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신앙서적의 요약

탐욕의 실체/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정병헌 옮김

미션(cmc) 2010. 6. 19. 11:09

욕의 실체

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정병헌 옮김

영진닷컴/2003년 6월/421쪽/14,000원

 

▣ 저 자 브라이언 크루버

저자는 2001년 12월 엔론이 파산보호신청을 했을 때 해고된 4,500명 중 한 명이었다. 2001년 3월 엔론에 입사했고, 그 후 1년간 미국 재계 7위였던 엔론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이 책은 그가 엔론에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 회사 이메일 그리고 메모와 전․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재 그는 엔론 재직 시절 결혼한 아내와 함께 텍사스 주 휴스턴에 살고 있다.

 

▣ 역 자 정병헌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아더앤더슨 경영컨설팅 지식경영 담당 부장을 지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성공벤치마킹』 『컴퓨터경영소프트』 『행운의 기회를 창조하라』 등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엔론. 이 이름을 듣는 모든 사람들은 격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대개 공포와 탐욕이다. 공포와 탐욕은 언제나 미국 산업 역사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엔론의 경우, 이 두 가지 요소는 엔론 문화와 엔론이 접촉한 사람들, 혹은 사업체들을 통해 아주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또한 엔론을 파멸로 이끈 요소도 공포와 탐욕이었다.

 

평범한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6개월마다 15%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발부했고, 재무상태의 진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중역들에게 회사의 부채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합자회사 거래로 잃은 손실을 은폐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탐욕에 힘입어 엔론 주식은 1,700% 상승했고, 탐욕 때문에 엔론은 자신이 세계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던 위험관리 전략을 무시했고, 탐욕에 사로잡혀 엔론 직원들은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에 미친 듯이 주식을 사들였다.

 

파란만장했던 한 해 동안 저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지켜보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 엔론이라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가려 했는데 그만 최악의 회사에 입사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괴이하고 극적인 사건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엔론은 통제와 위험, 그리고 탐욕으로 이루어진 회사였다는 것이다.

 

▣ 차 례

추천의 글/서문/머리말

1장 데스 스타에 도착하다

2장 위험을 상품화한 e-비즈니스

3장 100만 달러짜리 공장

4장 종말의 시작

5장 레이의 모래성

6장 비싸게 사고 싸게 판다

7장 은폐와 파기

8장 희생자의 천국, 악당의 천국

9장 해고된, 그러나 고용된

10장 엔론을 경매하다

11장 종말을 향해

 

정보출처 목록/감사의 말/찾아보기

 

 

 

 

 

 

 

 

 

 

 

 

 

 

 

 

 

 

 

 

 

 

 

 

 

 

 

 

 

탐욕의 실체

브라이언 크루버 지음/정병헌 옮김

영진닷컴/2003년 6월/421쪽/14,000원

데스 스타에 도착하다

꿈이 아니었다. 엔론(Enron)에 첫 출근하는 날, 대기실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세계 최대 회사?���라고 쓰여 있었다. 내가 일하게 될 사업부는 생긴 지 몇 년 안 된 부서였고 신용위험(Credit Risk)을 상품처럼 사고파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휴스턴에 위치한 엔론 본사는 데스 스타(Death Star)라고 불린다. 엔론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데스 스타도 점점 거대해졌다. 직원 수가 늘어나 중앙 건물만으로는 공간이 부족하자 주변 건물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존의 건물 모양을 그대로 본떠 엔론 남쪽 건물을 짓고 있다. 엔론은 세계를 거머쥘 태세를 갖추었고 나는 이제 그 혁명에서 한몫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었다. 로비를 지나면서 ?���세계 최대 회사?���라고 적힌 현수막을 올려보았다. 실제로 엔론은 세계 최대 회사였고, 데스 스타에서 일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멋진 일이었다.

 

 

위험을 상품화한 e-비즈니스

엔론의 시초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대 휴스턴에 기반을 둔 2개의 회사가 멕시코 만을 중심으로 해안 지역에 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56년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휴스턴 천연가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1968년에 휴스턴 천연가스는 인터노스라는 천연가스 회사와 제휴했고 그 후 두 회사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과 기업 인수를 통해 자신의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계속 확장시켰다. 결국 두 회사는 1985년에 합병하여 미국 대륙의 모든 해안과 경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새 회사의 CEO가 된 켄 레이는 현대적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엔론(Enron)?���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1995년 엔론은 ?���세계적인 에너지 선도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엔론은 단순한 에너지 회사가 아니었다. 1990년대 상반기에 엔론은 수자원, 금속, 석탄, 종이, 브로드밴드 서비스, 날씨 등 상품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기 위해 시장을 개척했다.

 

이런 확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엔론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2001년 내가 입사했던 그 주에는 ?���세계 최대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새로운 CEO가 된 제프 스킬링은 1990년대에 에너지 회사를 뛰어넘은 엔론의 비전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엔론의 2000년도 연레 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가스 및 전력 도매 시장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6,600억 달러 규모에서 1조 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리라 봅니다.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소매 시장은 머지않아 7,6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브로드밴드 서비스 시장도 세계로 확대될 것입니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할 때 위와 같은 시장은 엔론에게 3조 9,000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 줄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겨우 맛만 본 상태입니다.?���

 

엔론은 월스트리트가 주목하고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회사가 됐으며, 엔론의 잠재 성장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전혀 없었다. 엔론은 재활용 신문용지에서 광고, 화물운송, 그리고 병 맥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럼 엔론은 어떻게 이처럼 규모를 키웠을까? 엔론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나 ?���솔루션?���을 파는 방법을 택했다. 엔론의 주요 사업은 물론 가스와 전력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또한 엔론을 세계무대에 올려놓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이 바로 날씨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눈 치우는 삽을 파는 가게 주인은 11월만 되면 일기예보를 놓치지 않고 들으며 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눈이 내려야 삽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업의 미래가 항상 불확실한 사업가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엔론에 위험관리 솔루션을 요청하면, 엔론은 보험료를 받고 날씨 파생상품이라 불리는 금융상품을 판다. 그러다가 눈이 전혀 내리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면 엔론은 보험료 수준에 따라 정해진 보상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눈 치우는 삽 가게 맞은 편의 카지노 주인 또한 엔론에서 날씨 파생상품을 산다. 그러나 삽 가게 주인과는 반대로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 닥쳤을 때 방문객이 줄어든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엔론이 1997년 처음으로 날씨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시작한 후로 날씨 파생상품은 계속해서 그 시장을 넓혀가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가스 및 전력 분야에서는 안정된 시장을 바탕으로 상품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를 신용 위험과 이자율 위험, 환율 위험, 강철 가격, 석탄 가격, 플라스틱, 펄프, 재활용 신문지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었다.

 

 

100만 달러짜리 공장

엔론에서 일한 지 몇 주가 지난 어느 4월 아침, 건물 전체가 떠들썩했다. 그날 아침 엔론은 2001년 회계년도의 1분기 수익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자신만만한 실적 발표가 이메일을 통해 검색한 뉴스기사에 실려 있었다. 주당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 분기별 총수익 500억 달러(281% 증가), 순수익 4억 달러(20% 증가), 에너지 거래량 69조(65% 증가), 에너지 소매거래 수익 59억 달러(59% 증가), 브로드밴드 서비스 7배 증가. 이처럼 놀라운 실적을 올리고도 부족했던지 엔론은 2001년도의 수익 목표를 주당 1.75달러에서 1.80달러로 올려 잡았다.

 

엔론을 분석하는 비커스와 다른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수익 보고가 있는 시기에는 비상사태에 돌입한다. 엔론은 에너지 분야를 뛰어넘어 세계 금융 산업에 뛰어든 거대한 회사이기 때문에 분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엔론의 경우 전화회의가 동부 표준시로 오전 10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비커스는 그날 장이 마감되기 전에 엔론 주석 사항을 발표해야 했다. 주석 사항에는 전화회의에서 다룬 주요 내용과 예상되는 엔론의 예상주가, 주식 투자등급이 포함되어 있다. 비커스의 회사는 항상 엔론을 ?���적극 매수?���에 올려놓았다.

 

어느 날 비커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회사 때문에 죽고 싶은 심정이야.?��� 지친 목소리로 비커스가 말했다. ?���네 회사가 분기별 재무제표를 제출했는데 화장실 휴지로 쓰면 딱 맞겠더군. 여기에는 합자회사와 관계사 거래에 대한 개똥 같은 말밖에 없단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봐.?��� ?���난 몰라. 정 답답하면 우리 회사 CEO에게 전화해서 물어 봐.?���

 

비커스와 전화를 끊고는 나는 책상 위에 놓인 파일 안에서 2000년도 엔론 연례 보고서를 찾아보았다. 좋은 소식들 저 뒤편, 48쪽에 ?���관계사 거래?���에 관한 16번 주석 사항이 있었다. 주석 사항에는 엔론과 엔론의 회계감사법인인 아더앤더슨 사가 재무와 관련해서 발표해야 하는 모든 내용이 담겨 있었다.

 

1999년과 2000년 엔론은 합자회사(관계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그 합자회사의 무한 책임 사원 경영진은 엔론의 중역이다. 관계사의 유한 책임 사원은 엔론과 관련이 없다. 경영진은 관계없는 제삼자와 협상하는 경우와 비교해 관계사 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단락에서는 거래를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억 단위와 10억 단위의 거래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 단락에서도 일련의 거래를 관계사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과연 ?���엔론의 중역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엔론의 회계감사법인인 아더앤더슨 사와 월스트리트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내 일은 아니었다.

 

엔론이라는 100만 달러짜리 공장은 1990년대와 새 천년에 이르기까지 풀 가동됐다. 우수한 경영대학원에서 갓 MBA를 따고 나온 인재들과 맥킨지나 아더앤더슨 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경력 사원들, 민간기업으로 눈을 돌린 군부의 천재들 등 이 모든 사람들이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엔론에 들어왔다.

 

그런데 2001년 6월, CEO인 스킬링과 회장 켄 레이가 전 직원들에게 두 차례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틀 연속으로 전송된 두 개의 메일은 원가절감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것과 엔론의 기울고 있는 계열사를 개편한다는 내용이었다. 엔론 주가는 8개월 전 최고 80달러를 기록한 이후 40달러 선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엔론에 걱정할 만한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해 여름에 엔론의 문제로 더 이상 신경 쓸 여가가 나에게는 없었다. 나는 결혼과 신혼여행을 앞두고 매우 분주했기 때문이다.

 

종말의 시작

2001년 8월, 데스 스타는 여전히 부산하게 움직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나 혼자만 멋진 여름을 보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일주일 전 위험평가 관리부에서 일하고 있는 미들턴과 나눈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미들턴은 엔론 사람들이 거래 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인사고과와 보너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엔론은 수익성이 높은 회사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수익이 증가할 리는 없다. 미들턴의 생각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면 실제 거래 가치와 손실액 때문에 엔론은 벌써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만약 그의 말대로 보너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로 인해 어떤 손실이 발생했을까? 나는 약간의 우려와 의심스러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프 스킬링이 사임했다. CEO는 이유 없이 사임하지 않는다. 정년이 되거나 더 좋은 회사로 가지 않는 한, 그리고 이사회에서 사임을 종용하지 않는 한 사임하지 않는다. 특히 스킬링처럼 마흔 여덟밖에 되지 않았고 CEO가 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람은 사임할 이유가 없었다. 비커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왜, 왜, 뭐 때문에??��� ?���비커스 진정해, 개인적인 이유래.?��� 나는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편지함에 이메일이 도착했다. 켄 레이가 전 직원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제프 스킬링의 사임이 개인적인 이유이고, 이사회에서 자신에게 이사회 의장직과 더불어 회장 및 CEO 자리를 맡아달라고 제안하여 이 제안을 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한시 바삐 하락한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에 주력하겠으며, 지금보다 더 실적이 우수했던 때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스킬링의 폭탄선언으로 날아올랐던 먼지가 켄 레이의 부임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주가는 35달러 선에서 안정됐고 거래량도 일반 수준으로 되돌아 왔다. 켄 레이는 투자관련 전문회사를 돌며 유세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진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으며, 우리는 평온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9월 어느 날 아침 나는 파생상품에 관한 상급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었다. 그때 비행기가 무역센터에 충돌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사내방송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엔론은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신이 없었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모든 일이 현실 같지가 않았다. 그 주 내내 분위기가 침울했다. 9월 17일 주식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다행히 엔론 주식은 25달러 정도에서 안정되었으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레이의 모래성

3분기 전화회의는 스킬링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오전 9시 전화회의는 아주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엔론이 이번 기회에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정보 공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널러 퍼져 있었다. 사내 뉴스에는 엔론의 수많은 수치들이 떠올라와 있었으며 결과는 모두 낙관적이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 찬 미소를 지었고 켄 레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총 순이익은 3억 9,300만 달러로 이익이 26% 상승했다는 것은 우리의 핵심 사업인 도소매 에너지 사업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실적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켄 레이는 2001년도 3분기 실적을 2000년도 3분기 실적과 비교했고, 26%는 과히 괄목할 만한 기록적인 수치였다. 그때 돌덩이 한 무더기가 떨어졌다. ?���그런데 2001년도 3분기의 비반복적 손실 부분이 총 10억 1,000만 달러입니다.?��� 켄 레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회사의 핵심 에너지 사업과 잠재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쳤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손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순간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결국 순이익 3억 달러는 사라지고 6억 달러의 손실만 남았다.

 

그날 하루 종일 뉴스와 애널리스트 인터뷰가 쏟아져 나왔고 화난 비커스의 전화가 빗발쳤다. 주가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33달러 84센트로 마감했고 거래량은 800만 주였다. 투자가와 주식중개인, 직원들, 애널리스트 등 모든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엔론을 주시하던 사람들은 ?���기록적인 수익률?���과 ?���10억 달러 손실 부담금?���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소식을 듣고 갈팡질팡했다. 엔론은 투명 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엔론이 발표한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월 17일, 나는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니 「월스트리트 저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나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집어 들었다. ?���엔론. 3분기 투자손실 및 자산 평가절하 발표로 세상을 놀라게 하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목요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엔론은 합자회사 때문에 주주자본이 12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주주자본 감소 소식을 왜 보도 자료에 올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엔론 대변인 마크 팔머는 그것은 공개할 ?���자료?���가 아니라 ?���단지 대차대조표?���에 올릴 내용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시 신뢰성의 문제가 대두됐다. 엔론 주식의 주가는 이제 29달러로 하락했다.

 

나는 한 주간 엔론 주가를 기록한 차트를 꺼냈다. 엔론 주가는 월요일 35달러로 시작했다가 금요일 2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5일 만에 25% 이상 하락했다. 나는 비커스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 언제쯤 바닥을 칠 거 같아??��� 나는 엔론 주가의 하한선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비커스는 대답을 했다. ?���이미 며칠 전에 내가 정한 하한선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나도 모르겠어. 어찌됐든 엔론이 파산할 리는 없잖아!?���

 

전형적인 합자회사 거래에는 특수 목적을 지닌 기관이나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 목적 조직의 핵심 역할은 엔론에게 현금을 제공하고 엔론의 부채가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다. 부채가 많으면 투자자들이 떠나고 엔론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거래 업무에 장애가 생긴다. 따라서 특수 목적 조직은 바로 이런 일을 미연에 막아주는 것이다. 엔론이 받은 돈은 엔론의 부채가 아니라 특수 목적 조직의 부채로 기록된다. 결국 엔론은 수익만 거둔 셈이 된다.

 

그러나 2001년 10월, 엔론은 이런 회계 놀음의 중력에 이끌려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합자회사 문제가 없었다 해도 레이의 모래성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엔론 주가가 급격히 치솟았을 때는 이런 거래 구조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었겠지만, 주가가 반 이상 하락한 2001년에는 엔론 주식을 기반으로 유지됐던 거래가 문제를 낳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금융전략은 엔론 기업의 핵심이었고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안에 숨겨진 블랙박스 같았다.

 

엔론은 이미 가슴에 칼을 맞은 상태였는데 10월 29일에는 가슴에 꽂힌 그 칼을 비틀면서 더 깊숙이 박아 넣는 사건이 터졌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엔론의 장기채권 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엔론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여파로 금융비용이 상승했으며 채권 소유자의 채권상환 요구가 쇄도했다. 엔론 내부에서는 사업 운영 자금 유치에 열을 올렸다. 엔론은 미친 듯이 10억에서 20억 정도의 신용대출을 모색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전히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거래 업무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월이 끝나갈 무렵, 주가는 12달러 근처를 맴돌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단순한 ?���조사?���가 아니라 전면 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그날 저녁 멍하니 회사를 나섰다. 켄 레이가 뭐라고 해도 이제 엔론은 무너지고 있었다.

 

 

비싸게 사고 싸게 판다

11월 초, 뜻밖에도 엔론 중역으로 있었던 아저씨 뻘인 미스터 블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전화로 엔론을 그만두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 미스터 블루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엔론 중역의 ?���공동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기 위해 사내망을 검색했다. 맙소사! 불과 1년 만에 엔론 중역 대부분이 영원히 회사를 떠났다. 이 모든 사람들이 엔론을 떠났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바로 엔론 주식을 한 아름 사들일 때였다. 그렇게 나는 미쳐가고 있었다. 10달러 대의 엔론 주식은 불티나게 팔렸다. 비커스와 나는 시간이 지나면 엔론의 일부 사업가치가 상승하리라고 믿었다.

 

11월의 시작과 함께 합병 소문이 날개 달린 듯 퍼져나갔다. 로얄 더치 셀이 선두 주자인 듯했다. 사실 셀이 엔론을 사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합병 소문과 뉴스, 끊임없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에 신용등급 하향 바람이 불었다.

 

엔론은 긍정적인 의견을 계속 제시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었다. 11월 초에 새로운 금융 구제책과 아주릭스 매각 소식을 알리는 보도 자료가 나왔다. ?���다이너지와 엔론, 합병에 동의하다.?���라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거래가 성사됐고 한숨소리가 거래소 전체에 메아리쳤다. 20%의 직원은 파산을 피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80%는 이제 엔론이 사라진다는 암울한 현실을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합병 조건으로 새 회사의 이름은 ?���다이너지?���로 부르기로 했다. 다이너지는 엔론에 즉각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대가로 엔론은 북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자회사를 다이너지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주가가 안정되는 듯했다. 심지어 주가가 거의 10달러 선에 다다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이너지 합병 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져갔다. 애널리스트들은 합병이 완료될 11개월은 고사하고 한 달을 버틸 현금도 엔론에는 없다고 말했다. 주가가 5달러로 하락하자 얼이 빠진 엔론 직원들은 갑자기 환호하며 웃기 시작했다. 5달러는 실제 주식과 ?���깡통 주식?��� 사이의 경계선이었다. 나는 그 달 초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비싸게 사들였던 주식을 싸게 팔아치우지 않을 수 없었다.

 

11월 28일 수요일, 드디어 예상했던 일이 터졌다. S&P가 엔론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고, 엔론과 거래하던 회사들은 즉시 거래를 중단했다. 엔론 온라인도 폐쇄됐다. 다이너지가 합병 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합병 거래는 공식적으로 사장됐다. 그러나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날 월스트리트에서 장이 열릴 때는 3달러 69센트였던 엔론 주가는 80% 이상 하락했다. 주가는 0.61달러로 장을 마감했고 거래량은 3억 4,500만 주였다. 엔론 주식은 하루 동안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주식 가운데 한 종목의 거래량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은폐와 파기

내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 들어간 지 248일째, 달로 치면 여덟 달이 지난 11월 말경 엔론은 끝장이 났다. 엔론에서 일한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주가가 정확히 61달러에서 0.61달러로 떨어지는 상황을 목격했다. 주가뿐만 아니라 내가 꿈꾸던 직장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가 99% 하락한 느낌이었다. 다이너지가 엔론을 구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순간부터 엔론이 파산신청을 하는 날이 시시각각 다가왔다.

 

엔론 온라인은 폐쇄됐고 28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가 모두 중단됐다. 주가는 폭락하고 사업 거래는 중지됐으며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지난 몇 주에 걸쳐 엔론의 고위 경영진들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이 가장 끔찍한 소식이었다.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에만 급급했다. 전체 직원회의도 더 이상 없었고 켄 레이가 이메일을 보내는 일도 없었다.

 

다이너지와의 합병계약이 취소되자 엔론에게는 세 가지 선택만이 남아 있었다. 미국 파산법 11조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7조를 신청해 청산절차를 밟는 방법, 아니면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제로였다. 엔론 사태는 일종의 사기였고 회계부정 사건이었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지원할 만한 사건이 아니었다. 엔론을 지원해 재선 가능성과 자신의 명성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정신이 나간 정치인은 없었다.

 

요즘 세상에 1달러 가지고 살 만한 물건은 거의 없다. 그런데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1달러를 가지면 엔론 주식을 3주나 살 수 있었다. 나는 로비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마지막으로 올려다보았다. ?���세계 최대 회사?��� 나는 터무니없는 그 글귀에 고개를 저었다. 나는 현수막을 반으로 찢어버리고는 찢어진 현수막 뒤에 있는 벽에 새로운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보는 상상해 보았다. 현수막 뒤에 있는 벽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세계 최대 사기 집단?���

 

 

희생자의 천국, 악당의 천국

뉴욕의 파산법원이 엔론의 ?���첫 번째 조치?���를 승인했다. 즉, 회사가 파산법 11조를 신청해 자발적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현 직원들을 위한 의료 혜택과 임금을 지급하며 해고될 직원들에게 각각 4,500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해고당한 직원들에게 각각 4,500달러를 지급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모두들 울상을 지었다. 퇴직금 지급 계획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엔론의 중역이었던 미스터 블루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자신이 겪었던 엔론의 실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1999년 6월 28일 엔론 이사회는 엔론 주식 분할 건을 승인하기 위해 특별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한 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이사회는 엔론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올리지 않기 위해 특수 목적 조직(LJM1, LJM2)을 만들자는 앤디 패스토우의 제의를, 경영규칙을 무시하고 받아들였다.

 

엔론이 2001년 10월과 11월의 손실과 수익수정 보고서는 각각 LJM1 및 LJM2와 관련되어 있었다. 앤디 패스토우는 그 거래의 대가로 최소 3,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받았다. 그들은 회계 규칙을 무시하고 위반했다. 합자회사의 세부사항을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엔론의 재무제표에 수익을 부풀려 올렸다.

 

아더앤더슨 사의 CEO 조셉 베르디노는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엔론 중역들이 그의 회계 회사를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디노는 LJM1을 연결재무제표에 올리지 않은 잘못을 인정했지만, 전체 자산과 자본에 비교하면 소소한 실수?���라고 말했다. 또한 베르디노는 엔론이 ?���감사하기 쉬운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0년 엔론은 베르디노의 아더앤더슨 사에 5,20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것만 봐도 감사하기 ?���쉽지 않았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엔론 사태를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내가 10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대출하려고 하는데, 나의 신용 상태로는 은행으로 달려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A라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는 나와 독립된 회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외부 투자가가 그 회사에 투자하게 만든다. 적어도 전체 자금의 3%는 외부 투자자의 자본이어야 한다. 따라서 내 처남이 A라는 회사에 3,000달러를 투자한다. 그렇게 되면 A회사는 은행에서 9만 7,000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제 내가 처남이 투자한 3,000달러와 은행에서 대출받은 9만 7,0000달러의 합인 10만 달러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A회사와 나 사이에 무언가 거래 실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하다 못해 집에 있는 헌 가구라도 팔아야 하는데 이때 실제로 파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만 A회사로 이전하는 것이다. 가격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실제로 가구를 10만 달러에 팔고 그 돈을 마음껏 사용한다. 한편, A회사가 은행에 갚을 대출금 상환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합작하여 B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면 된다. 엔론은 이런 거래를 수천 개씩이나 했던 것이다.

 

엔론 주가는 파산 이후 1달러를 넘지 못했다. 마침내 뉴욕 증권거래소는 엔론이라는 이름과 이제 영원히 작별하기로 결정하고는 상장취소 결정을 내렸다. 1월 18일, 엔론은 회계 감사법인인 아더앤더슨과 결별했다. 그리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1주일도 지나기 전에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아이너지, 프레디 맥, 멀크, 델타 항공, 썬트러스트 은행 등 수많은 회사가 빠른 속도로 아더앤더슨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소송이 시작되면서 미국 증권거래소는 더 이상 아더앤더슨이 감사한 재무제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여전히 아더앤더슨과 거래하는 회사들은 60일 내에 다른 회사를 고용해서 재무제표를 감사하도록 했다.

 

 

종말을 향해

나는 면접을 보는 사이사이에 면접에서 물어볼 만한 질문 유형을 연구하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을 검색하며 시시한 소일거리를 찾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시간을 전자 딜러와 블랙잭을 하며 보냈다. 또한 고양이 해리, 강아지 베일리와 함께 나는 동물의 왕국과 엔론 청문회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청문회에서는 제프 스킬링이 증언하고 있었다. ?���제가 아는 한 엔론의 재무제표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정확히 반영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떠났을 때 저는 엔론이 앞으로도 번성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공화당 의원 제임스 그린우드가 스킬링의 발언에 기가 막혀 했다. ?���엔론이 파산신청을 했고 CEO와 다른 직원들이 대규모 내부자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켄 레이는 CEO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가 조사를 시작했지요. 1997년에서 2000년까지 총 5억 8,6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수정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추가로 수익을 10억 달러나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로 미루어볼 때 당신이 CEO였을 때에도 엔론은 수익성이 높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볼만한 광경은 스킬링이 합자회사 거래를 승인하는 이사회 회의 도중 전기가 나가서 방안이 온통 깜깜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을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였다. ?���깜깜했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엔론이라는 이름과 존재가 과거 속으로 사라지자 새로운 속편이 등장했다. 속편은 속이 뒤틀리는 한 편의 법정 드라마였는데 그것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지켜본 드라마였다. 엔론과 아더앤더슨을 둘러싼 법정 싸움은 점점 더 그 윤곽이 분명해져 갔다. 켄 레이, 스킬링, 패스토우, 아더앤더슨의 서류 파기 팀은 엄청난 법적 위협에 맞서고 있었다.

 

레이는 회사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설령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모른 체 했어도 책임을 져야 했다. 배심원들은 ?���사태를 그대로 방치한 죄?���를 물을 것이다. 청문회에서 자신만만하게 질문에 대답했던 스킬링은 그가 말한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위증죄로 유죄판결을 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 ?���나는 하라는 대로 했다?���라는 방어 전략을 펼친 패스토우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거짓 서류를 제출하고 거짓 보도 자료를 발표했으며,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합자회사에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감춘 혐의로 우편 및 전자 사기죄로 기소될 것이다. 아더앤더슨 서류 파기 팀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됐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멍청해서 엔론을 믿었던가? 아니다. 엔론에는 찬란하고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탐욕을 부렸는가? 나는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탐욕이나 지나친 소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침을 측정하는 기준은 행동이다. 탐욕은 거짓말하거나 남을 속이고 남의 것을 훔치며 자신의 필요나 분수에 넘치는 것을 가지려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곧 진실을 왜곡하고 수천 명을 파멸시키며 보너스만 추구하는 엔론의 문화가 바로 탐욕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제 엔론에 관계된 모든 것을 버려야 할 때이다. 그때 내 엔론 이메일이 생각났다. 엔론 주차장에도 들어갈 수 없으며 출입증도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다. 모두 끝났다. 그러면 내 엔론 이메일은 어떻게 한다? 갑자기 심심풀이 삼아 내 비밀번호가 소멸됐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컴퓨터에 앉아 이메일 로그인 화면으로 들어갔다. 세 번 로그인에 실패하자 언론 서버에 하얀색 화면이 나타나며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엔론과의 인연을 끊어주는 문장이었다. ?���오류, 접근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