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교/ 각종 설교 모음

가을엔 인생을 생각하게 하소서

미션(cmc) 2009. 1. 27. 08:18

가을엔 인생을 생각하게 하소서(시편144:1~4)
박승준 목사(한성교회)

   
  ▲ 박승준 목사  

아낌없이 버려야 생명을 얻습니다

자기를 비워야 쓰임받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어지게 됩니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나 독서의 계절로 표현하는 것에 공감(共感)하는 이유는 우리 인생의 변화가 창조의 섭리를 따라 변하는 자연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짙푸른 녹엽이 희망의 상징이라면 이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은 뜨거웠던 고난의 여름을 이겨낸 값진 영광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생의 마지막 날에 돌려드릴 영광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주님과 함께 영생할 수 있다는 소망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 땅의 자연계에 사계가 있듯이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습니다. 호기심이 풍성한 유년시절이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청년기가 있습니다. 이루어 놓은 것을 착실히 다져 나가는 중년의 시절이 있고, 풍부한 경험으로 완숙해진 삶을 정리하는 노년기가 있습니다. 온 세계가 단풍으로 가득한 계절을 신록은 오늘의 아름다운 가을을 있게 한 지난날의 소망일 것입니다.

인생의 사계는 마치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도 같습니다. 미래의 꿈을 잉태하는 현재와 현재를 낳은 과거라는 두 바퀴가 창조의 숭고한 뜻을 따라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열매이며 또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며, 더욱 성실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가을, 우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 무엇을 생각해야 합니까?

가을은 버림의 미학(美學)을 알게 하는 계절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을에 생의 쓸쓸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지는 낙엽 속에서 삶의 슬픔과 고통을 보기도 합니다. 물론 슬픔과 고통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분이지만 우리에게 믿음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하나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상처의 안쪽에서 새롭게 돋아나고 있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타게 됩니다.’

붉게 물든 단풍에서 버림의 미학(美學)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낌없이 제 몸을 버림으로써 아름다움의 절정에 다다른 나무의 모습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남겨야할 생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합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감에 있어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버림으로 성화(聖化)에 이르게 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기독교는 ‘버림’, 그 미학(美學)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종교이며 우리는 ‘버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왜 그래야만 할 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을 버리셨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올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에는 제자의 길이 곧 자신을 버려야하는 길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본받아 산다고 하는 것은 아낌없이 자기 몸을 버리신 예수님의 버림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2:20) 이것이 곧 성도의 고백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요구이실 것입니다.

가을은 비움의 진리(眞理)를 알게하는 계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의 겉모습이나 사물의 외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세상이 가지고 있는 시각의 본질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본질은 세상과 같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의 관심은 내면에 있고 또 구원에 있습니다. 외적인 삶의 변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관심은 속사람의 변화가 먼저라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우리에게는 각기 소유의 차이가 있고, 배움의 차이가 있고, 재능의 차이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로 삶이란 그릇을 채우며 서로의 차이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그릇의 본질은 그릇이 품고 있는 공간에 있습니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가 아닌 무엇을 얼마만큼 잘 담아낼 수 있느냐가 그 그릇의 진정한 쓰임새인 것입니다. 우리도 인생이란 그릇에 어떤 믿음, 어떤 사랑을 담아내어 어떻게 쓰임 받게 되느냐가 우리 존재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 그릇의 본질은 비어 있음에 있습니다. 빈 공간이 없는 그릇은 아무것도 담아 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담아 낼 수 있는 존재의 본질은 버림으로써 비어 있는 자아(自我)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이 비운 자아(自我)의 그 중심으로 초청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을은 인생을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낌없이 자기 몸을 버리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슴 깊이 각인(刻印)시켜 주는 계절입니다. 자기를 비워야 쓰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계절입니다. 이제 비어있는 자아(自我)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습니까? 또 어떻게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로를 거스르지 않고 소멸해가는 자연의 소리에 한번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 방법을 통해 이청득심(以聽得心) 이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즉,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마음을 얻는 지혜라는 말입니다. 문밖의 주님이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문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버릴 수 있는 용기, 나를 비울 수 있는 믿음, 이 모두가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에서 비롯됨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설교노트
가을은 버림의 미학(美學), 비움의 진리(眞理)를 알게하는 계절입니다. 이 가을에 인생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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