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백향목

밥 이야기

미션(cmc) 2016. 12. 17. 14:17

밥 이야기


필자가 어린 시절, 한 가정의 경제 형편을 말할 때 “밥 걱정은 안한다”라고 하면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표현이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예민한 것이 있다면 경제문제이다.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는 말은 경제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문제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옛날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이런 질문이 유행하는 때가 있었다.

“먹기 위해서 사냐? 살기 위해서 먹냐?” 먹기 위해서 산다면 돼지 같은 놈이라고 모멸감을 주었던 것이 그 시절의 가치관이었다. 당시 살기 위해 먹는다고 말하면 무언가 의식 있는 아이처럼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실상 이 말의 의미를 따져 보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이나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말이 별반 차이 없이 느껴진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통한당 당수로 출마했던 오재형은 이런 구호를 선거벽보에 내걸었다. “배고파 못 살겠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 이 구호가 있기 전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가 먼저 있었는데 1956년의 일이다. 당시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달러로 보릿고개의 아픔을 감내하던 고난의 시절이었다. 그만큼 빈곤은 그 시대의 아픔이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진보니 자주니 평등이니 하는 이념의 노래 속에서 국민 다수는 밥줄이 끊어지는 고통을 맛보았기에 지금도 최고 통수권자가 경제문제, 민생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밥 문제이다. 경제라는 말도 기실은 밥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1975년 시인 김지하는 밥이 하늘이라고 했다. 그는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늘의 별을 독점할 수 없듯 밥은 여럿이 갈라먹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항 시인으로 소외된 민중에게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소중했으면 예수님도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하셨을까! 밥 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경제문제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하늘 보좌를 비우시고 이 땅 위에 오신 우리 주님도 그가 가르치신 기도문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거론하신 것이다. 지금도 기실은 밥 문제가 중요하기에 국민들은 집권당이 경제문제와 민생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경제는 곧 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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