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백향목

탐욕과 청빈의 이야기

미션(cmc) 2016. 12. 25. 06:21

영국의 정복자 윌리엄의 아들이 윌리엄 2세이다. 이 사람은 붉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별명이 붉다는 뜻의 루퍼스(Rufus)였다. 윌리엄 2세는 아주 탐욕스런 사람이었고 약속을 수없이 번복하는 믿을 수 없는 자였다. 1089년 자신에게 늘 바른 말을 했던 대주교 랜프랑크가 운명을 했다. 당시 윌리엄 2세는 대주교 임명을 4년이나 미루면서 켄터베리 대성당의 재물을 탈취한다.

중세는 대주교와 국왕이 서로 대립하면서 상호견제를 했던 것이 당시의 정서였다. 이렇게 제멋대로 나라를 통치하던 윌리엄 루퍼스는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면서 지난 날을 반성한다. 물론 일시적인 것이었지만 공석으로 있던 대주교 임명을 결심한다. 이때 추천된 인물이 안셈으로 불리는 안셀름(Anselm of Canterbury)이었다. 당시 노르망디의 베크 수도원장이었던 안셀름은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 출신으로 신실한 신앙의 어머니 밑에서 자라 15세의 나이에 수도사를 지망한 인물이었다. 이곳에서 안셀름은 수도원장 랜프랑크의 제자가 되어 부원장으로 그의 스승을 섬겼고 학문적 성취를 이루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학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잠시 영국을 방문한 안셀름은 윌리엄 루퍼스의 반강제적 권유로 켄터베리의 대주교가 된다. 물욕에 눈이 먼 국왕과 청빈한 대주교의 갈등은 대주교 임명 첫날부터 시작된다. 윌리엄 루퍼스는 전쟁을 일으켰고 그 전쟁비용을 교회가 일부 부담해줄 것을 요청한다. 헌금을 전쟁 후원금으로 주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대주교 안셀름은 거절할 수 없어 소정의 금액을 제안한다. 작은 헌금에 분노한 윌리엄 2세가 수령을 거부하자 안셀름은 그 돈을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구제금으로 쓰면서 국왕 윌리엄과의 사이는 급속히 악화된다. 대주교 안셀름은 부패해진 교회의 개혁을 요구했지만 국왕은 탈취했던 대성당의 영지만 돌려주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주교들까지 자신의 임의대로 임명하고 있었다.

1109년 청빈의 사람으로 부패의 온상인 국왕과 싸웠던 안셀름은 75세의 나이에 그가 소망했던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영면하였다. 중세 대표적 학문인 스콜라 철학의 대가로 학문적 세계에서 최고 존경을 받았던 안셀름은 올바른 교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다 간 청빈과 공의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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