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개혁의 교훈

갑오개혁의 교훈

우리 민족 5000년 역사 가운데 1894년처럼 많은 사건이 있었던 해도 드물다. 1894년 1월 10일 전라 고부 고을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조사관으로 내려온 이용태는 비리를 저지른 지방관을 싸고돌면서 일방적으로 주모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이에 민란의 중심인물 전봉준은 이웃 고을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물러가지 않고 3월 25일 고부 근처인 백산에서 봉기한다. 농민군들은 태안 정읍 고창 영광 함평 등을 차례로 점령하면서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4월 27일에는 전주성을 점령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동아시아 국제 사태로 비화하는데 그것이 청일전쟁이었다.

1894년 6월 23일 일본함대가 아산만 입구에서 증원 병력을 싣고 오는 청 수송선을 격파하는 것으로 청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당시 청 수송선을 격침시키기 이틀 전인 6월 21일 새벽 서울의 경복궁을 점령했다. 날이 밝자 흥선대원군은 일본의 호위를 받으면서 궁궐에 들어섰다. 당시 20년 만에 집권한 흥선대원군은 김홍집을 수반으로 군국기무처를 세워 개혁정책을 펼친다. 소위 갑오정권의 개혁이 시작된 것이었다. 당시 새 정부는 일본군에 힘입어 세워졌지만 이때 일본은 청과 전쟁을 치르느라 조선의 내정까지 간섭할 겨를이 없었다. 정부는 일본의 간섭이 없이 무명감세를 없애는 한편 화폐제도를 개혁하고 조세 금납화와 부과명목의 간소화, 신분차별의 폐지, 과부의 재가와 공사노비제 폐지, 인신매매의 금지, 과거제 폐지를 통하여 능력있는 인재를 뽑는다는 사회 개혁안을 만들었다. 이로써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신분적 차별의 적폐가 제도적으로 일소되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1894년 9월 평양전투에서 청을 완전히 굴복시키면서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을 노골화했다.

1894년 12월 12일 고종은 왕세자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종묘에 행차한다. 이곳에서 홍범14조라는 것을 조상께 고하는데 이는 청과의 관계를 끊고 자주독립하겠다는 것이었다. 홍범 14조의 내용은 9월에 부임한 이노우에 가오루 일본공사가 제시한 개혁강령 20조를 조금 손질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이 일은 일본이 청으로부터 조선의 통수권을 인수받은 것을 의미했다. 갑오개혁은 이렇게 일제의 제1차 침탈을 허용한 것으로 그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