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담임 목사의 편지 #3
필리핀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를 않아 그 동안 옆집 마당에 가서 한 밤중에 무선으로 메일을 체크하다가 며칠 만에 공사를 해서 겨우 인터넷이 개통이 되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퇴원 후 안성 수양관을 오고 가면서 한 주간 휴식을 취한 후 예약한 비행기 스케줄에 따라 2010년 2월 8일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교회에서 출발하여 필리핀에 도착하여 한 주간을 보내고 구정 주일 아침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세 번 째 편지를 드립니다.
1. 출국하기
2010년 2월 8일 새벽 기도회를 참석하였을 때에 잔기침이 나면서 감기 기운이 몸으로 느껴져서 내심으로 염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 교회와 성도들을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 후 바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 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몇 몇 장로님과 성도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공항으로 출발한 시간은 5시 50분 정도였습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짐을 부치기 위해 저울에 달아보니 한도를 훨씬 초과하였습니다.
아무래도 필리핀에서 한 육 개월 생활하게 될 것을 예상하여 아내가 여러 날 동안 고심 끝에 짐을 꾸렸지만 예상보다 많아진 것입니다.
초과금을 내지 않으려면 짐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무겁게 생각되는 압력솥이니 몇 가지를 끄집어내었지만 여러 권의 책과 카메라와 노트북만이 아니라 시시콜콜한 생활 용품과 김치 보따리는 어느 것 하나도 버리고 갈 것이 없었습니다.
비록 어디를 가든지 거기에서도 살아 있는 동안은 매일 하루 세끼 먹어야하고, 때 묻은 옷을 갈아입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공항 직원이 매우 친절하였지만 규정상 할 수 없이 초과금을 물고 짐을 부쳤지만 그것으로 걱정이 다 끝난 것이 아니라 내심에 여전히 잠자고 있는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필리핀에 입국을 할 때 혹시나 짐이 많다고 세관 직원들이 트집 잡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산다고 하는 것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염려와 근심을 완전히 버리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양을 위해서 일탈을 결심하고 떠나는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지 아무런 염려가 없는 진정한 안식은 환경이 아니라, 모든 염려를 주께 다 맡겨 버리는 믿음 안에서만이 가능한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 55:22)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짐을 다 부치고 나서 배웅 나온 분들과 아침 식사를 나누려고 하였으나 짐과 씨름을 하다가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서 할 수 없이 작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여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에 탑승을 한 후 안내 방송과 더불어 정해진 8시 20분이 좀 지나서야 무거운 기체가 하늘 높이 이륙을 하였습니다.
간밤에 출국을 앞두고 잠을 설친데다, 감기 기운이 겹쳐서 인지 몸이 좀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잠시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트북을 열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였을 것인데 아프고 나니 나도 달라졌는지 잠부터 청하였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아침 식사를 신청 받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기내에서 나오는 식사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빔밥이 있었습니다. 물어 볼 것도 없이 비빔밥을 주문하니 나물, 고추장, 참기름 백반과 더불어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침을 삼키면서 골고루 섞어 맛있게 비볐습니다. 마침 시장했던 터인지라 먹지 못할 것 외에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모든 그릇을 비웠습니다. 주님께 감사한 것은 수술 전 후를 막론하고 감기와 상관없이 식욕을 거두지 않으신 것입니다.
2. 필리핀으로 가는 하늘 길
식사를 하고 필요한 면세품을 사고 하다가 보니 벌써 우리가 탑승한 비행기는 필리핀 아키노 공항 도착 예정 시간인 11시 20분(한국시간 12시 20분)보다 앞 당겨 11시 12분에 도착 예정으로 남은 시간이 49분이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비행기 창밖으로 너른 하늘과 갖가지 구름층을 벗어나서 필리핀에 가까워 오고 있다는 증거로 아스라이 섬들이 하나 둘 나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필리핀 본토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날씨는 매우 쾌청하였으며 뱀처럼 구부러진 강줄기, 바다를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점차 환하게 나타나면서 비행기 동체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공항 도착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탑승한 비행기는 필리핀 아키노 공항에 도착 예정 시간인 11시 20분(한국시간 12시 20분)보다 앞 당겨 11시 12분에 도착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관제탑이 보이고 활주로에 바퀴가 닿으면서 느껴지는 진동은 이제 필리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필리핀 장로교 신학교 이사장으로 몇 번 다녀 간 적이 있지만 안식년을 얻어 몇 개월을 이곳에서 지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필리핀에 도착하는 감정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통관 절차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는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무사히 주차장으로 향하였습니다. 더욱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인천 공항에서 짐을 부치면서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있던 불안을 다 해결해 주신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만만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참으로 간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인 것 같았습니다. 매사를 온전히 하나님께 맡기는 믿음이 부족해서 근심을 사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 출구를 빠져 나왔을 때 열대 지방에서 맛볼 수 있는 후끈한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이미 전화로 사전에 약속한 AMW(ASIA MISS0IN WORLD) 직원이 표지를 들고 나를 기다리기로 하였으나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환영객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좌우를 오르내리는 중에 에드윈이라는 친구가 AMW 라는 표지를 들고 맨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기하던 차에 짐을 실었습니다.
차량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단종된 2004년 식 엑셀 봉고차였습니다. 그러나 필리핀 공항에 세워진 여러 차들 가운데 좋은 차처럼 보였습니다.
차에 올랐을 때 교통체증으로 도로에 수많은 중고차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어 속력을 낼 수 없었습니다.
이미 정오가 넘어 배가 고팠지만 한시라도 빨리 목적지로 가기 위해 참아야 했습니다. 먹을 것을 찾다가 보니 마침 권사님이 정성스럽게 부쳐준 찹쌀 부꾸미 네 개가 남아 있었습니다. 에드윈 기사와 두 개씩 나눠 먹으니 시장기가 가시는 듯 했습니다. 맛을 물으니 매우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었습니다.
공항을 출발한 봉고차로 한 구십 오분 정도 달려 마침내 AMW 수양관에 도착하였을 때 나보다 한 주간 미리 필리핀에 도착하여 모든 숙소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던 창훈대 교회 이훈복 목사님(이사장)과 예전에 우리 교회에 오셔서 부흥회를 인도하신 세광교회 원로 목사로 은퇴하신 김윤배 목사님이 반갑게 우리 부부를 맞아 주셨습니다.
수양관 주택입구에 오색 풍성을 달아 화려한 수양관 입주 기념 테이프 커팅 이벤트까지 준비를 하여 우리 부부를 기쁘고 즐겁게 하였습니다.
이훈복 목사님이 당신 자신을 가리켜 나는 세례 요한입니다 라고 말 한 것처럼 지나 온 모든 과정들을 돌이켜 볼 때 이훈복 목사님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에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커팅을 끝낸 후 먼저 거실에 들어가서 다 함께 모여 우리 부부의 입주를 축복하는 김윤배 목사님의 기도를 받음으로 입주식을 간단히 마쳤습니다.
수양관 크기는 여울 아파트 정도의 이층 빌라로 필요한 모든 것을 미리 다 준비해 놓아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고 모든 것이 다 새것이었습니다.
힘들게 가지고 온 짐들을 다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필리핀에서 한 육 개월을 보내는 동안 육신의 건강과 더불어 영적 충만의 기회가 되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열심히 노력 할 것입니다.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한국은 눈이 많이 내려 귀성길이 혼잡하다는데, 우리 부부는 일년 내내 무덥기만 한 상하의 나라에서 한 주간을 편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명절이 두 번이라 새해 인사도 두 번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구정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수원제일교회의 동역자들과 장로님들과 온 성도들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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