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생활 신앙

[방선기 목사의 생활신앙(27)] 예의에 대하여

미션(cmc) 2011. 6. 23. 17:11

목적이 선하면 방법도 좋아야

이웃과 갈등 일으키는 무례는 복음사역 큰 장애물


   
  ▲ 방선기 목사  
텔레비전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기독교인들의 길거리전도를 다룬 적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전도하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믿는 사람들도 곱게 보지 않았다. 나 역시 그런 전도법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 복음을 전했던 위대한 선배들이 사람들의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지상명령 실천에 순종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사실 나는 복음을 전하겠다고 목사가 되었지만 그런 분들처럼 담대하게 전도하지 못한다. 그런 처지에 용기 있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크리스천들이 분별해야 할 것이 있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복음을 전하라는(딤후 4:2) 말씀을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복음 전하는 일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느낀다면 절제가 필요하다. 주님은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지만 무례한 행동도 용납하시지는 않았다. 좋은 목적이 좋지 못한 방법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 전도할 때의 무례는 삼가는 것이 좋다.

예절은 신앙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예절 같은 것은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 예의를 갖추듯 사람들을 향해서도 적절한 예의를 갖추어야한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고전 13:5).

교회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도 주변에 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주일이 되면 교회 주변의 주차 문제로 민폐를 끼치기 쉽다. 예배에 참석하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편안하게 예배드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무례하다.

예배 중 찬양이나 통성기도 소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쁨으로 찬양하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이웃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소음일 수 있다. 그렇다면 주변에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자. 공동주택 같은 곳에 사는데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거나, 악기 소리 등의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어떻게 하는가? 참을만하면 용납해줄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이웃 간 갈등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항상 내가 그 같은 일을 겪었을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병원에 심방을 갈 때도 예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 환자 심방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서 큰 소리로 찬송하고 기도하는 것이 그 교우에게는 힘이 될 수 있지만 주변 환자들에게는 고통과 짜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본의가 아니지만 옆의 환자들이 불편하고 힘들어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치 않는다(롬 13:10)는 말씀을 환자심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배를 드리게 될 경우 주변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예의 있는 방법이다.

이와 같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는 상황마다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 신앙인이라고 해서 매사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혹시 폐를 끼쳤거나 폐를 끼칠 것을 예상한다면 분명히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사회에서도 이런 예를 볼 수 있다. 공사를 할 때 소음과 먼지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이웃들에게 떡과 같은 선물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크리스천이라면 적어도 그런 예의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교회 건축을 하기 전에도 이런 준비를 할 수 있으면 이웃들과 더욱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감을 직장인들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회식에 참석할 때마다 경건한 크리스천들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구별되기 위해 술을 거절하는 태도도 무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거절하는 것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임을 인식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예의 있게 거절하면서 술자리에서 그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게 노력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바울은 공회에서 대제사장이 사람들에게 그의 입을 치라고 했을 때 화를 냈다. “회칠한 담이여 하나님이 너를 치시리로다”라고 말했다. 그때 사람들이 대제사장을 욕하느냐고 하자 금방 사과하는 예의를 지켰다(행 23:2-5). 크리스천이라면 이런 정도의 예절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크리스천들이 믿음을 표현하다보면 예의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실수를 인정하면서 예의 있게 사과하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미덕이다. 우리가 이렇게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예의를 지켜나갈 때 무례한 기독교인이 아니라 예의 바르고 사랑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