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삶, 진짜 삶
1963년 11월 22일, 극작가 데이비드 롯지가
극장에 앉아 자기가 창작한 연극을 감상하는 중이었습니다.
연극 중간 즈음에 주인공이 라디오를 켜서
지역 방송국 채널을 맞추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날 객석은 만원사례를 이뤘습니다.
배우들은 대사를 하며 안무 동작에 따라 정교하게 움직였고,
감정이입을 하며 연기에 몰입했습니다.
청중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가공된 세상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드디어 그 대목에 이르렀습니다.
주인공이 탁자 위에 있던 라디오를 ‘딸깍’ 켰습니다.
치직, 잡음이 들려왔습니다.
그가 지역 주파수에 채널을 맞추려고 다이얼을 돌리는 동안,
귀에 익은 성우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사라지고,
요란한 음악이 쾅쾅 울리다 스르르 잠잠해지는 등
온갖 잡음들이 섞여 나왔습니다. 바로 그때,
잔뜩 경직된 듯한 급박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방금 전, 텍사스의 달라스 시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을 당해 서거하셨습니다….”
당황한 주인공은 재빨리 다이얼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습니다.
생생한 실제 세계의 ‘현실’이 무대 위에서
공연되고 있는 가공의 비현실 세계를
뚫고 들어온 것입니다.
그것으로 연극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대본을 쓰고, 연출하고,
극적인 효과를 곁들여 연기하고,
관람하는 시시한 연극의 세례를 뚫고
들어올 만한 강력하고 큰 ‘현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때 우리의 연극은 끝나고 현실이,
진짜가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회개와 애통함과 말씀대로 살아가는 삶을
결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 「열렬함」/ 마크 부캐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