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詩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다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글/아름다운 시 2008.12.30
친구 친구 강승남 오래간만에 대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니 모두 다 대학생이 된다 삼십 년 전 그날로 돌아가 대학생처럼 낄낄거린다 얼마 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서는 모두가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이 든 게 아니다 대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잠시 헤어져 있었을 뿐 중..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사람의 일 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새롭게 하소서 새롭게 하소서 박상옥 한 마당 춤은 끝났습니다. 결고운 춤사위로 신명나게 또 한 마당 어우러지게 하소서. 세상을 향해 못다 부른 노래를 풀어주시고 새 날에 새 촛불을 켜듯 새롭게 타오르며 신새벽을 맞이하게 하소서. 오래 강요 당한 틀을 깨고 허허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안을 수 있는 여유를 허락..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허공은 입이 없다 허공은 입이 없다 김현옥 천지 사방 허공뿐이니 파도나 피워대던 심심한 바다가 허공에게 말을 건다, 심심하지 않니? 바람이나 피우지 그래 그러나 허공은 농담할 입이 없다 입도 없고 문도 길도 없다 들어오고 싶으면 오고 나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는 텅 빈 표정뿐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이 새처..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옛날에 나는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었네 옛날에 나는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었네 詩 강연호 옛날에 나는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었네 엄마를 기다리다 허기마저 지친 오후 방죽 너머 긴 머리채를 푸는 산그늘이 서러워질 때 언젠가 무작정 상경하고 싶었지만 갈 곳 몰라 이름 모를 역광장에 입간판처럼 서 있을 때 어느새 조약돌..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새벽의 낙관 새벽의 낙관 김장호 밤샘 야근을 끝내고 난곡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낙엽을 털어내며 새벽바람이 일어나고 버스는 봉천고개를 넘어온다 신문배달 나간 둘째는 옷을 든든히 입었는지…… 텅 빈 버스 창가에 부르르 몸을 떨며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방금 누가 앉았다 내렸을까, 연탄크기만한 흔적이 살..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욕 심 욕 심 공광규 뒤꼍 대추나무 약한 바람에 허리가 뚝 꺾였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 과거에 남 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드샜나? 그러나 나무 허리에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 나무는 달고 있었다.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무궁화 무궁화 문채인 무궁화가 통째로 떨어진다 활짝 피었던 꽃잎 도로 말아 넣고 한번도 피지 않았던 것처럼 한번도 오지 않았던 것처럼 입 쓰윽, 닫고 떨어진다 무궁화나무 발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본다 산 날이 치욕이었을까 잔뜩 오무린 꽃잎 막무가내 열어보면 갑옷 입은 개미들 그제도 들락거리고 손.. ........글/아름다운 시 2008.12.29
텔레비전 텔레비전 신진 TV에는 꿈이 있다. 보이지 않는 꿈이 보인다. 우습지 않는 코메디는 슬프지 않다. 뉴스며 연속극이며, 특집중계 심야토론. 짓밟는 놈에게는 늘 인심이 있고 짓밟히는 놈에게는 늘 인내심이 있다. 그래도 TV에는 꿈이 있다. 보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보고 있으면 잠이 온다. 애국가가 울려 .. ........글/아름다운 시 2008.12.29