겨진 가족들이 입에 풀칠조차 못할 지경이되자
남편이 월급을 몽땅몽땅 털어서
형수님의 손에 쥐어주었고
학교에 다니던 도련님의 학비로 대줬습니다.
그러고 나면 제 손엔 보름 겨우 살만큼의
돈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허나, 아즈버님은 당연하다는 듯
남편의 월급일을 기다려서 그 돈을
낚아채듯 가져가셨습니다.
쌀독의 쌀은 벌써 전에 떨어졌는데...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즈버님에게 돈을 내어드렸습니다.
배가 고팠습니다...추웠습니다.
아이들이 울고 보챘습니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수 없었기에
저는 화장품 방판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꽁꽁 언 겨울 날 귀가 에어질 듯 하여서
누런 보자기를 둘러쓰고 화장품 가방을 들고
가가호호 대문두드리며 화장품을 팔았습니다.
또 보험판매원으로도 일을 했습니다.
겨우 모아진 얼마간의 돈으로 일수도 놓아봤습니다.
하지만 돈은 아즈버님의 노름판으로 새어나갔습니다.
처녀적 배운 미용기술을 이용해서
미장원을 차렸습니다.
손님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그나마 해온 일 중에서는 제일 벌이가 나았습니다.
천재일우의 기회로 알고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집에 두고 온 젖 막 떨어진 아들을
큰 딸에게 맡기고 나온 것이 너무도 불쌍해서
고데기를 손에 쥔채 뜨거운 눈물 꿀꺽 꿀꺽 삼키다가
손님의 어깨를 지져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장원의 손님 한 사람이
저에게 무척이나 잘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김치도 몇 포기 갔다주고,
올린 머리를 해도 거스름 돈같은 것은
받지도 않았습니다.
또 어떤 날은 떡을 사와서 미장원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한참후에나 돌아가곤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자꾸만 좋아졌습니다.
사람 좋아보이고..
여유도 있어 보이던 그 사람이
거의 매일 놀러 오다시피 하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것이 저의 가장 큰 불찰이었습니다.
이자 톡톡히 떼어 줄터이니까...
돈 좀 얻어달라고 하길래..
저는 여태까지 저에게 베풀어 준 친절에
보답고자 아무런 생각없이
우리 집 주인에게 돈을 얻어 주었습니다.
정말 그 사람이 저를 속이고 그 돈을 갖고
도망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사람은 종적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저는 몇날 며칠 미장원도 열지 않고 미쳐서
그 사람을 찾고 다녔지만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길길이 뛰어대는 남편에게
저는 거의 죽을 만큼 매질을 당했습니다.
"그래! 헐일이 그렇게 없더냐?
미장원한다고 어렵게 하나 차려줬더니
이바구떨고 미친년 한테 돈 얻어주고..
잘 헌다..인자 어떻게 할꺼야?
전셋방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자알했다! 당장 이혼이야!"
라고 한없이 욕설을 퍼 부어대는
남편의 발밑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불쌍한 네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아이들을 놓고 이혼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컥컥 눈물이 쏟아졌지만
그저 남편 앞에서 빌어대느라 울 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그 집을 쫓겨나듯 하여서
시골의 낡은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이후로 일이라면 뭐든 다했습니다.
포크 만드는 공장에서도 일을 했었습니다.
그 때 손이 프레스기로
하마터면 빨려들어갈 뻔했고...
다급히 빼어낸 오른쪽의 검지 손가락은
지금도 쓰질 못합니다.
또, 집에서 기계로 편물옷을 짜는 일도 했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호떡도 구워봤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엄마가 싫었던 지
저만치로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너무도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를 악물로 살았습니다.
어서 빨리 떼인 빚을 갚고 우리 집도 마련하면
아이들과 따뜻한 불빛 새어나오는 그 집에서
잘 살 수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말입니다.
정말 돌이켜 보니 그 삶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군요.
그러면서도 말없이 세월은 흘렀고 어렸던
제 아이들이 자라서 하나 둘씩
결혼을 하게 되자 저는 이제
나의 고생이 끝이나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간단하게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착하던 우리 아들이 티비에 옷으로 얼굴을 감싼 채
방송이 되고 구속되는 일이 터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왜 우리 아들이 저기 나오는가?
무슨 중한 죄를 저질렀기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얼굴을 옷으로 둘둘 말고 있냔 말이냐..!
저는 절규했습니다.
비록...가난했지만 죄라고는 모르고 자랐던
내 착한 아들인데...
그만 한 순간의 욕심을 참질 못한 채
뇌물을 받고 말아 구속이 되었난 말인가..
남편도 기둥처럼 알았던 장남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 기절을 하고 닥닥닥 떨어대느라
혀를 깨물고 말았습니다.
삶이 이토록 저를 괴롭힐 것이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엎친데 덮친다고 그 와중에
큰 딸은 가장의 노릇 못하는 남편을 만나서
살길 막막하자 친정으로 마악 들어와
살고 있던 차였습니다.
동생의 수감사건으로 더욱 더 딸은 기가 죽어서
자기가 친정에 있는 것이
큰 짐이 된다고 느껴졌는 지...
골방 문을 걸어 잠그고 떠들어대는
즈이 아이들 간수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면
정말 현실을 거세게 부인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꿈이야...절대로 현실이 아니야..
우리 딸과 아들이 왜 이런 모습으로 살고있는가..?
저는 길을 걸으면서도 몇 번씩 삶을 부정하고
부인하고픈 생각으로 멍하니
멈추어 설 때가 많았습니다.
그 만큼 마음으로 고생을 했고
더 이상의 슬픔은 찾아오지 말라고 몇 번씩
바랬지만 인생은 또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막내 아들이 장인어른의 사기에 휘말려
전 재산을 날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누가 보면 참으로 거짓말 같은
인생이라고 할 것입니다.
어떻게 장인이 사위의 돈으로
사기를 치는가 하겠지요.
막내아들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하여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 일을 도운 사람이 바로 사돈 어르신이었고...
하지만 아들은 지금 오도 가도 못하고
이민 절차를 위하여 들인 돈만
6천만원에 가깝고 그 돈의 일부는
제가 빚을 얻어서 마련해 준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아들내외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막막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집을 팔고 모든 세간을 정리하여서
마련했던 그 돈을 장인에게
다 맡기다 시피하였는데 이민은
하나도 추진되지 않고 있는것입니다.
그러니...며느리는 저를 보면
빚진 죄인처럼 어쩔 줄 몰라합니다.
하지만 며느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사돈어르신에 대한
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저는 단지 풀리지 않는
이 운명의 장난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그중 다행스럽게도 큰 아들이 집행유예 6월의
선고를 받고 풀려나와 다시 일을 찾고 있으니..
그나마 저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좁은 집에는 딸과 그 아이들 셋,
그리고 막내부부와 두 손주가
북적거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눈치만 살살 살피고 있는
딸과 아들내외를 바라보자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다가 제 몸은 당뇨가 심해져서
정말 혈당수치는 하늘찌르듯
한없이 올라가고 맙니다.
이제는 두 부부가 그저 조용히 늙어가고 싶은데...
남편도 이 삶이 지겨운 듯 울고 떠들어대는
손주녀석들을 벗어나서 거의 매일을
"도시락 하나 싸줘!"
하며 산을 찾아 그 속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느즈막한 저녁에나 돌아옵니다.
흔히들 삶이 그대를 속일찌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고 되뇌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너무도 속인다면
과연 그 말처럼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말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외치고 싶습니다.
나는 벗어나고 싶다.
그저 누르고 있는 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다..
라고 말입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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