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연수과/신앙서적의 요약

어메이징 그레이스/죠 뮤저 지음/임신희 옮김

미션(cmc) 2010. 6. 19. 10:34

어메이징 그레이스

죠 뮤저 지음/임신희 옮김

크레도/2003년 4월/362쪽/12,000원

▣ 저 자 죠 뮤져

라디오, 음악, 영화,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거의 40권이 되는 책을 저작, 혹은 공동 저작했으며 20편이 넘는 영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죤 뉴톤의 자서전을 그대로 살려 더욱 생동감 넘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출간했다.

▣ Short Summary

찬송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의 작사가로 잘 알려진 죤 뉴톤의 일대기다. 미천하고 폭력적인 직업을 가진 철면피한 사내, 죤 뉴톤은 복음에 반하는 삶을 산 사람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악마적 주술의 노예가 되었다가 이후에 노예선 선장으로 온갖 잔혹한 행동과 죄악의 삶을 일삼았던 죤 뉴톤. 하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한 뒤 죽기 직전까지 노예무역 폐지론을 주장하며 윌리엄 윌버포스와 함께 역사에 길이 남는 노예무역 폐지의 기수가 되었다. 그의 역전의 인생, 그 놀라운 고백과 만나보자.

▣ 차 례

1장 1732년 어린 가지가 꺾이다

1725년 7월 24일

1730년 - 런던

1732년 어린 가지가 꺾이다

자비의 천사, 죽음의 천사

1733년 - 귀향

1735년 증오심을 배우다

1739~42 소년, 청년이 되다

2장 끓어 오르는 분노

폴리

반역의 씨

반항의 원인

대영제국의 해군

전쟁의 패륜아

전투와 도망자

끓어오르는 분노

노예선

3장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노예 중의 노예

죄수

마법

집을 향하여 앞으로

공포의 밤

은혜를 경험하다

4장 어메이징 그레이스

기회

폴리의 거절

노예선의 선장이 되다

노예 무역에 대한 반성

마지막 항해

더이상 항해는 없다

믿음의 최종시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에필로그 - 계속된 은혜

어메이징 그레이스

죠 뮤저 지음/ 임신희 옮김

크레도/2003년 4월/362쪽/12,000원

1장 1732년 어린가지가 꺾이다

런던의 주택가 길에서 아침 산책을 하던 에임슬리 신부는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비명소리는 바로 앞 죤 뉴톤의 집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집 안에는 엘리자베스 뉴톤이 침대에 누워 땀과 터진 양수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갓 십대를 지난 젊은 아내였다. 그녀는 산고를 겪고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갈색 눈은 영혼의 창처럼 맑고 따뜻했다. 침대 옆에는 엘리자베스 사촌이며 가장 친한 친구인 아비게일이 지키고 있었다. “사내아이야, 엘리자베스! 아주 건강하구나!” 아기의 엄마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지만 그 눈은 기쁨으로 빛났다. “정말 잘 생겼네! 아이 이름은 아빠 이름을 따서 죤이라고 할래요.”

어린 죤 뉴톤은 서너 살 때부터 이미 글을 읽었고, 여섯 살이 될 무렵에는 라틴어와 수학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종교, 소양, 선, 도덕, 성실 등 여러 성품들에 관해 지도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의 기본적인 덕목에 관해서도 마음속에 심어주었다. 죤은 그 나이 또래에 비해 훨씬 더 성숙했다.

남편인 선장이 바다에 나가있는 동안 엘리자베스는 죤과 함께 데이비드 제닝스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 출석했다. 제닝스 목사를 보면서 엘리자베스는 아들이 목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엄격하고 무뚝뚝한 뉴톤 선장도 바다에서 돌아올 때는 아내와 아들에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아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알고 있는 선장은 종종 읽을 책들과 볼거리들을 가져다주었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는 아들과 농담을 하며 웃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은 숨을 멎을 듯한 발작을 동반했고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쉰 듯한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선장은 이마를 찌푸렸다. 아내를 가까이 보니 몹시 수척해 보였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 누워서 엘리자베스가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아들의 장래였다. 뉴톤 선장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운명을 신의 섭리에 맡기기로 했다.

뉴톤 선장이 출항한 지 몇 달 후 엘리자베스는 아비게일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어린 죤은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이 매 시간마다 종소리에 맞추어 기도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겨 벌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다. 아버지까지 바다에서 죽어 고아가 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선장이 돌아온 것은 출항한 지 한 해가 지나서였다. 죤은 아버지를 맞으러 달려나갔지만 둘의 재회는 어색했다. 죤은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꼭 껴안았다. 반면에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어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 살이 된 죤은 새 환경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계모인 토마신은 아이를 길러 본 경험이 없어서 죤을 방관하고 죤의 존재를 무시했다. 죤은 아무런 보살핌도 없이 혼자 지냈다. 토마신 아버지의 농장으로 이사한 후로 죤은 교회에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부도 하지 않았다. 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나운 이웃 소년들과 보냈다. 싸움, 도둑질 그리고 다른 불량 행위들에 도가 터 있는 그들로부터 권위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계모에게 말대답을 하면 토마신의 아버지가 나섰다. 그는 커다란 벨트로 온 몸에 상처가 나도록 때렸다. 토마신에게 아기가 생긴 후로는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죤은 오로지 계모와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했다.

열한 번째 생일날, 그는 아버지와 배에 올라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바닷사람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빨리 배워나갔다. 선장은 처음으로 아들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느꼈다.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죤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고 진짜 뱃사람이 되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바다에서 수 주일을 지낸 어느 날, 죤은 갑판 위에서 별자리를 살피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니?” 뒤에서 누가 불러 돌아보니 배의 요리사이자 의사인 니벤스였다. “나를 따라오렴.” 니벤스는 그를 배의 주방으로 데리고 가 간이침대에 앉혔다. 한 시간 후 갑판으로 뛰어나온 죤은 수치심으로 온몸이 떨렸다. 그에게 방금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뭔가 끔찍한 일이라는 것은 알았다. 니벤스는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니며 성장의 과정이라고 달랬지만 죤은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우리 둘만 아는 일이야.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너의 목을 콱 따버리겠어!” 죤은 마음에 입은 상처와 충격으로 소리 죽여 흐느꼈다. 정적 속에서 자신의 구토물이 바닷물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배의 선원으로 몇 년을 항해하면서 죤 뉴톤은 점점 성숙해져갔다. 죤이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일년 동안 집에 머물게 했다. 그 때 젊은 나이의 혈기로 분별 없이 놀던 그에게 세 가지 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모면한 일들이었다. 죤은 문득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하나님이 생각났다. 그는 왜 하나님이 자기에게 살 기회를 주시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간발의 차이로 살아난 것이다. 그는 앞으로 경건하게 살겠다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 맹세는 선원으로 돌아가면서 사라져 버리고 그는 예전보다 더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었다. 선장은 이렇게 자제심이 없는 죤에게 불만을 나타냈지만 아들의 방탕함을 그저 한 때 지나가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고 야단치기를 그만두었다.

2장 끓어오르는 분노

뉴톤 선장은 오랜 친구인 마네스티에게 방탕한 아들을 부탁했다. “배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내고 출항할 것이라는 구나. 준비할 시간은 충분할 게다.” 아들과 아버지는 그 후 2주 동안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즈음 아비게일에게서 한 번 다녀가라는 편지를 받았다. 아비게일은 어느 날 기도하던 중 그 옛날 엘리자베스와 나눴던 죤과 자기 딸 폴리를 결혼시키자던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켄트로 아버지의 심부름을 갔던 죤은 돌아오는 길에 그 편지 생각이 났다. 그는 길을 물어 체슴에 있는 카틀렛 가로 말을 몰았다. 아비게일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서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비게일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비게일과 그녀의 남편은 죤의 친근감 있는 태도와 좋은 매너에 호감을 가졌다. 폴리는 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죤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 가슴이 이상하게 뛰면서 갑자기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켜보면 그녀도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죤에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고 권했다. 둘 사이에는 연애 감정이 고조되어 갔다. 함께 오솔길을 걷던 죤은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폴리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누구와도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흥분되고 사뭇 색다른 감흥이 일었다.

죤은 런던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마네스티는 아마도 자마이카로 향할 최종 준비를 마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지난 며칠을 되돌아보니 죤은 폴리를 보지 않고 앞으로 5년을 지내야 하는 자마이카로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죤은 마네스티와 함께 출항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네스티는 최대한 기다렸으나 결국 출항해 버렸고, 죤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여 아들을 포기하기로 다짐했다. 어쨌든 열 여덟이면 스스로 독립할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죤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상선을 타고 바다로 가는 것이었다. 특히 폴리와 사랑에 빠진 지금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것이 후회되었다. 죤은 런던의 항구로 가서 일을 찾았고 삼등 항해사가 되었다. 배가 출항하자 고된 일이 이어졌고 밤이고 낮이고 바쁘게 일을 해도 끝이 없었다. 꿈에서 폴리를 만나는 것 외에는 그녀에 대한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다. 죤은 폴리를 생각할 때마다 이제부터는 좀더 도덕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나 그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항해를 하는 동안 여러 항구 도시에서 그렇게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덕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는 시간을 여러 번 가졌다. 스페인에 정박했을 때는 매춘부에게 자신의 순결을 버리기까지 했다.

꼭 1년 후 죤이 탄 배는 런던 항구에 정박했다. 집에 있는 며칠 동안 죤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폴리를 본지도 거의 일 년이 지나고 있었다. 죤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간신히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카틀렛 가를 찾아갔다. 죤은 폴리와 서로 얘기를 나누며 눈 쌓인 들판과 숲 속을 걸었다. 죤은 매춘부와의 기억이 마음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어 폴리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만약 원하기만 한다면 떠나기 전에 그녀를 유혹해서 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죤은 폴리와 함께 있는 즐거움에 빠져 출항 날짜에서 한 주를 더 머물렀다. 런던으로 돌아오자 배는 이미 떠났고 아버지는 또 한 번 몹시 화를 냈다.

뉴톤 선장은 아들을 위해 다른 배를 찾아보았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수 주 동안 두 사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어느 날 죤은 잠깐만이라도 폴리를 한 번 더 보려고 체슴으로 향하다가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 징집할 사람들을 잡으려고 매복해 있는 징집단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몽둥이로 때리고 작은 헛간 문으로 거칠게 밀어넣었다. 동이 트자 그들은 꼬리표가 붙여져 항구에 정박 중인 영국 전함 하위치 호로 옮겨졌다. 일단 군대로 징집된 자들은 도망치다가 붙잡히는 날이면 탈영병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죄수의 감방과 다름없는 생활이 끝나고 수습생도가 된 죤 뉴톤은 어느새 자신의 새로운 환경을 즐기고 있었다. 약간의 권위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일반 수부로 있을 때 얼마나 착취당하고 비참한 생활을 했는가를 잊고 바로 그 착취자의 한 사람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죤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래지 않아 모든 선원들이 가능하면 죤을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죤은 선장이나 다른 장교들과도 가까워 질 수 없었다. 그는 반항적이고 자신을 열지 않았으며 자기 속에만 갇혀 있었다.

4월과 5월, 하위치 호는 북해에서의 호송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즈음 수습생 한 명이 죤의 취향을 파악하고는 그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제임스 미첼이라는 이름의 그는 어느 날 밤, 비번인 죤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미첼과 지적인 대화를 하게 된 죤은 너무 기뻤다. 미첼은 말했다. “인생은 쾌락과 양심 사이의 긴장만 없애버리면 훨씬 더 간단하고 즐길 만하지. 양심이란 놈만 제거해버리면 죄란 없는 거야. 죄가 없다면 그것을 지적하기 위한 하나님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생각해 보게, 죤. 하나님께 복종한다고 해서 자네가 더 행복해지거나 더 성공할 것 같은가? 성숙한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지. 도대체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겠나?” “그렇다면 죽음은?” 죤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게 뭐가 겁나? 죽음이란 그저 생명이 소멸되는 것일 뿐이야. 심판의 날이라든가 지옥 불 따윈 없네. 그저 무존재라구.” 미첼의 이러한 말들에 죤은 지극히 매료되었다.

어느 날 저녁 미첼과 죤은 배의 고물에 서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죤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싫었다.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면 이런 것들부터 처리해야 했다. 죤은 죄와 구원에 대한 어머니의 가르침과 함께 깊숙이 자리잡은 양심을 검은 바다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 후로 죤은 며칠 낮과 밤을 미첼과 함께 있으면서 그의 철학에 점점 더 푹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젊은 수습생이었던 잡 루이스의 경건한 신앙심도 그들에게 노리갯감이 되었다. 60일의 절반도 되지 않아 죤은 잡이 그의 종교적인 믿음을 내던져 버리도록 만들었다. 죤은 잡을 설득하여 자신들과 함께 선창가의 선술집에서 럼주에 만취되도록 한 뒤 2층에서 매춘부와 자게 했고, 죄책감을 느끼는 잡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이제 계몽되었네, 잡. 이젠 자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그것이 지적인 자유라는 것이지.”

1744년 여름 하위치 호의 호송 임무는 선원들에게 무척이나 지루했다. 모든 선원들에게 휴가가 열두 시간 정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선박이 케슴의 폴리의 집이 거의 보이는 위치에 정박했을 때 죤의 마음은 침울했다. 그녀가 바로 가까이 있었지만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폴리의 아버지가 죤이 두 번이나 케슴에 있느라 자신에게 중요한 승선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딸의 결혼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죤은 폴리의 집으로 가 용서를 구했으나 카틀렛 씨는 완강했다.

9월, 하위치 호는 프랑스 전함 솔다이드 호와 대접전을 벌인 끝에 상대에게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입히고 전함을 포획했다. 영국 왕실 해군은 솔다이드 호의 포획자마다 5파운드씩을 지급했다. 죤은 배가 케슴에 정박할 때를 틈타 카틀렛 가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박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아프리카 남단에 있는 희망봉을 돌아 극동으로 가는, 5년이나 걸리는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죤은 상황을 곰곰이 따져 보다가 마침내 카테렛 선장을 찾아가 간신히 열두 시간 외출을 허락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열두 시간 이상을 지체하다가 탈영병을 찾고 있던 해군들에게 다시 잡혀 탈영자 꼬리표가 붙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강제 연행되었다.

죤은 고양이 아홉 꼬리로 태형 백 번이라는 선고를 듣자 쿵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 매질을 견디고 살아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꼬리 끝에 쇠붙이가 매달려 있어 사람의 살갗을 파고 들어가 뼈에까지 상처를 내는 형벌이었다. 북소리가 울리고 매질이 시작되었다. 갑판장은 그와 항상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죤을 매질하는 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물 네 번째의 매를 맞았을 때 죤은 정신을 잃었다. 죤의 상처가 치료되는 데에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다시 복무를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이 마치 나병환자 같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이 그를 피했다. 그들은 죤에게서 받은 수모를 앙갚음하려는 것 같았다. 심지어 친구였던 제임스 미첼과 잡 루이스조차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카테렛 선장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지루한 몇 달을 보낸 후 죤은 생각지 못한 연속적 사건으로 징용이 풀렸다. 그는 페가서스라는 상선의 선원과 맞교환 되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전보다 훨씬 편안했다. 선장도 친절해 보였다. 이 상선은 노예선이었다. 주로 아프리카의 서해안을 돌면서 여러 상품들을 노예와 교환했다. 노예의 등급을 매길 때마다 고통의 비명이 허공을 찔렀다. 죤은 노예의 어깨나 팔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가 살을 태우는 냄새를 맡았다. 선원들이 저녁 시간을 즐기며 담배를 피우고 조용한 노래를 부를 때, 죤은 이 평화로운 정경 뒤로 배의 아래 칸에서 새어나오는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었다.

3장 더 깊은 암흑속으로

죤이 페가서스 호에 승선한지 여러 달이 지나고 있었다. 백인들의 방탕함과 폭력은 노예들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새겨 넣었다. 때로는 흑인 남자의 아내나 여동생 혹은 어머니를 추행하는 동안 옆에 있는 흑인 남자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다른 선원이 매질을 하거나 보초를 서주었다. 강간을 피하려다 심하게 구타당한 여자 노예들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죤을 포함하여 선원들 중 누구도 자신의 더러운 만족을 위해 여자 노예들을 성적인 애완동물로 다루는 것에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죤은 이 많은 여자 노예들이 아기를 가진 채 신세계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인도제도나 미국 식민지에서 태어날 흑인 아기들의 혈관 안에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급속히 전염되는 치명적인 매독이나 임질을 앓고 있었다.

1746년 새해, 선장이 갑자기 죽었다. 악명 높은 콜린스가 대리 선장으로 지명되자 죤의 삶은 더욱 비참해졌다. 오래지 않아 콜린스는 죤을 다시 해군 전함에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죤은 겁에 질려 거의 자살할 지경에 이르렀다. 죤은 배가 아프리카에 정박했을 때 페가서스 호의 공동 소유주인 클로우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고, 클로우는 그 청을 들어주었다. 그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상인으로 선장들이 노예를 사는 일을 돕고 있었다.

클로우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죤 뉴톤이 대단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경험만 쌓는다면 자신의 사업들을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클로우는 섬 하나를 사들여 그곳에다 라임 플랜테이션을 시작할 계획으로 죤에게 그 공사의 감독을 맡겼다. 집도 한 채 주고 자신의 여자 노예 중에서 한 명을 뽑도록 했다. “자네가 내 아들 노릇을 했으면 하는 바람일세.” 죤은 이 난데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낮에는 열심히 일했고 밤이 되면 자신이 고른 벌거벗은 어린 노예 소녀 옆에 누워 쉬면서 열정적으로 섹스를 즐겼다. 그는 그 노예 소녀의 이름을 루비라고 붙여 주었다. 때때로 죤은 죄책감을 느꼈다. 루비에 대해서가 아니라 폴리에게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자신을 합리화했다. 나는 무신론자다. 그리고 노예와의 성행위는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저급한 인간이므로 우월한 유럽인들과 똑같이 감정과 지적인 능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클로우는 자신의 정부이자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공주인 피아이를 섬으로 데려왔다. 클로우는 피아이를 죤에게 소개했다. “이 백인은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여보, 죤은 좋은 청년이오. 내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지.” 피아이는 갑자기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아들이라고요? 아들을 원한다면 내가 낳아드리면 되잖아요?” 피아이는 자신이 아무리 아프리카의 왕족이고 클로우에게 아들을 낳아준다 해도 정서상 그 아들이 백인인 남편의 후계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클로우는 죤을 집에 불러 물건을 싣고 나갈 중요한 계획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는 물품들이 모두 배에 적재되고 출발 준비가 끝났다. 클로우가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을 때 죤을 쳐다보는 피아이에게서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다. 디저트 후 그녀는 고급 브랜디를 가져와 클로우보다 먼저 죤에게 한 잔을 권했다. 술을 한 모금 입에 넣자 입술이 타는 듯했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머리가 핑 돌고 중심을 잡기도 힘이 들었다. 그는 구역질과 심한 열로 다음 날 아침까지도 침대에서 나오지 못했다. 함께 가지 못하게 된 클로우는 피아이에게 죤을 맡기고 배를 타고 떠났다.

죤은 자기가 아픈 원인을 생각하다 섬광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내가 독을 마신 거야! 피아이가 내게 독을 먹인 거라구!’ 죤은 그녀가 다시 자기를 죽이려 할거라고 생각했다. 피아이는 죤을 노예 숙소로 옮기게 하고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 죤은 진흙탕으로 가서 개처럼 엎드려 물을 마셨고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루비가 먹을 것을 조금씩 날라다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 지도 몰랐다. 피아이에게는 원통한 일이겠지만 점차 죤의 몸은 좋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신비한 힘이 이 백인 남자를 죽음에서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클로우는 돌아오자마자 죤을 찾았다. 그러나 피아이는 간계를 부려 죤을 중상모략했다. 죤이 자신을 겁탈하려 했고 클로우의 보석을 훔치려 했다고 하며 평소 그를 시기하던, 미리 짜놓은 증인들을 동원했다. 죤이 강력히 부인했으나 클로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그를 노예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죤은 땡볕 아래서 다른 노예들과 같이 고된 노역을 했다.

죤은 도망갈 궁리를 해봤으나 클로우의 군대에 잡히는 날이면 현장에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따금씩 동정적인 하인이 죤에게 밥을 좀 남겨 주려고 했지만 클로우는 죄수에게 더 이상의 친절을 허용하지 않았다. 클로우는 죤을 대장간으로 데려가 18인치 짜리 체인이 감긴 발목 수갑을 채웠다. 죤은 날마다 플랜테이션에서 혹독한 중노동을 계속했다. 클로우와 그의 정부는 그가 서서히 죽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죤은 노예들을 통해 몰래 아버지와 폴리에게 편지를 써보냈고 이 편지를 받은 그의 아버지는 곧 마네스티에게 연락하여 아프리카로 가는 배를 이용해 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힘든 날들이 꽤 흐른 어느 날, 한 백인이 클로우의 농장을 방문했다. 그는 자신을 클로우와 같은 무역상인 바아커라고 소개했다. 클로우의 동료 상인들과 경쟁자들은 클로우보다 바아커가 더 부자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죤을 보더니 몇 주 후 다시 와서 클로우가 터무니없이 부른 몸값을 치르고 죤을 인수했다. 죤은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발에서 무거운 수갑을 빼고 나니 정말 살 것 같았다. 바아커의 농장으로 가는 길에 죤은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바아커에게 감사하며 울먹였다.

죤은 새로운 고용주가 작성한 계약서를 읽었다. 모든 고용조건이 분명하고 공정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몇 달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죤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 바아커는 내륙에 볼일이 있을 때는 죤에게 자신의 사업을 맡겼다. 바아커는 키탄 강에서 100 마일 떨어진 곳에 새 농장을 만들 계획을 말해주었다. 죤과 그곳에서 만난 에드워드는 서로의 개성과 기술이 신기할 정도로 상호보완작용을 했다. 그들은 완벽한 팀을 이루어 키탐 농장을 건설하고 사업을 더욱 번창시켰다.

에드워드와 죤은 키탐 농장에 있는 노예들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주었다. 죤은 작은 오두막을 가지고 있었으며 밤에는 동무가 되어줄 여자 노예를 고르곤 했다.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프리카 소녀나 여자들과 잠을 자다 보니 이제는 폴리와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국에 대한 죤의 기억은 이제 희미해져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존은 아프리카 문화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특별한 사람들의 풍습은 현란한 색채를 가지고 강렬하면서도 신비로웠다. 밤이 되면 달빛 아래서 야성적이고 감각적인 눈을 한 남자와 여자들이 거의 나체가 된 채 빙빙 돌았다. 죤도 여러 번 그들과 함께 나체로 끝도 없는 북소리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는데 알코올과 주술이 혼합되어 그 파장이 심각했다. 때로는 마약을 말도 못할 정도로 섭취했다. 그는 기괴하고 불가사의한 의식에 빠져 들어가 완전히 악마적인 혼에 사로잡혔다. 한 번은 인간을 희생하는 의식에 참여했는데 한 어미가 신들린 상태에서 마귀와 교접해 낳은 왼손과 왼발이 없는 아기를 귀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죽이는 모습을 보았다. 아기는 조그마한 팔과 다리를 마구 내저으며 울었고, 그 아기의 조부이기도 한 마을의 연장자는 주문을 외며 아기의 몸에 어떤 가루를 뿌리더니 돌도끼로 재빨리 그 작은 머리를 내리쳤다. ‘결국 신은 없어.’ 죤은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했다.

죤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흑인으로부터 주문 외우는 법을 배웠다. 그는 클로우와 그의 정부를 망하게 할 온갖 종류의 사악한 영들을 불러들였다. 몸과 영혼을 강하게 해준다는 특이한 액체도 마쳤다. 부족의 신상, 전사 영웅들과 주술적인 약들이 죤의 오두막 선반을 가득 채웠다. 자신이 받았던 교육과 자라온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미신과 주술, 마법을 믿기 시작했으며 그런 관습들을 완전히 몸에 익히게 되었다. 한편 그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 피아이가 나타나 루비의 아랫배를 갈랐더니 그 속에서 나온 아기가 바로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죤은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곤 했다.

아프리카를 항해하던 그레이하운드 호의 선장은 죤 뉴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사장인 마네스티는 그를 찾아 데려올 경우 상금까지 약속했다. 뉴톤 선장이 아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내건 현상금이었다. 마침내 선장은 플랜테이션 군도 근처의 한 곳에서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연히 에드워즈를 만나게 되어 그의 안내로 죤이 있는 곳을 찾아간 하이람 선장은 죤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전했다. 그러나 죤은 영국으로 함께 가기를 꺼렸다. 하이람 선장은 보상금이 날아갈 것을 염려해 죤의 친척 중 한 사람이 거대한 유산을 죤 앞으로 남겼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폴리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죤은 폴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아직 심장이 뛰었다. 죤은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도 생각했다.

그레이하운드 호에 승선하자 죤은 마치 집에 온 것 같았다. 선원들은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함께 일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그의 게으름과 무례한 태도에는 분개했다. 거친 것에 이력이 난 선원들조차도 그의 상스럽고 불경스런 말투와 습관에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죤은 욕을 섞지 않고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선장이 참지 못해 말했다. “죤, 자네의 그 신성모독적인 언어를 자네가 만나려고 하는 그 애인이 듣는다면 어떨지 궁금하네.” 그 말은 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도록 만들었다. 그는 한동안 말을 삼갔으나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느 날 죤은 너무 무료해 갑판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자기가 갖고 있던 책이 떨어지자 선장실에 가서 한 권을 꺼내들었는데 토마스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이었다. 첫 장을 펼치자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 속에서 걷지 아니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튀어나왔다. 죤은 곧 그 책에 푹 빠졌다. 이미 200년 전에 쓰여진 책이었지만 마치 지금 자기에게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한 매력이 계속해서 그 책을 읽도록 잡아끌어 죤은 매일같이 그것을 끼고 다녔다. 그레이하운드 호는 브라질을 돌아 북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밤중 그레이하운드 호는 높은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바람은 무섭게 포효했다. 죤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잘 수가 없었다. 누워 있다 보니 단 한 가지 생각이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다. 좀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오직 마지막만을 생각하라. 아무 것도 감출 수 없는 엄중한 심판관 앞에 어떻게 설 것인가를 생각하라….” ‘만약 하나님이 계신다면 나는 유죄이다.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돌연 ‘아니야, 되돌아갈 수 있어!’ 하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 갑작스런 생각에 깜짝 놀랐다. ‘뭐?, 어떻게?’ 그 순간 저 깊은 기억 속에서 떠오른 것은 수십 년 전에 어머니의 무릎에서 들었던 성경 구절이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위로가 되어 죤은 진정되었고 두려움도 사라졌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죤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지는 바람에 잠이 깼다. 거대한 파도가 배의 옆을 덮쳐 물이 선실로 밀려들어온 것이었다. “고약한 폭우다!” 선장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죤이 계단을 올라가려 하자 하이람 선장이 계단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죤, 칼 좀 가져와.” 죤은 좁은 계단을 다시 내려가 뒤에 있는 사람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직접 가져오시지!” 그 선원이 죤을 밀치며 날카롭게 대꾸했다. 죤은 선반으로 달려가 칼을 하나 쥐고는 계단을 통해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를 밀쳤던 선원이 앞쪽 갑판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어마어마한 물의 벽 같은 파도가 덮쳤다. 파도는 그 선원을 갑판 너머로 몰고 가 검게 요동치는 바다로 떨어뜨려 버렸다. 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칼을 가지러 되돌아가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죽었을 것이다.

배에는 일대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 피트 이상이나 벌어진 배 밑바닥의 틈 사이로 물이 분출되고 있었다. 죤과 선원 한 명은 차오르는 물을 배 밖으로 빼내기 위해 밤을 꼬박 새워 허리가 휘도록 펌프질을 했다. 죤은 바람의 강도가 다시 심해지자 겁이 났다. 불행한 운명이 닥쳐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갑자기 죤은 감정이 격해져 울기 시작했다. “오, 하나님! 우리를 구하소서! 전능하신 하나님, 나를 살려주소서!” 죤은 자신의 기도에 스스로 놀랐다. 그는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기도를 뒷받침할 믿음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상처받은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슬프고 가슴 아픈 절규였다.

희미한 빛이 서쪽 하늘에서 스러지고 있을 즈음 하이람 선장이 말했다. “가장 심한 폭풍우는 이제 지난 것 같구만.” 자정이 되자 바닷물은 갑판 아래 위험수위 밑으로 내려갔고 선원들은 배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선원들은 돌아가며 쉬다가 아침이 되자 모두 나자빠졌다. 죤 뉴톤은 혼란에 빠졌다.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생각은 죤에게 영적인 생명력을 북돋아 주었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비탄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그를 울게 만들었다. “나의 죄가 너무도 많아 셀 수가 없습니다.” 그는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마음 어디선가 어린 시절 외웠던 성경 구절들이 떠올랐다. “죄가 깊을수록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놀라워라 나의 죄보다 더 큰 놀라운 은혜여!”

그들은 3일 밤낮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돛이 부서져 버린 배는 하염없이 표류했다. 죤은 매 시간 성경을 읽으면서 믿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죄사함을 확신했으며 수년간의 영적인 기아 상태를 끝내고 영의 양식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선장은 이 불경스러운 무신론자의 갑작스럽고 완전한 변화에 놀랐다. 뉴톤에게 믿음이 생기기가 무섭게 욕설은 멈춰버렸다. 뉴톤 자신도 놀라웠다. 노력하지 않아도 죤은 욕하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끔찍했던 폭풍우가 지나간 후, 그레이하운드 호의 선원들은 육지로 올라갔다. 죤은 즉각 마네스티에게 인사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뉴톤! 만나서 반갑네!” 마네스티는 죤의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자네가 그레이하운드에서 책임감 있게 일했던 것을 보고 받았네. 하이람 선장과 얘기를 나눈 끝에 자네는 자신의 배를 가질 만 하다고 결론지었네. 내 선박의 선장이 되는 것이 어떻겠나?” 죤은 감격했다. 그는 마네스티에게 감사를 표하고 난 뒤 말했다. “사장님, 두 분 모두 저를 그렇게 인정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먼저 다른 선장님을 보필하면서 제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권위에 순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요.” 마네스티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이 청년의 변화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정직성과 겸손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정 그렇다면, 자네를 이제 몇 달 후 출항할 예정인 브라운로우 호의 일등 항해사로 삼겠네.” “감사합니다, 마네스티 씨.”

4장 어메이징 그레이스

죤은 마네스티 씨가 전해준 아버지의 편지를 한 자 한 자 곱씹어가며 읽었다. 몇 달 전 신대륙의 포크 요크의 주지사로 떠나시면서 쓴 편지였다. 아버지의 따스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심지어 16년만에 처음으로 죽은 어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죤은 마차표를 사서 카틀렛 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폴리의 가족들은 그를 환영해 주었다. 폴리는 키가 더 커졌으며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었다. 숨이 멈춰버릴 것 같은 성숙함으로 피어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치 형제를 대하듯 죤을 대했다. 죤은 폴리를 안아보고 싶었으나 그녀는 쌀쌀맞게 거리를 유지했다. 죤은 하루 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떠나야 했다.

6주 후 노예선 브라운로우 호는 이전에 죤이 클로우의 노예로 일했던 시에라리온 연안에 정박했다. 내륙에서부터 나지막한 아프리카의 드럼 소리가 들렸다. 죤의 가슴이 뛰었다. 아프리카에서의 기억들로 정신은 소란스러웠다. 항해를 다시 시작하면서 경건한 생활에 대한 열정은 식어갔다. 그곳에서는 같이 나누고 격려를 해줄 크리스천 동료가 없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게 되자 옛 습관이 슬며시 되살아났다. 마음의 욕정과 싸우다가도 양심을 포기하고 하갑판으로 내려가 젊은 아프리카 여자의 체인을 벗기고 성욕을 풀었다.

배가 그곳에 정박해 있는 동안 죤과 선장은 클로우의 초대로 그의 집에서 며칠을 지내게 되었다. “아, 뉴톤 씨, 아주 좋아 보이네 그려.” “그렇소, 아주 좋소.” 옛 원수들에 대한 죤의 두려움은 와인이 몇 잔씩 돌아가자 사라져갔다. 클로우와 피아이는 죤의 자신감에 놀랐고 존경의 눈길마저 보냈다. 밤이 되어 죤이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램프의 부드러운 불빛 속에 친숙한 옛 애인 루비가 서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죤은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환각적인 증상이 나타났다.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생명은 이제 또다시 꺼져 가는 불꽃같았다.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폭풍우와 그 속에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나님을 불렀던 일, 그리고 회심 이후의 삶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도 예전과 같이 큰 죄를 짓고 있는 죄인이었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중에 환상을 보았다. 십자가에 예수가 있었고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손목과 발을 십자가에 못박고 있었다. 그 때 죤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너를 위해 이미 죽었는데 너는 왜 다시 나를 십자가에 못박느냐?” 죤은 예수가 마지막 숨을 거두며 머리가 힘없이 가슴 위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죤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와 해변으로 기어갔다. 그는 모래 위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하나님, 나를 용서하소서! 내가 다시 예수를 못박았나이다. 주여, 내 생명을 거두소서. 나를 바다에 묻으소서. 아멘.” 마음을 다한 기도를 마친 후 그는 완전히 기운이 빠져 머리를 바위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한 시간 이상이나 죤은 그곳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밀물이 허리까지 찼어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 바닷물은 귀와 입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수위는 거기서 더 이상 올라가기를 멈추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죤은 해변이 다시 마를 때쯤 정신이 들었다. 눈을 뜨자 지극한 평화, 영혼의 평온함, 그리고 자신이 회복되어 다시 건강해질 것이라는 내적인 확신이 생겼다.

죤은 그날 밤 평화롭게 잠을 잤고 다음날이 되자 현저하게 상태가 호전되어 배로 돌아왔다. 죤은 하나님이 자신을 잊지 않으셨다는 믿음의 확신이 들었다. 뉴톤은 바울 서신을 읽다가 자신의 힘으로 죄를 짓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직 하나님만이 할 수 있었다. 그의 할 일은 그분께 의지하며 믿음으로만 나아가는 것이었다.

노예로 배를 꽉 채운 브라운로우 호는 서아프리카를 출발해 1749년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리버풀 항에 도착했다. 마네스티는 노예 화물의 판매로 얻은 금과 은뿐만 아니라 값나가는 화물을 가지고 적시에 귀항한 것을 기뻐했다. “이제는 선장으로서도 성공하겠어. 그러니 자네 배를 지휘할 준비가 됐겠지?” “네, 선장님. 이제 준비됐습니다.” “좋아, 자네를 아르질공작 호의 선장으로 임명하네.”

뉴톤은 며칠 후 케슴으로, 200마일이 되는 여행을 시작했다. 폴리를 만나자 죤은 다시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순수함과 순결함으로 빛나고 있었고, 음탕하고 부패하고 폭력적인 자신의 삶과 현저히 비교가 되었다. 식사 후 죤은 산책을 가자고 청했다. “지난 7년 동안, 그 긴 7년 동안 죽 널 사랑했어. 나는 언제나 너와 결혼하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정은 네 몫이야.” “미, 미안하지만, 죤, 난 안 되겠어요.” “왜지?” “나도 오빠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 문제를 오랫동안 생각해 봤는데, 거절해야 할 것 같아요.”

리버플로 돌아오는 길 내내 죤은 실망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가 두 주 후 다시 케슴을 방문했을 때, 폴리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무책임한 것이 오빠의 성격의 일부분이라면 언젠가는 결혼생활과 가족도 그런 식으로 떠나고 말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지난 번 오빠가 떠난 후, 오빠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을 봤다고 말씀하셨지요.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사실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겠어요.” “폴리, 과거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셨다고 믿어. 다시는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내 온 인생을 걸고 맹세해.”

결혼식을 치르자마자 신혼부부는 여러 가지로 결혼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생활의 문제들을 처리해 나가는 동안 죤은 영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옛 목사님이신 제닝스 박사에게 편지했다. 제닝스 박사는 답장을 하면서 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설교집과 책을 보내주었다. 죤은 삶에서 뭔가가 빠져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굶주림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5월 18일은 선장으로서 죤의 항해 출발일이었다. 죤은 이제 스물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권위를 약화시키는 이유가 될까봐 걱정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선장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을 모델로 정했다. 죤은 선장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여자 노예들을 범하는 것도 엄격히 금했다. 안식일에는 예배를 가졌는데 대부분의 선원들은 그저 혐오감만 가지고 앉아 있었다. 반발이 가장 심한 선원은 폭동을 일으킬 것을 염려해 다른 전함에 넘겨버렸다.

죤은 항해 도중 토마신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망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다. 죤은 커다란 벵골나무 밑둥에 앉아 소리 죽여 울었다. 아버지와는 결코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찾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아들의 삶의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 뉴톤 선장은 아들의 어긋난 생애와 반항적인 죄로 가득한 삶만 본 것이 되고 말았다.

아르질공작 호는 1751년 10월 리버풀 항구로 들어왔다. 폴리와의 재결합은 거의 첫날밤 같았다. 리버풀에 집도 한 채 샀다. 그러나 둘 사이에 아기가 없었다. 의사를 찾은 죤은 매독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에 처참한 기분이 되었다. 이전의 난잡한 생활의 값을 이제 치뤄야 하다니! 죄는 용서받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의 결과는 없앨 수 없었다. 죤은 이후 몇 달 동안 마치 폴리가 임신하지 못하는 것을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이 아내에게 애정과 끊임없는 관심을 쏟아 부었다.

1752년 6월, 아프리칸 호는 출항하여 6주 후에는 처음으로 식민지로 데려갈 노예를 가득 실었다. 그날 저녁 죤은 노예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노예를 위한 기도를 하게 이끌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서 안 될 것 없지 않은가? 대담한 생각이었다. 그런 의식을 가지면서부터 죤은 그들을 보러 내려가기도 하고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죤은 오월라비라는 노예가 상당히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는 추장의 아들이라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 마을에 한 백인이 나타났어요. 우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그를 ‘미스터 화이트 맨’이라고 불렀죠. 그가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 줬어요. 그는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진정한 신과 그의 아들 예수에 대해 말했지요. 우리 부족 모두가 예수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미스터 화이트 맨은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었고, 악한 영과 주술에 대항해 싸우시는 예수님의 영에 대해 가르쳤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살해를 당했어요. 더 이상 배울 수가 없었죠. 그 후로 다른 백인들이 들어왔어요. 그들은 자신들도 예수의 추종자들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들은 우리를 사로잡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우리를 노예선으로 잡아왔답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그 나쁜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예수의 추종자라고 하는 겁니까?”

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양심에 대고 말했다. “자신을 예수의 추종자라고 하는 그 악한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내가 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이 생각은 충격이었다. 나머지 항해 기간 내내 죤은 오월라비의 질문에 괴로워했다. 그는 선원들이 노예들을, 특히 여성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다루고 어떤 식으로든 학대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죤은 오월라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아프리카인의 믿음은 자신에 비해 단순했지만 죤은 오월라비가 자신보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있다고 느꼈다.

오월라비와 노예들은 모두 신대륙으로 팔려갔고, 아프리칸 호는 약 14개월의 항해를 끝내고 리버풀에 도착했다. 그는 폴리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의 삶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뉴톤은 노예무역에 대한 불만과 그 잔혹하고 폭력적인 사업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소망을 폴리와 나눴다. “그럼 하나님께 다른 직업을 달라고 기도해요.” 그러나 그들은 그 끔찍한 노예무역 자체를 폐지하도록 간청하는 기도를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것을 변화시켜 보겠다고 생각하기에는 그가 세상에 너무 깊이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항해의 출발 날짜가 가까워지자 죤은 화물의 선적을 감독하느라 갑판에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낯익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잡 루이스였다. 죤은 잡 루이스에게 선장 조수 자리를 주었다. 죤은 잡과 몇 달 함께 하는 동안 잘못 물들인 친구의 성격과 습관을 되돌리고자 했다. “나는 십 년 전 내가 자네의 신앙을 망가뜨리고 죄를 가르친 그 끔찍한 일을 되돌릴 수 있게 하나님이 날 도와주시도록 기도하고 있네.” “그딴 일은 그만 잊게. 난 자네가 눈을 뜨게 해주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주는 그런 쾌락은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걸.”

배가 출항하고 일주일 내내 잡 루이스는 죤의 명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의 행동은 갈수록 대담해져 여자 노예들을 능욕하고 다른 선원들까지 이를 물들여 놓았다. 죤은 시에라리온 해변에 버려진 레이스호스라는 영국 배를 흥정하여 싼 값에 산 뒤 그 배의 지휘권을 잡에게 주고 화물을 더 실어 뒤따라오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아프리칸 호가 본테 항에 도착했을 때 레이스호스 호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레이스호스 호가 눈에 들어올 때 죤은 배에 반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건가, 테일러?” 죤이 일등 항해사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루이스 선장은 죽었습니다.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루이스 선장은 떠나자마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다 여자 노예 하나를 죽였습니다. 엊그제 심한 열병에 걸리더니 온갖 욕설을 퍼붓다 죽어 바다에 수장했습니다. 그는 마치 악마가 들어있는 것 같았어요. 자기는 지옥에 갈 것을 알고 있다고 했어요.” 그날 밤 죤은 옛 친구의 영혼을 생각하며 울었다.

얼마 후 죤 자신도 열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그의 마음은 평안했다. 며칠이 지나 열은 내렸지만 몸이 약해진 죤은 선실 앞에서 기도하며 두 가지 청원을 했다. 하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더 이상 노예무역을 하지 않도록 다른 직업을 찾게 해달라는 청원이었다. 이 즈음 끌르니 선장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죤에게 복음주의 신앙을 소개해 주었다.

아프리칸 호와 레이스호스 호는 기록적인 시간으로 리버풀 항구에 도착했고, 죤 부부는 리버풀에서의 짧은 시간을 최대한 누렸다. 마네스티는 죤의 다음번 비이 호 항해를 위한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연회 도중 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몸이 마비되어 쓰러졌다. 의사는 죤이 중풍 발작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내렸다. 시일이 촉박하여 부득이하게 다른 선장을 대신 출항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항하고 얼마 되지 않아 비이 호에 관한 소식이 왔다. 유혈 노예 폭동이 일어나 선장과 선원 대부분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뉴톤은 몸이 회복되자 끌르니와 친분이 있는 사무엘 브루워 목사를 만나러 그의 교회를 방문했다. 브루워 목사는 죤에게 복음주의 목사인 죠지 화이트필드와 죤 웨슬리를 소개해 주었다. 기성 목회자들은 화이트필드와 웨슬리를 종교적으로 너무 “감성적”이라고 비판했지만 두 목사들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그 강한 메시지에 변화되었다. 죤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흐느끼며 하나님을 찾는 중에도 고요한 정갈함이 가득했다. 죤은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얼마 후 죤은 마네스티가 소개한 영국 세관국의 조사원이라는 요직에 앉게 되었다. 뉴톤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회심에 관한 간증집회를 했는데 그의 극적인 메시지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몇 년이 지나 그는 올니의 한 작은 예배당의 목사보로 임명받아 열정적으로 섬겼다. 설교에 덧붙여 죤은 끌르니를 통해 글쓰기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자신의 자서전을 익명으로 발간했다. 책은 사회의 모든 계층들에게 전파되었고 곧 올니의 작은 마을 뿐 아니라 영국 전체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윌리암 카우퍼라는 시인을 만나 친구가 된 후로는 그와 협력하여 찬송시도 썼다.

올니 성도들 중 한 어린 소년이 특별히 죤의 설교와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는데, 그의 이름은 윌리암 윌버포스였다. 어린 윌리암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삼촌 집에 와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주 깊은 대화를 나눴고 윌은 뉴톤 목사의 보살핌과 넘치는 사랑에 감동받아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진지한 헌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윌의 어머니는 그가 너무 어린 나이에 종교적이 되는 것을 싫어하여 그를 데리고 가버렸고, 몇 년이 지나 열 일곱이 된 윌리암 윌버포스는 캠브리지에 있는 세인트 죤스 칼리지를 다니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윌이 잘못된 친구들을 만나 나쁜 곳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그의 삼촌에게서 듣게 되었을 때 죤은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죤은 윌의 삶이 바뀌는 것을 개인적인 기도 제목으로 정해 기도했다.

1774년 죤 웨슬리는 노예무역을 비판하는 소책자를 출판했는데, 그 책은 뉴톤이 자신의 경험을 좀더 공개적으로 말하고 그 잔인한 경제 행위에 반대할 것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노예무역을 반대하는 뉴톤의 목소리는 곧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제 뉴톤은 유명한 저자였다. 올니의 작은 예배당은 매주 그의 삶의 경험을 들으러 오는 신자들과 여행자들로 가득 찼다. 친구들은 더 큰 교회로 옮길 것을 재촉했으나 죤과 폴리는 이 조용한 곳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했다. 그러나 마침내 1780년 1월초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는 세인트 메리 울노스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1785년 죤은 영국 의회의 27살난 젊은 의원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다. 윌버포스는 뉴톤 목사에게 비밀리에 만나자고 청했다. 죤은 그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예배당의 세 번째 줄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그 윌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윌버포스는 죤을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회심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첫 만남 이후로 수많은 만남이 이어졌고 그들은 만날 때마다 자신들의 믿음과 정치적인 결정을 이끌기 위한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의 필요에 대해 토론했다.

1788년, 죤이 63세가 되던 해에 윌버포스는 마침내 의회 안에 노예제도 폐지 지지자들이 생겼다는 소식을 가지고 찾아왔다. “의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우리 법안을 알릴 기회를 잡았습니다. 목사님이 오셔서 아시는 대로 노예무역의 경험을 증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의 계획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자객을 시켜 나를 습격하기도 했지요.” 윌버포스는 좀더 나직이 말했다. “목사님, 오늘 누군가 나에게 와서 목사님을 증언대에 세우려는 내 계획에 대해 경고를 하더군요. 그 사람은 목사님이 책에 쓰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들은 얘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목사님의 아프리카 부인과 혼혈 자손에 관해 말하더군요.”

뉴톤은 윌버포스에게 말했다. “그래. 나는 사탄의 종으로 살았었으니까.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도 훨씬 악했지. 하지만 그것은 노예제의 악함에 대한 주장을 더욱 더 뒷받침해 줄뿐이지.” “목사님, 제가 걱정하는 것은 사모님입니다.” 뉴톤은 곧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 폴리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할 순 없지. 폴리는 최근 들어 몸이 몹시 좋지 않은데…. 아마도 견디지 못할 걸세.”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증언하지 못하신다면 실망은 크겠지만 이해합니다.” 뉴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윌버포스는 떠났다. 죤은 얼굴을 손에 묻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폴리, 순수한 그녀가 당할 엄청난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죤 뉴톤은 여러 날 동안 자신의 앞에 놓인 선택을 두고 고민했다. 거의 잠도 자지 못하고 생생하게 살아나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 시달렸다. 자신은 반대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 그 이상이었다. 밤마다 사탄이 나타나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자신의 회심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며, 구원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뉴톤은 하나님이 지난 날 그를 버릴 수도 있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분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잠잠히 시편 25편을 묵상하며 안식처로 삼았다.

세인트 제임스 궁전의 홀에서 죤 뉴톤 목사는 증언을 위한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트 수상의 안내로 청문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윌버포스가 그곳에 모인 각계 지도자들을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나에게 노예무역의 폐지와 사회의 도덕 재무장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목표를 완수하도록 세우셨다고 믿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선언합니다. 이 불명예스러운 노예 교역의 흔적이 우리 역사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리하여 그 치욕적인 일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죤은 수상이 자신을 회중에게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 천천히 일어나 연설을 시작한 그의 목소리는 강하나 오랜 동안 닦여진 겸손과 권위가 있었다. “존경하는 수상께서는 제가 감당하지 못할 찬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죄인 중의 괴수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것이고 혹 살아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세계를 더럽히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를 보호하기 위해 오늘 여기 나오지 말라고 충고하신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의원 여러분, 어느 누구도 나만큼 크게 나를 비난할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은 기적 그 자체입니다. 그것은 용서라는 기적입니다.”

“왜 노예제가 폐지되어야 하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노예제는 하나님의 눈에 악한 것입니다. 경제적인 이득으로 따져도 잘못된 것입니다. 노예제는 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부자로 만들고 다른 계층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해마다 15,000명이나 되는 노예선 선원들이 바다에서 죽습니다. 또한 그만한 숫자의 노예들이 죽고 있습니다. 여성 노예들과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상인들과 선원들에 의해 몸을 더럽힙니다. 나 자신 그 악마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뉴톤은 계속해서 약탈과 습격, 극심한 고문과 탄압, 노예선의 공포스런 폭력 행위에 관해 말했다.

“신사 여러분, 나는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내 영혼 속에 불의 글씨로 새겨 놓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늘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노예 거래를 멈추십시오! 여러분은 이런 악한 일이 계속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노예제는 폐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노예제가 대영제국을 파멸시키기 전에 제국에서 노예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 앞의 청중들이 연설을 주의 깊게 숙고하는 동안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날 밤 그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서가를 훑어보았다. 그의 눈길이 9년 전 출간한 올니 찬송가에 멈추었다. 이상하게도 때로는 자신의 글이 자신의 영혼을 편안하게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죤은 자신이 작사했던 한 찬송가를 폈다. 그것은 그야말로 자서전적인 것이었는데 그 찬송의 멜로디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예들이 부른 아프리카 멜로디로 되어 있었다. 죤은 눈을 감고 아프리카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를 괴롭히던 악몽 같은 장면들 대신에 그 땅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는 흥얼거리며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큰 죄악에서 건지신 주 은혜 고마워

나 처음 믿은 그 시간 귀하고 귀하다

이제껏 내가 산 것도 주님의 은혜라

또 나를 장차 본향에 인도해 주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